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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양갱' 비비, 달디단 匕飛…"클래시컬한 美·쉽디 쉬운 말리듬과 이율배반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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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싱어송라이터 비비(BIBI·김형서)는 항상 예상하지 못하지만, 의도한 과녁을 정확하게 맞추는 비수(匕首)를 던져왔다.

기존의 다소 센 콘셉트에서 벗어난 달디단(다디단이 표준어이나 일종의 노래적 허용) 매력을 보여준 '밤양갱' 역시 그러한 맥락에 있다. 그간 작품의 완성도에 비해 차트 성적이 비교적 낮은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엔 국내 최대 음원 플랫폼 멜론 톱100 정상은 물론 국내 각종 차트를 휩쓸며 말 그대로 날아가고(飛) 있는 중이다. 달고 단 비(匕)로 비(飛)인 상태다.

활동명 비비의 풀네임은 '네이키드 비비(Naked BiBi)'. 발가벗은 아기처럼 순수하고 날 것의 매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뜻이다. 비비는 베이비(baby)를 빨리 읽은 것이다.

순수하고 날 것은 천연덕스럽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생긴 그대로 조금도 거짓이나 꾸밈이 없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비비가 팔색조로 통하고, 다양한 물감으로 가득 찬 팔레트 같은 이유다. 어떤 서사, 콘셉트도 모두 소화가 가능하다.

그래서 '밤양갱'은 당연하게도 작사·작곡·편곡을 도맡은 싱어송라이터 장기하의 노래이자 비비의 노래다. '작가적 기질'이 강한 비비는 다른 자신의 곡과 달리 이번에 노래만 했다.
뉴시스 제공
그런데 확실히 곳곳에 장기하의 인장이 남아 있지만, 비비가 만든 노래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다. 두 사람이 협업해 노래의 구성 성분을 고우면서도 걸쭉해질 때까지 잘 저어준 덕분이다.

우선 일상의 소재를 우리말로 노래로 환기해온 장기하의 솜씨가 여전히 일품이다. 그는 '밤양갱'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는데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처럼 일상의 말을 노래의 운율로 빚어내는 '언어 감각'이 좋다. 밤양갱이라는 직관적인 소재로 사랑의 다양한 양태를 떠올리게 하는 유희의 은유도 생동감이 있다. 장기하가 불러도 장기하의 노래였을 것이다. "너는 바라는 게 너무나 많아"에서 장기하의 '쪼'를 떠올리는 청자의 숫자는 적지 않을 게다.

그런데 '왈츠' 풍의 편곡으로 비비의 온전한 노래가 됐다. 비비의 카나리아처럼 맑고 달콤한 음색은 왈츠와 잘 어울린다. '왈츠의 왕'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동생 요제프 슈트라우스의 곡 중 제목에 '카나리아 왈츠'가 있다.

4분의 3박자의 왈츠는 경쾌하다. 율동성이 있는 빠른 템포의 무곡(舞曲)이다. 남녀가 홀드(짝을 지은 상태)에서 회전을 하므로 설레는 사랑의 관계에 자주 비견되곤 한다. 그래서 왈츠는 '봄의 소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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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음악평론가(a.k.a 희미넴)는 "'밤양갱' 인기 비결을 두 음절로 줄이자면, 노래의 힘. 한 문장으로 압축하자면, 클래시컬한 아름다움이 쉽디 쉬운 말 잔치나 리듬 잔치와 이루는 이율배반적 공존"이라면서 "요한 슈트라우스 2세가 생각날 정도로 우아하게 너울대는 왈츠 리듬과 선율, 삼바나 보사노바를 연상케 하는 세련된 화성, 그리고 어려운 단어가 하나도 없을 뿐더러 입에 쩍쩍 달라 붙는 노랫말, 말맛, 서사가 결합된 (조금 이르지만) 올해의 노래"라고 평했다.

특히 임 평론가는 음절과 어절을 신선한 방식으로 결합하며 비트 사이에 송곳처럼 꽂아넣는 장기하의 '말-리듬' 구조가 이 번 노래에서도 가히 발군이라고 들었다. "이별 노래의 닳고 닳은 서사에서 '밤양갱'이라는 핵심 단어만이 아리송한데, 그 단어가 주는 청각적 쾌감이 대단해. 'ㅏ' 'ㅑ' 'ㅔ' 모음이 이어질 때 느껴지는 쾌적함부터 'ㅁ' 'ㅇ' 'ㅇ' 받침의 연쇄가 스타카토에 얽혀 발음될 때 주는 음운학적 쾌감이 CM송처럼 쉽고 중독적인 멜로디와 맞아 떨어지는 양태가 예술적"이라는 얘기다.

아울러 비비·장기하 표 왈츠는 마냥 봄의 기운만 머금지 않는다. "상다리가 부러지고 / 둘이서 먹다 하나가 쓰러져버려도 / 나라는 사람을 몰랐던 넌" 같은 아린 맛이 있다. 밤양갱의 맛에 중독되기 전 어릴 때 다소 고풍스런 디자인에 감싸였던 이를 꺼내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달달함보다 먼저 느꼈던 그 맛이다.

그렇게 밤양갱이라는 소재는 우리에게 내재된 근원적인 무엇도 건드린다. '밤양갱'을 듣고 좋으면서도 "슬프다"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 이유다. 남녀 간 행복했던 순간의 어떤 정서가 그 맛에 고여있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맛이더라도 그 표현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렇게 같이 왈츠를 추던 남녀는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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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밤양갱'의 세계는 달달하면서 이상하고 쓸쓸하면서 묘하게 황홀한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왈츠 풍의 동화 같던 '밤양갱' 뮤직비디오는 비비가 밤양갱을 한 입 베어 무는 장면으로 끝나는데 그 때 표정이 딱 그렇다.

뮤직비디오에서 슬픔에 빠진 비비를 밤양갱을 만드는 마녀의 쿠킹클래스에 초대하는 건 생쥐다. 이 생쥐는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의 '레미' 같은 요리 레시피를 지닌 생쥐가 아니라, 사랑을 극복하는 레시피를 갖고 있던 생쥐였던 셈이다.

비비는 작년부터 '한강공원', '홍대R&B' 등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음악으로 만드는 일종의 '사랑 에라(ERA·시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밤양갱'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비비가 MBC TV 토크 예능물 '라디오 스타'와 유튜브 플랫폼 '딩고'에서 부는 영상이 화제가 되고, 이번 주 지상파 음악방송까지 돌면서 인기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가장 큰 건 곡에 대한 공감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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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올해의 노래'로까지 벌써부터 지목한 근사한 '밤양갱'은 이별의 노래도 이 만큼 달달할 수 있으며, 어떤 변명을 담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증명한다. 장기하는 지난해 단독 콘서트에서 자신의 내면이 단단한 거 같다는 말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그렇지 않다. 속살은 굳은살이 아니다." 말랑말랑 '밤양갱' 같은 우리 속살이 상처 받을 때 치유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이렇게 노래를 통해 모두가 공감하는 거다.

최승인 대중음악 평론가는 "밤양갱의 현재 인기에 대해 수많은 이유를 덧붙일 수 있겠지만, 여러 설명을 차치하고도 밤양갱은 그저 좋은 '가요'다. '가요'를 강조한 이유는 과거 한국 가요의 이모저모가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는 '밤양갱'이라는 다소 예스러운 소재를 음악과 소리로 구현하고자 한 의도로 보인다. 그리하여 노래에는 '밤양갱'이란 울림 소리 활용, '달고 달디 단'에 담긴 파열음 운용 등 세련미를 추구하는 요즘 가요가 피하려는 소리가 담겨있다. 더군다나 노래의 도입부부터 음을 끄는 보컬 밴딩, 비음이 다소 섞인 보컬 활용까지. 여러모로 잊고 있던 옛날 '가요'의 맛과 따스함을 현시대로 가져온 영민함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비비는 뉴시스에 "기분이 달디 달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한강공원', '홍대R&B'부터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는데요. '밤양갱'으로 이렇게 큰 사랑 주셔서 뿌듯하고 영광스럽습니다. 들으면서 꽁꽁 숨겨놓은 추억을 꺼내며 오래도록 그 감정을 잘 간직하시길 바라고, 앞으로도 계속될 비비만의 '사랑 ERA'도 기대주시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비비는 SBS TV 음악 예능 프로그램 '더 팬'(2018~2019)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고, 같은 해 싱글 '비누'로 데뷔했다. 비비는 가창 실력뿐만 아니라 작사, 작곡, 프로듀싱 능력까지 갖췄다.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린 음악을 우연히 들은 타이거 JK·윤미래 부부가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들이 이끄는 필굿뮤직에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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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와 힙합을 넘나들어 '팝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 '코첼라(Coachella)', 'HITC 페스티벌' 등에 출연했다. 지난 2021년 발매한 싱글 '더 위켄드(The Weekend)'는 미국 라디오 차트 20위권에 오르며 한국 솔로 여성 가수로는 드문 기록을 세웠다.

재작년엔 스토리텔러를 자처하며 만든 첫 정규앨범 '로우라이프 프린세스 : 누아르(Lowlife Princess: Noir)' 활동을 통해서 음악성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하류인생 공주님'이라는 역설적인 뜻을 타이틀로 내세운 이 앨범은 2044년을 배경으로 한 SF 누아르다. 비비는 '오금지'라는 캐릭터를 뼈대로 한 세계관을 만들었다. 그리고 타이틀곡 '나쁜년' 등 오금지를 주인공으로 한 뮤직비디오를 여러 개 만들면서 대중음악 서사의 확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비비가 직접 오금지를 맡아 연기력도 뽐냈다.

특히 최근엔 음악계뿐만 아니라 예능, 광고,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앞서 비비는 영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 모교'(2021)로 배우 데뷔했다. 지난해 5월엔 생애 처음으로 '제76회 칸 국제영화제'에 초청돼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 '화란'(감독 김창훈)이 이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을 받아 배우 송중기, 홍사빈과 함께 했다. 작년 10월 개봉한 '화란'과 비슷한 시기에 공개된 글로벌 OTT '최악의 악'을 통해 연기력도 인정 받았다.

비비는 자신을 '도화지 같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티피오(T.P.O.)'(time·place·occasion)에 맞게 열심히 적응하려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2022년 말 연 첫 콘서트 '와주시면 안 될까요?' 1부도 흡사 누아르 뮤지컬 같았다. 콘서트에도 스토리텔러로서 이야기를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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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인 평론가는 "비비의 보컬적 매력은 음색이나 소리 활용보다도 연기력에 있다. 많은 가수가 그렇겠지만, 특히 비비는 곡의 메인 테마 혹은 가사 속 캐릭터에 제대로 이입해 노래를 부르곤 한다"면서 "마찬가지로 '밤양갱'에서 비비는 노래 속 무드에 걸맞게 마치 개화기 시대의 가수에 빙의한 듯이 노래를 부른다"고 들다. 이처럼 비비는 절제 혹은 세련미가 우선시되는 일련의 흐름과는 달리 연기하듯이 노래를 제대로 부르는 것만으로도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여줬다.

임희윤 평론가 역시 "인기작이자 명작인 대중문화 콘텐츠를 살펴보면, 겉보기엔 쉽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이 살벌한 경우가 많다. '밤양갱'도 마찬가지인데, 음표 하나하나마다 다이내믹(셈여림)과 벤딩(bending)을 미묘하게 부여하며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구사하는 비비의 가창(또는 장기하의 보컬 연출)은 이 노래의 매력을 두 배, 세 배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라고 부연했다.

비비는 기존곡들인 '나쁜X' '비누' '홍대 R&B'에서도 R&B 보컬 특유의 완성도를 갖추면서도 한국어의 말맛을 잘 살리는 쿨한 발성과 독보적인 리듬감을 보여줬다. 임 평론가는 "진성 R&B 비르투오소 보컬, 사뿐사뿐 노래하는 케이팝 보컬의 두 가지 측면을 겸비하며 그 사이를 넘나들면서도 저 둘 중 어느 한쪽도 충분히 갖지 못하기 쉬운 '보편적이면서도 특이한' 노래의 결을 잘 살려내는 보컬이 비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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