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문예린 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2025 KBO리그 정규시즌 시상식 무대 위에 오른 노경은은 마흔한 살의 베테랑답지 않은 묵직한 포심 패스트볼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가족석을 향해 깊이 고개를 숙인 노경은은 마흔 살에 처음 개인 타이틀을 거머쥔 뒤에 이어 두 번째 홀드왕까지 품에 안으며, 아버지 노의귀 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노경은은 24일 시상식에서 홀드왕 트로피를 받은 뒤 선수들을 향한 특별한 당부로 소감을 시작했다. 노경은은 프로 입단했던 2003년 당시 아버지의 나이가 마흔아홉이었다고 언급하며 현재 아버지가 일흔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후배 선수들에게 부모님을 자주 찾아뵙고 좋은 시간을 보내 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홀드왕으로 처음 KBO 시상식에 섰던 노경은은 이번에도 수상 소감을 통해 아버지를 향한 감사의 마음을 드러냈다. 노경은은 KBO에서 주는 상을 받기까지 2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되짚으며, 22년 만에 아버지께 공식적인 감사 인사를 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경은은 스스로를 늦게 핀 꽃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커리어를 쌓아왔다. 2023시즌 38홀드를 기록하며 40세 8개월 15일 나이로 역대 최고령 홀드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24시즌에도 35홀드를 기록해 타이틀을 지켜내며 최고령 홀드왕 기록을 41세 8개월 13일로 다시 썼다.
노경은은 효도에 대한 마음도 늦게 자리 잡았다고 털어놨다. 2025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노경은은 예전에는 시간이 나면 놀러 다니기에 바빴고, 선수 생활을 연명하기에도 바쁘다는 핑계를 대며 부모님을 찾아뵐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말을 듣고 부모님을 자주 찾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자신처럼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경은의 커리어는 느리지만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2018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었지만 새 구단을 찾지 못해 FA 미아로 남았던 노경은은 2022년 SSG 랜더스에 입단한 후 3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았다. 이후 마흔을 넘긴 나이에도 호투를 이어가며 불펜 핵심으로 자리매김했다.
2022시즌 노경은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며 12승 5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SSG 마운드를 지탱했다. 202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홀드 사냥에 나섰고, 2023년 30홀드, 2024년 38홀드를 쌓으며 KBO리그 최초로 2시즌 연속 30홀드 이상을 달성했다. 이어 올해에도 35홀드를 추가하며 꾸준함을 증명했다.
노경은의 꾸준한 호투는 다른 베테랑 투수들에게도 큰 자극이 되고 있다. 노경은은 점점 나이가 드는 후배 투수들을 보며 스스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노경은은 자신이 끝까지 버티며 활약해야 후배 베테랑들에게도 길이 열린다고 설명했고, 다른 베테랑 선수들 또한 후배들을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노경은은 2년 연속 시상식장에 아버지를 모신 경험이 자신에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혔다. 노경은은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내년에도 열심히 던지겠다고 전하며 미소를 지었다. 불혹의 나이에 시속 140㎞ 후반의 포심 패스트볼을 던지는 모습에 후배 투수들이 놀란다고 전해진 가운데, 노경은의 진짜 무기는 효심이 깃든 패스트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2025/11/26 07:47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