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김도형 기자) 충무아트센터 개관 20주년 기념작이자 EMK뮤지컬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초연을 앞두고 베일을 벗었다.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600년에 걸친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 작품은 개막을 2주 앞둔 시점부터 예비 관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제작진은 무대와 음악, 캐스팅을 관전 포인트로 내세우며 올겨울 최고 기대작을 예고했다.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K-사극의 미학과 유럽식 대서사극이 만나는 독창적인 무대다. 엄홍현 총괄 프로듀서와 권은아 연출을 중심으로 한 창작진은 1막에 조선, 2막에 유럽을 배치해 조선의 미학과 르네상스 유럽의 감각을 한 무대 위에서 펼쳐 보일 계획이다. 서로 다른 두 세계를 한 작품 안에 구현하는 과감한 도전으로, 시각적으로도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무대 디자인 역시 서사와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남길 전망이다. 서숙진 무대 디자이너는 장영실에게 ‘집’ 같았던 조선을 ‘지붕’이라는 콘셉트로 표현하고, 낯선 유럽은 ‘지붕이 없는 광활한 곳’으로 대비시켰다. 조선 경복궁 근정전의 웅장함과 르네상스 건축미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지며 압도적인 이미지를 완성하도록 설계했다.
조명과 의상도 동서양의 대비를 극대화한다. 구윤영 조명 디자이너는 조선을 수묵화의 ‘번짐’으로, 이탈리아를 원색의 ‘유화’처럼 표현해 두 공간의 극명한 차이를 시각화했다. 여기에 오유경 의상 디자이너가 한복 고유의 미를 재해석한 의상을 더해, 조선과 유럽이 공존하는 환상적인 미장센을 구현한다. 제작진은 이 조합을 통해 관객에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할 계획이다.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 주법으로 풀어낸 ‘축제 같은 음악’이다. 작품의 음악은 우리 고유의 정서를 현대적인 어법으로 풀어내는 데 집중하면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색채를 동시에 지향한다. 이를 통해 극 중 인물들의 서정적이고 섬세한 감정을 촘촘하게 그려낼 전망이다.
이성준 음악 감독은 대취타와 밀양 아리랑 같은 전통 음악을 현대적인 오케스트라 사운드와 팝 감성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선보인다. 이 작업을 통해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만의 ‘축제 같은 음악’을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러한 음악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대를 살아가는 관객에게도 통용되는 보편적인 감정을 포착하며, 깊은 울림과 위로를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미 뮤직비디오와 리릭비디오를 통해 일부 넘버가 선공개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영실의 ‘그리웁다’, ‘떠나기 위해 존재하는’, ‘비차’와 세종의 ‘너만의 별에’, 진석의 ‘한복 입은 남자’, 정의공주의 ‘한 겹’ 등 주요 넘버들이 각 인물이 처한 상황과 내면을 효과적으로 드러낸다는 평가다. 자유롭게 꿈을 꾸며 희망을 노래하는 순간부터, 예기치 못한 이별 뒤 찾아오는 그리움과 고독의 정서까지 미리 엿볼 수 있어, 본 공연에서 펼쳐질 서사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세 번째 주목할 지점은 역사적인 창작 초연 무대를 책임질 황금 라인업이다. 모든 주요 배역이 1인 2역으로 설정돼, 시대를 초월해 반복되는 인간 군상을 입체적으로 그려낼 예정인 가운데, 베테랑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관심을 모은다. 각 배우는 서로 다른 시대와 공간의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며 폭넓은 감정 스펙트럼을 선보인다.
조선의 천재 과학자 영실과 비망록의 진실을 추적하는 학자 강배 역에는 박은태, 전동석, 고은성이 이름을 올렸다.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과학 발전에 힘쓴 세종과 비망록 속 진실을 좇는 방송국 PD 진석 역은 카이, 신성록, 이규형이 맡는다.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이 배우들은 밀도 높은 연기를 통해 자신만의 1인 2역 캐릭터를 구축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내며 명연기를 예고한다.
조연진의 구성도 탄탄하다. 장영실을 돕는 항해가 정화 대장과 비망록의 진실을 한때 외면하지만 다시 강배와 진석을 돕게 되는 마교수 역에는 민영기와 최민철이 출연한다. 이암과 교황 역은 김주호, 김대호가 맡아 무대의 무게감을 더하고, 정의공주와 엘레나 역에는 이지수, 최지혜가 캐스팅돼 극의 서정성을 책임진다. 만복과 토스카넬리 역의 윤선용, 박형규, 미령과 파올라 역의 손의완, 김연준까지 합류해 다층적인 인물 구성을 완성했다.
이처럼 환상적인 무대 미학과 한국적 정서를 품은 음악, 그리고 믿고 보는 배우들의 1인 2역 열연이 예고된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쌓아온 제작 노하우를 집약한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로 주목받고 있다. 조선과 유럽, 현대를 아우르는 거대한 상상력으로 올겨울 관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는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2월 2일 초연 무대를 올리며 관객과의 첫 만남을 시작한다.
2025/11/21 13:06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