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서승아 기자) ※ 해당 리뷰에는 ‘세계의 주인’의 줄거리와 결말 등 주요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줄평 : 사랑과 삶이 회복에 대한 윤가은 감독의 깊은 통찰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남기는 깊은 여운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세계의 주인’은 교실 안에서 키스를 나누는 10대 커플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남자 친구와 시간을 보낸 주인(서수빈 분)은 종이 치자 교실로 돌아와 친구에게 밝게 장난치며 학교 그 누구와도 잘 지내는 인싸다. 

인싸와 관종 사이, 속을 알 수 없는 열여덟 여고생 주인은 전교생이 참여한 서명운동을 홀로 거부하며 수호와 갈등하면서 의문의 쪽지를 받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벌어진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세계의 주인’은 영화 ‘우리들’, ‘우리집’을 연출한 윤가은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대본 없이 아역들이 극을 이끌어가던 점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대본 대로 성인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첫 영화다.

‘세계의 주인’은 현실에서 볼 수 있을법한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을 잘 활용해 오감을 자극한다. 밝고 천진난만하지만, 가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주인공 주인부터 따뜻한 사람이지만 어쩐 일인지 술에 너무 의존하는 듯한 엄마 태선, 동생에 대한 걱정이 지나친 듯 보이는 수호, 누나에게 오는 편지들을 어디엔가 숨겨 놓는 속 깊은 남동생 해인까지 러닝 시간 2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게 한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이러한 파동이 크지도 않으면서도 새로운 변화는 굴곡이 심한 서사가 없어도 흡인력 있는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윤가은 감독의 역량을 증명해낸다. 

윤가은 감독이 주인 역으로 발탁한 신예 서수빈의 놀라운 연기력도 캐릭터의 생동감을 더한다. 생각지 못하게 등장한 배우 고민시와 김석훈의 연기가 서수빈에 비해 과장되게 느껴질 정도로 서수빈은 안정된 연기력으로 극을 이끌고 간다. 영화 ‘벌새’에 출연했던 배우 박지후처럼 충무로 라이징 스타의 탄생이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주인은 서명을 강요하는 수호와 갈등을 빚으면서 처음으로 과거 사건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만, 친구들은 물론 담임 선생님도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다. 대신 사랑에 대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준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세계의 주인’ 속 주인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오히려 친구들과 헤어진 남자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한다. 이처럼 ‘세계의 주인’은 주인의 과거를 보여주지 않고 학교에 가고 태권도를 배우고 집안일도 돕고 봉사활동까지 하면서 자신만의 루틴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섬세하고 미묘한 주인의 감정의 결을 최대한으로 살린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어떻게 그 사람을 판단하냐는 수호를 향한 주인의 말처럼 영화는 단편적인 모습으로만 타인의 세계를 정의 내리는 편견에 대해 깊고 파고든다. 이와 함께 내 세계이자 삶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방법은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영화는 내내 작품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애쓰기보다 관객들에게 질문한다.

고심 끝에 진로에 ‘사랑, 다양한 사람을 만나 다양한 사랑을 경험해봤기 때문에’라고 적은 주인의 모습은 큰 사고를 겪고 상처가 아물지 않고 용서하지 못해도 주인처럼 사랑을 진로로 삼고 내 세계의 진정한 주인이 돼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관객들에게 심어준다.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마지막 쪽지는 물리적으로는 주인을 향했지만, 쪽지의 내용은 특정 인물이 아닌 모두가 각자 세계의 주인이라는 점을 일깨우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인 플랫폼(Platform) 부문에 한국 영화로서 최초이자 유일한 작품으로 초청되며 세계의 기대를 받고 있는 ‘세계의 주인’은 이달 22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되며 쿠키 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