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서승아 기자) ※ 해당 리뷰에는 ‘검은 수녀들’의 줄거리와 결말 등 주요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줄평 : 수치심을 깊게 파고드는 반전과 배우들의 강렬한 열연이 남기는 깊은 여운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는 어느 날 임영규(권해효)의 아들 임동환(박정민)에게 40년 전 실종된 얼굴조차 모르는 어머니 정영희(신현빈)의 백골 사체가 발견됐다는 한 통의 전화로부터 시작된다.

형사로부터 얼굴조차 몰랐던 어머니가 살해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임동환은 아버지 임영규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던 김수진(한지현)과 어머니 죽음의 진실을 추적하게 된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두 사람은 40년 전 어머니와 함께 청계전 의류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의 기억을 통해 가려진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장례식에 온 정영희의 가족들과 의류 공장에서 일했던 이들 모두 정영희의 얼굴에 대해 못생겼다고만 말하며 자세하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이가 없다. 게다가 남편이었던 임영규는 시각장애인으로 그녀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점은 관객들에게 흥미를 유발한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또한 ‘얼굴’은 작품 내내 정영희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임영규는 보지 못했지만, 그가 처했던 과거 상황을 있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이 영화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한다.

영화 ‘얼굴’의 원작은 연상호 감독이 2018년에 출간한 동명의 그래픽노블로 이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초기 세계관과 인간 내면, 사회적 폭력, 도덕적 복잡성 등 그의 작품 세계의 뿌리를 가장 원형에 가깝게 담아낸 텍스트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픽노블 ‘얼굴’은 못생겼다는 이유로 평생 따돌림을 당하고 기록에서조차 지워진 여성 정영희의 삶과 죽음을 추적하는 이야기다.

전각(도장)이라는 촉각의 기술, 사진 한 장 남지 않은 얼굴, 산업화의 그늘에 가려진 삶이 얽히며 ‘얼굴’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외모가 아니라 사회가 지워온 존재 전체를 상징한다.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얼굴’은 ‘보이지 않음’과 ‘지워짐’을 핵심 주제로 사회가 외면한 존재들을 어떻게 다시 기록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연상호 감독은 이 작품을 “가장 자유로운 상태에서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이자 자신에게 최초로 주는 선물”이라고 밝히며 반드시 영화화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처럼 영화 ‘얼굴’은 연상호 감독의 그래픽노블이 원작이며, 사회적 소외와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탐구하는 작품이다.

더불어 ‘얼굴’은 우리나라가 고도 성장해야 했던 시기인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 고도 성장을 위해 우리가 어떤 걸 무시하고 버리려고 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곱씹게 한다.

정영희와 임영규를 제외한 ‘얼굴’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어떤 추함과 못생김에 치를 떤다. 아울러 ‘얼굴’은 정영희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임영규는 시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받아온 차별과 혐오를 보여주면서 내면화된 폭력의 상징성을 드러낸다.

특히 정영희가 임영규에게 “나쁜 사람이 착한 척을 하면 착한 사람이야 나쁜 사람이야?”라고 묻는 대사가 이 작품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이 질문을 던지는 정영희를 제외한 인물들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어머니 몫의 유산을 챙기기 위해 장례식장을 찾은 이모들의 모습에 황당해하던 임동환은 아버지의 죄를 묻어버리고 정작 정영희를 살해한 줄 알았던 백주상은 범인이 아니었다. 

또 김수진은 특종에 눈이 멀어 취재 대상을 정영희로 바꾸지만, 이를 정의로 포장하려 든다. 이처럼 의도적이고 현실적인 이중성과 사람의 진짜 얼굴은 무엇인지 더 나아가 진짜 얼굴이 존재는 하는 건지 거듭 생각하게 만든다.

예산 2억 원, 스태프 20명, 촬영 기간 3주로 완성한 영화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얼굴’값을 하는 작품이다. 정영희의 ‘얼굴’이자 나의 진짜 ‘얼굴’을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도 그들의 잔상이 일상에서도 남게 한다. 화려한 스케일의 도파민보다 진득한 사색에 잠기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달 11일 전국 극장가에 개봉된 영화 ‘얼굴’은 15세 이상 관람가로 상영 시간은 103분으로 쿠키 영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