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서승아 기자) ※ 해당 리뷰에는 ‘파과’의 줄거리와 결말 등 주요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줄평 : 화려한 액션과 쓸모에 대한 깊은 고찰, 두 마리 토끼 잡은 감성 액션의 정석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약 40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모두 조각에게 계속해서 생겨나는 감정을 따라가면서 진행된다. 첫 신부터 조각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의 열연으로 강렬하게 시작하는 ‘파과’는 화려한 액션보다 유례없는 캐릭터 설정과 매혹적인 서사가 휘몰아친다.

지난 1981년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데뷔해 약 24년의 연기 경력을 가진 이혜영은 약 40년 동안 단 한 번의 실수도 저지르지 않은 전설적인 킬러 조각과 자연스레 닮아있다. 조각은 한때는 혼자서 28명의 장정을 단번에 해치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수전증으로 칼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얼굴 근육 떨림은 물론 격한 동작할 때마다 신음을 내뱉는다. 젊은 시절이었다면 손쉽게 제압했을 만한 상대도 안간힘을 다해야 대적할 수 있다.

반면 배우 김성철이 맡은 투우는 살인 청부업체 신성 방역의 떠오르는 별로 젊고 혈기가 넘쳐 조각의 전성기였던 어린 시절과 닮아있다.
영화 ‘허스토리 ’, ‘내 아내의 모든 것’,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장르의 연금술사 민규동 감독이 연출을 맡은 ‘파과’는 구병모 작가가 2013년 출간한 베스트셀러 소설 ‘파과’를 원작으로 했다.

영화도 노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노화와 인간의 쓸모에 대해 통찰하며 원작 소설의 주제 의식을 그대로 반영했다. 조각은 회사에서 자신의 효용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현역으로 활동하기를 고집한다.
조각은 자신의 일을 ‘벌레 잡고 아픈 사람 구원하는 일’로 칭하며 신성 방역 손실장(김강우 분)처럼 돈이 되지 않는 일은 거절하고 단순한 청부업체로 여기지 않는다.

조각에게는 큰 아픔이 있다. 식모살이로 전전하다가 처음으로 류(김무열 분)에게 ‘쓸모 있다’는 말을 들으며 청부업체에 발을 디딘 조각은 류에게 손톱이라는 호칭을 부여받았지만, 류가 세상을 떠나면서 조각으로 호칭을 변경하고 오로지 벌레보다 못한 나쁜 놈들을 죽이는 방역에만 집중해오며 노년에 이르렀다.
그러다 젊은 수의사 강 선생(연우진 분)을 만난 뒤 조각의 일상은 흔들린다. 쓰러진 조각을 치료해주다 조각의 정체를 알아챈 강 선생은 원칙대로라면 제거 대상이지만, 조각은 아내를 잃고 딸과 단둘이 살아가는 강 선생을 죽이지 못한다.
이어 누군가가 신성 방역에 강 선생의 청부살인을 요청하기까지 이르렀지만, 조각은 강 선생의 주위를 맴돌 뿐 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조각의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투우도 강 선생 가족의 주변을 맴돈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보던 투우는 제대로만 싸운다면 단번에 조각의 숨을 끊을 수 있음에도 마치 사냥 과정을 즐기는 포식자처럼 그를 괴롭힌다. 심리 게임으로 시작된 둘의 싸움은 후반부로 가면서 고조되고 마지막에는 칼과 총기까지 동원된다.
조각은 신체적 악조건에서도 연륜을 바탕으로 고수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주변 사물을 잡히는 대로 집어 상대를 내려치고 비녀로 정확하게 급소를 노린다. 특히 조각이 밧줄을 쥐고 높은 건물에서 뛰어내리며 사격으로 여러 명을 쓰러뜨리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이혜영의 첫 액션 영화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당시 트리시아 터틀 집행위원장도 조각 역을 맡은 이혜영에 대한 연기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 요소로는 조각과 투우가 ‘파과’를 다르게 대하는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 선생의 어머니는 과일가게에 온 조각과 투우에게 모두 각각 멍이 든 과일인 ‘파과’를 “오래돼서 쭈글쭈글한데 맛이 더 좋다”라고 말하며 건넨다.
이에 투우는 조각에게 “같은 돈 주고 누가 이걸 사 먹어”라며 밝힌 뒤 ‘파과’를 내던진다. 반면 조각은 “누구는 늙고 쓸모없어져도 버리지 않는다던데”라고 전한다. 이는 투우는 죽음을 맞이했지만, 조각은 현역으로도 계속 활동하는 결말을 암시하는 것과 동시에 ‘부서지고 사라지는 존재이지만 상실을 사랑하는 거도 나쁘지 않다’라고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가 마음속 깊이 박히게 한다.
노년의 여성 킬러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와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깊은 여운을 남길 영화적 메시지를 선사할 ‘파과’는 이달 30일 전국 극장가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2025/04/26 00:04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