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서승아 기자) ※ 해당 리뷰에는 '폭락'의 줄거리와 결말 등 주요 장면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한줄평 : 故 송재림의 재발견, ‘폭락’할수록 극대화되는 연출력과 연기력
‘폭락’은 50조 원의 증발로 전 세계를 뒤흔든 지난 2022년 루나 대폭락 사태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물의 영화다.
‘폭락’에는 배우 안우연, 민성욱, 소희정, 차정원, 오정연 아나운서 등이 출연하며 故 송재림의 유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루나 대폭락 사태를 일으킨 인물이자 송재림이 맡은 양도현 역의 일대기를 그린다. ‘폭락’은 범죄자를 미화하지 않기 위해 모든 자극적인 요소를 덜어내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과 달리 다소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인 영화다. 하지만 그만큼 ‘폭락’이 갖는 메시지와 질문이 더 깊숙이 대중들에게 다가온다.
양도현은 엄마 옥자의 열성과 본인의 타고난 욕심으로 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으로 위장 전입한 인물이다. 벤츠를 타고 다니는 부자이면서 장애 혜택을 받아먹던 친구에게 교환학생의 기회마저 뺏기고 그 친구가 진짜 장애인이 아니었단 걸 알게 된 후부터 정부 지원금의 맹점에 눈을 뜬다.

대학교 창업동아리에서 만난 동기 강지우와 함께 청년, 여성, 장애 등의 가산점을 악용해 청년 창업 지원금을 수급하고 창업 지원금은 나랏돈으로 망해 보라고 주는 눈먼 돈이라는 점을 간파해 의도적으로 고의부도와 폐업을 전전한다.
투자자 케빈에게 억대 후원받는 암호화폐 벤처를 창업한 양도현은 야망에 이끌려 마미(MOMMY) 코인을 개발해 역대 최고치의 실적을 내지만, 알고리즘과 불완전 이자 수익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모니터가 들어오게 되면서 위기를 맞이한다.

영화는 국내에서만 28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피해자가 발생한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라는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만큼 양도현을 한탕주의가 만든 거대한 붕괴로 몰아간다.
양도현은 기대라는 단어에 가장 크게 반응한다. 장애 혜택을 받아먹던 친구가 휠체어에서 일어나 ‘기대에 부응해야지’라고 말한 걸 듣고 집으로 돌아온 양도현은 엄마에게 ‘나한테 기대하는 거 없어?’라며 묻고 엄마는 ‘기대하는 거 없어’라고 답한다. 엄마의 답을 듣고 방으로 들어온 양도현은 ‘기대에 부응해야지’라는 말을 다시 떠올리고 가족을 떠나고 어머니와 강지우의 존재를 지우려고 한다.

‘폭락’은 양도현이 붕괴하기 시작하면서 현해리 감독의 연출력과 송재림의 연기력이 더욱 극대화된다. 교복과 정장을 입은 양도현부터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를 맞이한 뒤 폐인에 가까운 양도현까지 송재림은 상황이 급변할수록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준다.
현해리 감독도 가상자산 시장의 폭락을 다루기 위해 철저한 사전 조사와 법률 사례를 바탕으로 정밀한 검토와 법률 자문받은 만큼 루나 대폭락 사태가 가져온 사회적 파장과 개인의 비극을 더 깊이 있게 그려낸다.
특히 ‘폭락’은 루나 대폭락 사태를 일으킨 인물을 그리지만 양도현에 대해 미화는 하지 않는다. 양도현은 마지막까지도 자신의 변호인에게 자신은 범죄자가 아닌 사업가라고 변명한다. 이 같은 양도현의 모습은 사기를 친 사람의 잘못인지, 사기가 아니라고 믿은 사람의 질문인지, 이런 문제를 투과하는 시스템이 잘못인지 ‘폭락’을 보는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루나 코인 사태라는 뜨거운 시대적 화두와 이를 둘러싼 인간의 욕망, 그리고 무너지는 신뢰를 강렬하게 그려낸 ‘폭락’은 실화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큰 현실감을 안겨주며 우리 시대의 단면을 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또 ‘폭락’은 달을 뜻하는 루나의 의미를 되새기듯 양도현 눈동자에 비치는 달 장면이 반복 등장하면서 송재림의 공허한 눈빛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기억에 오래 남게 한다.
전 세계를 뒤흔든 루나 코인 대폭락 사태를 그린 ‘폭락’은 이달 15일에 개봉한다.
2025/01/06 23:36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