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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PD수첩' 건물주와 벼랑끝 노포들, "안전망 없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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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조현우 기자)
'PD수첩'에서 건물주와 노포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했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

20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에서는 을지로 골목의 노포이자 '노가리와 생맥주집'의 시초가 된 가게가 마주한 위기를 주목했다. 30년 단골도 자신들을 "그리 오래된 게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로 오랜 단골들이 많은 을지OB베어 노가릿집은 80년대부터 대를 이어 장사를 해온 곳이다.

2018년 이후, 건물주의 청천벽력같은 "계약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떨어진다. 평소 관계도 좋았기에 갑자기 그런 이야기가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는 강호신 사장. 강호신 사장은 아버지 때부터 이어온 가게를 지키고 싶어 만나주셨으면 한다고 통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건물주인 박OO 씨는 "너무 늦지 않았냐"고 답해왔다.

강제철거를 막아준 것도 단골 손님들과 이웃이었다. 대한민국 최초의 생맥주집인 이곳은 '백년가게'라고 단골들은 소리를 높였다. 강호신 사장은 아버지 강효근 사장의 장사철학을 그대로 이어오며 을지로 골목의 주민들과 단골들에 보금자리와도 같은 가게를 이어가고 있었다. 노가리 가격만큼은 계속해서 옛날 그대로 1천원을 유지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이어 35년 동안 철공업을 했던 조무호 사장은 을지OB베어 강제집행을 막던 상황에 대해 전한다. "안 막아줄 수가 없었다"고 조무호 사장은 말한다. 25년 공구상을 한 김지수 사장 또한 "저는 오히려 끝까지 남아주셨음 좋겠어요. 저희들도 최대한 끝까지 버틸 거예요. 요즘 사람들 '상생'한단 얘기하잖아요"라고 얘기한다.

정철승 변호사는 "성실하게 월차임 계속 지불했고 건물주의 희생이나 불이익을 강요하는 것도 아니고, 건물주한테도 기존 임대료의 2배까지 주겠다고까지 말하고 있는데. 이게 원만히 해결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것"이라 말한다. PD수첩은 건물주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다.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겨우 연락이 닿았다. 김경희 PD가 박OO 씨와 통화를 하게 됐다. "을지OB베어가 나가면 어떤 가게를 할 예정이시냐"고 묻자 박OO 씨는 "커피숍을 할 예정"이라 답했다. 박OO 씨의 딸 김OO씨는 전화를 바꿔 받아 "선생님이 그렇게 하는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며 "을지OB베어에서 시켜서 하는 건지 어떻게 아냐"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흔한 갈등처럼 보이지만, 여기엔 다른 점이 있다. 을지로 노가릿집에는 건물주를 움직이는 또 다른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을지로 노가리 골목, 7개의 A호프가 눈에 띈다. A호프 사장님이시냐 김경희 PD가 묻자, 직영점 사장은 "대표로 관할하는 회장님이 따로 계시고 저는 사장으로 있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A호프 사장은 "방회장님 아니었으면 힙지로 이런 걸 하지도 못했다"고 말한다. 방회장은 바로 방종식 회장. 방종식 회장은 "내가 재작년에 3-4억 흔히 벌었어. 한 달에 그러니까 재작년에만 40-50억원 이상 벌었어"라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이러한 강제 철거 등에도 방회장이 관련있단 소문이 골목에 파다하다.

을지로 인근 상인은 "을지OB베어를 쫓는 조건으로. 저게 원조거든. 근데 그 원조를 내쫓는 조건으로 A호프가 임대료 2배 준다고 하니까 건물주는 좋다고 하고. A호프 거리를 만든다고 하더라고"라고 제작진에 전했다. 이어 제작진은 건물주 박OO 여사와 방종식 회장을 만나게 됐다.

"어떻게 방회장님이랑 같이 계셨어요?"라고 김경희PD가 묻자 방종식 회장은 "전화 왔다길래 그냥 나오시라 했다"고 얘기했다. 김OO(가명) 씨이자 아들은 "어쩔 수 없어요. 같은 편을 탔잖아요"라고 말한다. 방종식 회장은 김경희 PD와의 미팅에서 건물주보다 목소리를 더 높였다. "X같은 인간들이기 때문에 나는 상대 안 해요. 녹음하세요. 왜? 저는 싸움하기 싫어요"라는 방회장.

건물 지분을 확인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상당수의 지분이 방종식의 딸 이름으로 되어 있던 것이다. 방종식 회장은 "저희가 3억원 갔어요. 당신이 이것을 갚지 못하면 당신 지분을 나한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했다. "방회장님도 그 지분을 갖게 되시는 거고 건물주 중 한 분이 되시는 거네요"라고 김경희 PD가 정리해 묻자 방종식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강제집행에 들어가는 돈 일부를 빌려준 방종식 회장. 한편 을지로 골목의 다른 가게들도 을지OB베어와 비슷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이어 남은 건 을지OB베어 뿐이다. 방회장은 그 자리에 들어가겠단 의지를 밝혔다. 김OO 씨와 박OO 씨(건물주 가족)는 "솔직히 그쪽도 목적은 돈 아니냐"고 말하며 "을지OB베어가 들어와서 건물 가치가 올라갔다 생각하는 모양인데 우리한테 뭘 해줬냐", "건방져"라고 얘기했다.

요리연구가이자 오래된 가게를 연구하며 음식 평론가로 알려진 박찬일 셰프. 박찬일 요리연구가는 "한 개인의 가게가 개인의 가게를 넘어서 도시의 역사를 이루는 한 인자가 되는 거에요. 그게 우리가 얘기하는 노포가 되는 거고 노포는 생각보다 공공성이 있는 거에요. 우리가 오랜 시간을 얻어서 만든 힘겹게 얻은 것을, 법률의 이름으로 잃는 건 모두의 손해"라고 전했다.

강제집행을 진행하겠다는 방종식 회장과 박OO 씨. "보통 일이 아니지 않냐"고 김경희PD가 묻자 "돈이 많이 깨지죠. 조용히 나가줘야죠. 만약에 우리가 강제집행해서 사람 다치잖아요? 본인 책임도 있어요. 우리가 고소할 겁니다"라고 말하는 김OO 씨다. 을지OB베어 강호신 사장은 "아버지한테 그렇게 받았어요. 손님하고 신뢰를 저버리지 말 것. 신뢰를 저버리지 말 것. 남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 상황이 이러지 않으면 이런 것들이 다 좋은 쪽으로 생각이 들었고, 열심히 사셨구나 이런 생각이 들텐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상인들의 살길은 코로나 이후 더욱 막막해졌다. 청량리수산시장 30년차 상인은 월세만 150만원을 넘게 낸다며 30%가 올랐다고 전했다. "세를 올린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못 합니다, 깎아주세요, 이랬더니 나가세요. 이러더라고. 우리가 어딜 나갑니까. 무조건 나가라고 그러면.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횡포를 놓는 거야. 그게 갑질입니다"라고 상인들은 얘기한다.

감정평가사 조정흔 씨는 "건물주가 나가라면 나가야 되고 임대료 올려달라 하면 올려줘야 하고 제대로 공시 안되고 그러다보니 장난치기도 쉬운 구조고. 상재거으로 임차인 보호규정은 미약하고. 그러니까 무법 천지다"라고 얘기한다. 이 일은 건물주가 바뀌며 일어난 일이라고 한다. 바뀐 건물주는 '대명'.

남성욱 변호사는 청량리수산시장 등 상인들의 계약 건 내용에,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에 대해 "당사자 의사의 합치로 만들어지는 건데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계약"이라 전했다. 청량리수산시장 35년차 상인인 조상훈(가명) 씨는 대명 측에 이어 강제로 떠나게 됐다. 

대명 측이 모델하우스를 짓는다는 자리는 원래 주차장 자리라고 한다. 그러나 모델하우스 예정 부지와 현재 냉장고 부지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 조상훈 씨의 주장이다. 냉장고 시설이 없어지면 사실상 장사 자체가 힘들다. 임대인은 한 조항 덕분에 임차인을강제로 내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요즘엔 임대인들이 이 조항을 계약서에 넣는 경우가 더욱 많아졌다.

"소송 하기 전에 화해했다. 화해가 아니라 제소 전 엄청난 갑질 조사라 보면 됩니다. 흔히 말하는 저항, 투쟁, 연대조차 할 수 없게. 무조건 나가게. 혹시라도 저항을 하면 잘못하면 빚더미까지 안게 되는 너무 충격적인 족쇄를 만들어놓은 것이죠"라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2020년 10월 29일 구 노량진수산시장 농성장 진압 현장 영상. 건물주와 상인 간의 갈등은 곧 물리적 충돌로 이어졌다. 상인들은 이 과정에서 큰 고초를 겪었다. 청량이 수산시장 역시 비슷한 상황을 밟을지 모른다. 청량리시장의 건물주 대명 건설 측을 찾았다. 대명 측이 청량리 측의 땅과 건물을 사들인 이유가 있었다. 김경희PD가 물으니 대명종합건설 관계자는 "거기가 재개발 구역이니까 나중에 전체를 매입해가지고 사업 목적이죠. 시행을 한번 해보려고"라고 말한다.

정부가 발표한 공공재개발사업 후보지로 청량리수산시장 쪽이 지정됐다. 임대인이 요구하면 2개월 안에 가대를 비우거나 강제로 철거 집행 가능한 조항에 대해 대명종합건설 측은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계속 영업하고 있잖아요. 재개발 철거될 때까지 영업해달란 거잖아요. 기간에 정함이 없으니까 이분들이 유리한 거지. 피디님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아요. 이 사람들 재개발 할 때 안 나가면 용산처럼 문제 생기는 거죠"라고 말하는 대명종합건설 관계자. 그들은 계약서에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가 사업이라서 사업 시행자 돼보려고 토지를 샀는데 나중에 안 나갈까봐. 이분들이 단지 삶의 터전이라 해서 마르고 닳도록 하고 싶다 할 수 있겠죠. 근데 세상사는 그게 아니죠"라며 대명 측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조항을 넣은 것에 대해서 얘기했다. 청량리수산시장에서 24년차 상인을 하고 있는 정재성 씨는 "저희는 말 못하고 그냥 자리를 비워줘야 합니다. 저희는 매일 하루같이 그쪽에서 혹시나 내보낼까 하고 진짜 노심초사 걱정이 많습니다"라고 말한다.

돈 몇십만원이 문제가 아니라며 30년차 상인은 전한다. "있는 사람은 몰라요. 진짜 이러고 살아야 되는 것인가 이런 생각도 많이 해요.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차라리 죽는 게 나을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상인들. 동대문구청이 나서서 수산시장 갈등을 해결할 수는 없을까.

구청 관계자는 "제가 생각하기엔 구차원에서 과차원에서 지원해주고 이런 부분은 없는 것 같다"며 "저희가 중간에 이런 계약내용이 너무 일방적이다, 이런 부분을 저희가 조치할 부분은 아닌 것 같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성신여대 지리학과 이자원 교수는 노포의 가치에 대해 말하며 "함께 상생하는 것. 이 상생에 대한 어떤 분위기를, 이걸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지자체의 몫이죠"라고 말한다.

생활연구소 소장은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10년까지밖에 보호를 안 해줘요. 5년에서 10년 늘면 뭐합니까. 지금 이런 가게들, 오래 장사한 가게들 같은 경우는 어차피 법 바깥에 있는 거예요"라고 말한다. 이어 국회는 또 다시 법을 개정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 개정 법률안 대안이 가결된 것.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는 사유에 코로나19 등 감염병 이유를 포함했다. 

법대로라면 코로나로 손해를 본 임차인이 임대료를 내려달라 요구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서울시 임대료 인하요청 또한 27건 중 4건만 성공했다. 차임 감액과 관련한 조정신청을 받은 임대인들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조정에 응하지 않겠다"고 해 조정이 더이상 진행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한다.

구본기 생활연구소 소장은 "퇴거보상제도라는 제도는 정말 상식으로만 따졌을 때 다 맞는 제도예요. 이 제도가 일본이나 프랑스 등의 나라들은 다 되어 있어요. 근데 우리나라는 '건물주가 권리 행사하겠는데 뭐', 이런 식으로 사고가 흘러가요"라고 말한다. 이어 제작진은 몇십년이 된 동네 책방을 찾았다. 

책방을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지켜왔다는 공씨책방 최성장 사장. "스물일곱인가? 그때부터 했을 거예요"라고 최성장 사장은 얘기한다. 젊었을 때부터 이모 최성장 대표와 일을 했던 장화민 대표. 두 사람은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있다. 이 책방에서 가장 오래된 책은 무려 1911년도의 책이다. 건물주의 소송으로 3년 전 자리를 옮겨야 했던 공씨책방. 강제 집행을 당해낼 순 없었다.

장화민 사장은 "그때 생각은 떠올리고 싶지도 않아요. 이것 때문에 권리 찾으려고 막 많이 싸우지만 결국 보면 다 쫓겨나고. 건물주 마음이니까"라고 말한다. "사유재산 침해할 수 없다, 해가지고 아무도 지켜주는 사람 없으니까. 스스로 내가 오랫동안 장사하고 싶고 대대로 하고 싶으면 조그맣게라도 내 건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상황이죠"라고 장화민 사장은 전한다.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PD수첩(피디수첩)'은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5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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