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님이 무엇을 지키다가, 무엇을 지키려고 저렇게 나가시는지를 저는 알 수 없다"
임은정 대검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은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총장님과 차장님, 불입건 의견을 이미 개진한 감찰3과장의 뜻대로 사건은 이대로 덮일 것"이라고 밝혔다.
임 부장검사가 언급한 사건은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한 모해위증교사 의혹이다. 이 의혹은 지난해 5월 당시 '한명숙 수사팀'이 재소자들을 사주해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가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했다"는 증언을 하도록 압박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임 부장검사는 한동수 감찰부장 지시로 주무 연구관을 맡아 이 사건을 집중 검토했고 A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기기로 했다. A씨가 기소되면 교사범의 공소시효가 중단돼 수사팀의 모해위증교사 의혹에 다시 관심이 쏠릴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2일 불기소 의견을 제시한 허정수 감찰3과장을 사건 주임검사로 전격 지정했고 기소 절차는 중단됐다.
A씨의 공소시효는 6일 만료되는 만큼 기소는 쉽지 않아 보인다. 허 과장은 A씨의 기소 여부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지 않았다.
임 부장검사는 SNS에 "총장님이 무엇을 지키다가, 무엇을 지키려고 저렇게 나가시는지를 저는 알 수 없다"고 썼다. 모해 위증교사 의혹을 받는 한명숙 수사팀에는 윤 전 총장의 측근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A씨보다 오는 22일 공소시효가 끝나는 B씨의 기소 여부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B씨는 위증교사 의혹을 부인한 A씨와 달리 스스로 검찰의 위증교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직접 법무부에 진정을 낸 당시 법정 증인이다.
임 부장검사가 사건 처리 주도권을 상실한 상황에서 기소 의견이 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검 지휘부와 감찰부 간 갈등이 부각되면서 또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사건 재배당이나 기소를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 장관은 "임 부장검사를 수사하지 못 하게 하는 건 그간의 대검 입장과는 좀 상반된 것"이라며 반감을 보인 바 있다.
이하 임은정 검사의 페이스북 게시글 전문
총장님의 사의 표명 기사를 뉴스로 접했습니다.
대검 1층 현관에서 총장님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는데,
출력해둔 총장님의 직무이전 관련 전자공문을 바라보며
참 씁쓸하더군요.
차장검사에게 직무이전 지시권한이 없다고,
차장검사 뒤에 숨지 말고 직접 지시하라고
전자공문 다시 결재 올리고
정정당당한 지휘 요청한다는 부전지를 붙여
총장실에 반려된 서류를 다시 들이밀었지요.
직접 나서시지는
차마 않겠지...
하는 기대를
아주 아주 조금은 했었습니다.
조영곤 검사장의 전철을 밟지 말라고
문자메시지도 보내고 메일도 띄웠으니
주저하지 않을까...
주저해 주셨으면...
싶잖아요.
직무이전 지시 서면 한 장
저에게 남겨두고 황망히 떠나시니
총장님이 지키고자 한 것이 무엇인지를
저는 이제 알 수 없습니다.
검찰측 재소자 증인들을
형사 입건하여 공소 제기하겠다는 저와
형사 불입건하는 게 맞다는 감찰3과장.
서로 다른 의견이었는데,
총장님은 감찰3과장을 주임검사로 지정했습니다.
만약, 기사대로 내일 처리된다면,
총장님과 차장님,
불입건 의견 이미 개진한 감찰3과장의 뜻대로
사건은 이대로 덮이겠지요.
총장님이 무엇을 지키다가, 무엇을 지키려고
저렇게 나가시는지를
저는 알 수 없지만,
저는 제 자리에서
해야 할 바를 계속 감당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