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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도 논란 “이미 주둔 중이었어…군사합의 위반사항” 행정 오류 vs 우리나라 땅 [팩트체크]

  • 장필구 기자
  • 승인 2019.08.3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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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구 기자] ‘함박도’라는 섬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함박도는 서해 5도 중 가장 작은 섬인 우도와 8km 정도 떨어져 있으며, 썰물 때는 우도와 갯벌로 연결된다는 작은 섬이다.

지난 30일 TV조선은 서해 함박도에 북한군이 포착됐다는 단독 보도를 내고, 시사 프로그램 ‘탐사보도 세븐’(이하 ‘세븐’)을 통해 무인도였던 그곳에 사람들이 돌아다니는 모습과 새로 지어진 건물이 담긴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방송 캡처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방송 캡처

TV조선 취재진이 군의 허가를 받아 함박도 인근 섬에서 촬영한 그곳에는 인공기가 펄럭였고 수상한 시설물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TV조선 측은 무인도였던 함박도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북한군 군인으로, 앞서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바 있다는 새 건물을 북한군 군사 기지로 추정했고, TV조선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이를 방사포와 해안포가 있는 군사 시설물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실질적으로 북한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는 함박도가 행정상으로는 우리 땅으로 돼 있다는 부분이다. 인터넷에서 함박도를 검색하면 서해 북방한계선 남쪽의 우리 영토로 표시되며, 등기부등본 상에는 인천 강화군 주소지고, 토지 소유권은 산림청 국유지로 돼 있으며, 국토교통부 전산망에는 ‘절대 보전’ 무인도로 관리되고 있고, 인근 섬의 일부 주민들도 ‘우리 땅’이라고 말한다고 한다.

지난 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함박도에 대해) 여러 가지 시끄러운 점이 있었는데, 이 섬이 분명하게 북방한계선 NLL 북쪽에 있는 거 맞느냐?”고 물었고, 정경두 장관은 “그렇다. 이거는 국토부의 지형정보 토지이용 규제정보 자료, 이 부분이 조금 잘못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 자리에서 박맹우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금 군사합의라고 해놓고 엄청난 위반을 하고 있는데 제대로 경고 한 번 했나? 완전 우리는 무장해제 당한 채 당하고만 있는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는데, 정 장관은 “왜 자꾸 우리 무장을 해제했다고 그렇게 말씀하시느냐? 우리가 무슨 무장해제를 했는가?”라고 답변했다.

이에 박 의원이 “사사건건 변호하고 변명하고 ‘과연 이게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장관이 맞나?’ 이런 생각이 든다”며 비난했고, 이에 정 장관은 “제가 언제 북한을 대변했나? 제가 언제 북한을 위하는 그런 이야기를 했나?”며 반발했다.

‘세븐’에 출연해 인터뷰에 응한 허남성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행정구역상으로 우리가 등록해놨으니까 우리 땅이라고 할 수 있고, 정전협정 상으로는 우리 관할이 아닌 섬이고. 서로 암묵적으로 비무장지대(DMZ)처럼 실효적인 지배를 하지 않고 있었던 거다. 그 애매한 점을 북한이 이용해서 함박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단 말이다”고 꼬집었다.

허남성 석좌연구위원은 또 “저는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정부가 만일 뭘 하려고 한다면 이렇게 제안하고 싶다. 그 지역을 비무장지대(DMZ)화 하자, 철거를 하라는 거다. 군 시설을 철거를 하고, 함박도의 군 병력도 철수시키고 그리고 그 지역은 그대로 비무장 상태로 두자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인배 협력안보 연구원 원장은 “서로 간의 긴장을 완화하고 화해하려면 위협 수위를 낮춰야 하는 것은 맞다. 맞는데 우리가 너무 빨리 빗장을 연 거다. ‘우리가 너무 서둘러서 연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바로 이런 것들이다. 함박도는 완전히 우리 눈을 속인 거 아니냐? 우리만 괜히 악수하고 신이 나 있었는데 북한은 대한민국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들을 차곡차곡 키워냈던 것이다. 지금 증명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또 “포문을 다 닫는 거로 했다. 덮개를 씌우고 문을 닫는 거로 그렇게 했다. 포문이 열리면 포가 나와서 ‘공격한다는 의사를 보인다’, 그렇게 간주하게끔 폐쇄 조치를 한 거다. 그런데 지금 사진으로 보면 개방돼 있다. 그 자체만으로도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우리 군사기지를 만드는 게 문제가 아니라 최소한 중립화시켜놓고 안전지대로는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함박도에 대한 논란은 최근 보수 성향의 유튜브 방송과 인터넷 커뮤니티 또는 블로그나 SNS 등을 통해 거론됐다. 이와 관련, TV조선의 보도에 앞서 KBS 팩트체크팀은 지난달 함박도를 둘러싼 이야기에 대해 심층 취재하고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함박도에 대한 팩트를 더욱 중립적으로 체크할 수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일부 보수층의 “북한국이 NLL을 넘어와 함박도에서 주둔 중”이라는 주장은 틀렸다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11년 발행된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의 자료에 1953년 NLL 설정 당시 9개 좌표가 나와 있는데, KBS 팩트체크팀이 이 지도를 통해 경계선을 구현해 본 결과, 함박도는 NLL 위쪽에 위치했다. 참고로 국방부는 NLL의 정확한 좌표를 군사상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NLL은 1953년 정전협정 당시 남북의 영토 구분을 근거로 설정된 선인데, 또 미국 국립기록물보관소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첨부지도 제3도’를 보면, 함박도는 지도에 그려진 도계선 위쪽에 위치하며 북한 관할로 정리됐다.

지난 1978년 만들어진 ‘미등록도서 및 지적공부 등록사업’ 문서를 보면, 당시 박정희 정부가 내무부기 지자체에 해당 사업을 지시하라고 한 정황이 담겨 있다. 함박도 역시 사업 대상이었고, 이때 강화군청 소속 도서로 등록됐다. 실무를 맡았던 강화군과 지적공부 등록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는 함박도가 등록된 자세한 배경에 대해, 따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아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S 측은 함박도 등록 배경에 대해, 북한이 지난 1973년 서해5도 주변이 북한의 수역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1977년에 일방적으로 200해리 수역을 확정하고 해상 군사분계선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러한 북한 측의 NLL 무력화 도발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 함박도를 우리나라 행정구역으로 등록했다는 가설을 내놓았다. 

‘세븐’ 측에 전화 인터뷰를 한 함박도 인근 말도 근무 병사는 “중간 중간에 한 번씩 큰 천막 같은 거였나, 저희가 있는 카메라로 당겨서 자세히 봐도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거기서 확인이 잘 안 된다. 뭔가가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그런 동향들은 다 확인을 하는데, 근무하는 사람이 별거 아니다 싶으면 그냥 놔두기도 하고 그런 때가 솔직히 있다. 종종”이라고 말했다.

앞서 KBS 측은 서해에 근무한 경험이 있는 해병들을 중심으로 접촉을 시도했다. 그 중에서도 1990년대에 연평도에 근무했다는 한 관계자가 자신이 근무할 당시에는 이미 함박도에 북한군이 주둔 중이었다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최소 20년 전부터 북한군이 함박도에 주둔했다는 말이 된다. 문재인 정부 때 북한군이 NLL을 넘어와 함박도를 점령했다는 일부 보수층의 극렬한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약 40년 전 함박도가 우리나라 행정구역으로 등록된 영향으로 북한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작은 섬의 공시지가가 오늘날까지 해마다 발표되는 오류가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KBS의 적극적인 취재의 영향인지, 국방부는 KBS 측에 “관계 부처들이 ‘행정 오류’ 수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갔다”는 공식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KBS는 지난달 26일 팩트체크 보도 후, 31일 후속보도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현재 관계자들이 법리 검토와 절차상 복잡성 등을 이야기하고 있어, 비판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속도를 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의도적인 가짜뉴스 생산과 확산은 잘못된 것이지만, 이러한 ‘행정 오류’를 수십년 동안 내버려 둔 정부의 조치가 그 빌미가 됐다는 부분이 더 큰 문제라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