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갓 태어난 아기의 미소는 기적처럼 느껴지지만, 육체적 피로는 기적의 환희를 뛰어넘어 내면마저 황폐하게 만든다.
밤새 서너 번씩 기저귀를 갈고 젖을 물리다 보면, 온몸은 중력 속으로 빨려들 듯 처진다. 여기에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찾는 아이들이 둘 더 있다면, 피곤은 극에 달하고 엄마라는 굴레를 가끔은 벗어던지고 싶어진다.
영화 ‘툴리’(제이슨 라이트맨 감독)는 독박육아에 지친 여성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린다. 출산과 육아 경험이 있다면, 공감 백배를 넘어 옛 기억이 떠올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지 모른다. 미혼이라면 엄마의 위대함을 새삼 느낄 법하다.
출산과 육아에 두려움을 느끼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마를로(샬리즈 시어런)는 뒤늦게 생긴 셋째 아이를 낳는다. 첫째 딸은 아직 신발도 제대로 못 찾아 신고, 둘째 아들은 남들과 조금 다르다. 직장에 다니는 남편은 밤마다 게임 속 좀비를 때려잡다가 곯아떨어진다.
집안일부터 세 아이를 돌보는 일은 온전히 마를로의 몫. 갓난아이를 안고 둘째 아들 학교에 쫓아다니고, 젖이 퉁퉁 불 때마다 유축기로 짜내고, 아기를 재우고 아이들의 저녁을 먹이고, 또다시 전쟁 같은 밤을 보내고….
자식을 남의 손에서 키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육아를 혼자 도맡아 하던 마를로는 마침내 폭발하고, 오빠가 소개해준 야간 보모 툴리(매켄지 데이비스)에게 연락을 한다.
마를로는 말한다. “20대는 꿈만 같죠. 그러다 쓰레기차처럼 30대가 다가와요. 앙증맞은 작은 엉덩이와 발이 임신할 때마다 반 사이즈씩 커지고 자유로운 영혼도 매력이 사라지죠. 외모도 추해지고요”
마를로는 한편으로는 수퍼맘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아이들에게 냉동 피자를 데워 먹일 때, 집안이 엉망진창일 때, 둘째가 밖에서 '톡특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 겉으로는 당당하지만 내심 죄책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