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고 쌍둥이, 정답 암기 후 시험 치른 것으로 조사…시험지에 깨알 답안 적혀있어

(톱스타뉴스 김현서 기자) 숙명여고 ‘시험 문제 유출 의혹’ 관련 쌍둥이 자매가 정답을 암기한 후 시험을 치른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서울 수서경찰서 측은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의혹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자매를 업무방해 혐의로 각각 구속·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5회에 걸쳐 정기고사 시험지 및 정답을 유출했으며 이를 숙명여고에 재학 중인 자신의 쌍둥이 딸에게 알려줘 학업성적관리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를 통해 시험문제 유출 정황이 나온 건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1과목, 1학년 2학기 중간·기말고사 각각 1과목,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3과목,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12과목(전과목) 등 총 18개 과목으로 알려졌다.

정황은 쌍둥이 자매의 정답 암기장과 시험지에 적힌 정답표, 휴대전화에 저장돼있던 영어 문제 답안 등이다.

특히 암기장에는 이들 자매가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한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과목들 정답이 빼곡히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문제별 정답을 암기한 후 시험지를 받을 시 ’깨알같이’ 적어놓은 것.

경찰은 “암기장에 시험문제 답안을 적어 외운 뒤 시험지를 받자마자 해당 정답을 적어두고 OMR 카드에 옮겨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채점을 위해 답안을 적어놓은 것이라면 이렇게 작은 글씨로 적을 필요가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포스트잇 등을 사용해 컨닝페이퍼처럼 새용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의심 중이다.

이 외에도 경찰은 쌍둥이 자매의 모의고사 성적과 학원 성적이 정기고사만큼 좋지 않은 점 역시 시험 문제 유출 정황이라고 판단한다.

휴대전화 메모장에서 2학년 1학기 영어 서술형 문제 답안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해당 메모가 시험 전에 작성된만큼 유출 근거가 된다”고 판단했다.

경찰 측은 “A씨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험 전 모두 금요일에 야근을 했다. 금요일에 다들 빨리 퇴근하기 때문에 이때 혼자 남아서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경찰은 A씨가 어떤 방식으로 시험지와 답안을 유출해 쌍둥이 자매에게 전달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 결과 복사기를 사용했을 가능성, 휴대전화로 촬영했을 가능성, 시험지를 보고 적었을 가능성 등을 의심 중이다”고 답했다.

지난 2일 경찰은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검찰은 당일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후 법원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구속의 상당성도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쌍둥이 자매와 관련 ‘미성년자’라는 점을 들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상태다. 

경찰은 “교육청에 이번 수사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바탕으로 시험문제 출제부터 보관, 결재, 채점 등 전 과정에 대한 보안지침을 마련하고, 시험지 보관장소에 폐쇄회로(CC)TV 설치 등 시설 보안에 대한 필요성을 통보할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