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창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가 뇌물 70억원을 추징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려 눈길을 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8부(강승준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선고한 신 회장의 뇌물공여 및 경영비리 사건 항소심 판결에서 “원심이 추징금 70억원을 선고한 것은 위법하다”고 밝혔다.
형법 134조는 범인이나 제삼자가 받은 뇌물을 몰수해야 하고, 몰수할 수 없을 때는 추징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1심 재판부는 롯데그룹에서 K스포츠재단에 추가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70억원이 뇌물이었다고 유죄로 판단하고, 이 돈을 추징한다고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롯데그룹이 지원한 70억원이 뇌물은 맞지만, K스포츠재단이 반환한 70억원이 ‘바로 그 뇌물’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해석했다.
뇌물을 준 사람에게서 추징하는 것은 ‘그 뇌물’ 자체를 고스란히 돌려받았을 때에 한정돼야 하고, 뇌물을 사용하거나 은행에 예치하는 등 ‘처분 행위’를 한 뒤에 같은 금액을 돌려줬다면 뇌물을 받았던 쪽으로부터 추징해야 한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돈을 송금받은 이후 돌려주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이를 인출하거나 소비하지 않고 그대로 보관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K스포츠재단이 해당 계좌로 다른 기업들의 후원금도 입금받았고, 직원들의 급여나 비용 등을 지급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추징하지 않는 이유로 롯데그룹이 뇌물을 돌려받았다고 해서 신동빈 회장에게 ‘부정한 이익’이 생기지도 않았다는 점도 꼽았다.
재판부는 “형법에서 몰수·추징을 규정한 취지는 범행으로 취득한 재산을 박탈함으로써 범인이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며 “추징의 범위는 범인에게 실질적으로 귀속된 이익에 한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뇌물공여가 개인이 아닌 롯데그룹의 이익을 도모하려 했던 점을 고려하면 70억원을 반환받았다고 피고인이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게 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보유한 지분 비율도 미미한 각 계열사가 70억원을 반환받은 것을 두고 피고인에게 이익이 실질적으로 귀속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