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TV포커스] ‘이리와 안아줘’, 가해자의 인권을 말하다

  • 안윤지/이예지 기자
  • 승인 2018.06.26 09:04
  • 댓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기용과 진기주 그리고 허준호로 살펴보는 가해자의 인권

[안윤지/이예지 기자] 윤희재의 말과 박 기자의 펜은 세상에 다른 이면을 알리는 것이 아닌 다시 한번 칼을 쥔 것이 아니었을까.

최근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가 높은 화제성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달콤한 드라마 제목과 상반되는 내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드라마는 한 살인사건으로 인해 엇갈린 삶을 살게 된 남녀의 기구한 운명을 그렸다.

특히 눈여겨 볼만한 부분은 연쇄살인범인 가해자의 사고방식, 그리고 가해자의 가족과 피해자가 지니고 있는 트라우마, 마지막으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진기주 (길낙원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공식 홈페이지
진기주 (길낙원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공식 홈페이지

한재이(진기주 분)는 과거 자신의 부모님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살인범은 다름 아닌 친구 채도진(장기용 분)의 아버지 윤희재(허준호 분)였다.

극 중 한재이는 “오빠 우린 일단 이러면 되는 거겠지? 우린 살아 남았으니까 이렇게라도 하루하루 살아가면 되는 거겠지? 우린 전부 그 지옥에서 살아 남았으면서도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살아가고 있으니까”라고 자신의 오빠 길무원에게 얘기한다. 한재이는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 가지만 그 누구보다도 씩씩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장기용 (채도진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공식 홈페이지
장기용 (채도진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공식 홈페이지

채도진에게도 상처가 분명히 있다. 경찰이 되기로 마음을 굳게 먹고 간 면접장에서는 바로 옆에 있던 지원자가 윤희재 사건을 들먹이기도 하고, 바로 앞에서 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채도진은 가해자의 아들로 살아온 지난 세월에 대한 원망 대신 지난날 자신보다 더 힘들었을 피해자에 대한 속죄로 남은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매회 보여준다.

특히 그의 트라우마를 극대화하는 건 바로 제3자인 박희경(김서형 분) 기자다.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자극적인 이슈를 쫓는 기자다. 박 기자는 수년 전부터 윤희재와 접촉 했으며, ‘연쇄 살인마의 고백’이라는 책을 발간해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며 자신의 이익을 취한다.

김서형 (박기자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캡쳐
김서형 (박기자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캡쳐

지난달 24일에 방영된 7-8회에서 채도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뒤를 쫓는 박 기자에게 “가해자에게 드라마틱한 무엇인가를 기대하지 말라. 사람 때문에 일상이 파괴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주지 못했단 죄책감에 목숨을 끊고, 평생을 갈기갈기 찢긴 조각처럼 살아가는 분들한테 그 더러운 포장 상자를 함부로 들이밀지 말라”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런 경고가 무색한 듯 박 기자는 채도진의 말과는 상관없이 한재이의 신상과 더불어 윤희재 인터뷰를 공개한다. 뿐만 아니라 박 기자는 한재이가 망치를 배달받고 (과거 살인사건과 관련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켰다는 사실을 알아내 이슈화 시켰다. 이 모든 것은 박 기자가 알린 일이지만, 결국 쏟아지는 비난을 받아내는 것은 가해자 윤희재의 아들 채도진이었다.

허준호 (윤희재 역), 김서형 (박기자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캡쳐
허준호 (윤희재 역), 김서형 (박기자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캡쳐

윤희재를 도와주며 끊임없이 가해자의 인권에 관해 주장하는 박 기자. 그로 인해 계속 고통받는 한재이와 채도진 그리고 피해자들.

박 기자가 말하는 가해자의 인권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도 몇 번 대두된 문제다. 정말 가해자에게 인권이 존재할까, 있다면 어느 정도까지의 범위 내에서 허용이 돼야 할까.

지난 2016년 일명 트렁크 시신 살인사건으로 불렸던 범인 김일곤(49)과 관련한 사건이 화제가 됐었다.

트렁크 시신 살인이란, 지난해 5월 초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서 자신의 오토바이와 접촉사고 문제로 시비가 붙은 김 모 씨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인을 계획, 피해자 주 씨를 유인책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주 씨가 도망치려고 하자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주 씨를 살해한 후 식칼로 시신을 훼손한 김 씨는 주 씨의 시신을 트렁크에 싣고 다니다가 같은 해 9월 11일 서울 성동구의 한 빌라에서 차량 트렁크에 주 씨의 시신을 둔 채 차량에 불을 질렀다.

윤희재가 버스정류장에 있던 한 여성을 납치한다 / 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캡쳐
윤희재가 버스정류장에 있던 한 여성을 납치한다 / MBC ‘이리와 안아줘’ 방송캡쳐

사건 당시 범인 김씨가 주 씨의 가족에게 꾸준히 했던 말이 있다.

“2013년 출소 이후 잘살아 보려고 했는데 억울한 일을 당해 이런 일을 벌였다”

“살인자에게도 인권이 있는 것 아니냐”

2011년 노르웨이 법원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연쇄 테러로 77명을 숨지게 한 테러범 브레이비크는 자신이 수감 도중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아 인권이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당했던 알몸 수색하는 것, 독방을 사용하게 했던 것 등이 자신에겐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느껴 노르웨이 정부를 상대로 유럽 인권재판소에 소송을 낸 것이다.

이에 법원은 “비인간적인 대우를 금지하는 것은 민주 사회의 기본 가치이며 테러범이나 살인자에게도 적용된다”며 브레이비크의 손을 들어줬다. 

가해자에게도 인권이 존재한다,란 말은 법적으로 명백하게 맞는 말이라는 소리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부정하는 것은 바로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트렁크 시신 살인사건으로 돌아가자. 

범인 김 씨의 이야기를 듣고, 주 씨의 가족은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 방송에 김 씨가 나왔을 때 저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반성의 기미도 없고, 하고 싶은 말만 할 뿐 아니라 너무 당당하다”

“살인자도 인권이 있다는 김씨의 말은 맞지만 최소한의 예의란 것이 있는 것 아닌가. 정말 너무 한 것 같다”

‘최소한의 예의’. 이것이 우리가 법과 다르게 판단하는 부분이다. 

장기용 (채도진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공식 홈페이지
장기용 (채도진 역) / MBC ‘이리와 안아줘’ 공식 홈페이지

‘이리와 안아줘’ 극 중 한 인물이 채도진에게 “아무리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어도 범죄자에게도 인권은 있고, 동정받을 여지는 있지 않으냐. 그들에 대한 어떤 이해의 시각이 없다면, 언제든 또다시 그런 괴물들이 생겨날 수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채도진은 “저는 지금까지 살인자의 자식으로 손가락질받고 살고 있다. 환경으로 따지자면, 저 역시 충분히 불행하다. 그렇다면 제가 만약 이 자리에서 두 분을 해쳐도 저 또한 동정받을 여지가 있는 거냐”라고 반박했다.

채도진이 말하는 바도 주 씨의 가족이 말한 의도와 같다. 사회란, 인간들의 공동체로 법으로 통제되지만, 양심과 도덕으로 통제되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 박 기자의 태도는 사실상 윤희재에게 다시 한번 칼자루를 쥐여준 것이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알 수 없으나, 아마도 꾸준히 윤희재는 자신이 인권이 있다고 외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에게 인권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