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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 러블리즈, ‘고슴도치’와 ‘WOW!’와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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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러블리즈(Lovelyz), 그냥 쇼를 즐겨요.
 
러블리즈(베이비소울, 유지애, 서지수, 이미주, 케이, 진, 류수정, 정예인)는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올해 첫 단독 콘서트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를 개최했다.
 
지난해 1월 데뷔 첫 단독 콘서트 ‘겨울나라의 러블리즈’를 개최했던 러블리즈는 1년 만에 다시 선보이는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를 통해 보다 알차고 업그레이드된 무대로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그들은 가장 최근 발표한 세 번째 미니앨범 인트로곡 ‘Spotlight’와 타이틀곡 ‘종소리’로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그리고 이날 ‘Hug Me’, ‘놀이공원’, ‘그대에게’, ‘안녕’, ‘아츄’ 등 팬들에게 사랑받는 곡들을 셋리스트로 구성해 100% 올 라이브 무대로 선보였다.

러블리즈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 콘서트 포스터 / 울림 ENT
러블리즈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 콘서트 포스터 / 울림 ENT

 

특히 이번 콘서트를 통해 러블리즈 멤버 8명 각자의 개인 무대도 공개됐다. 지난해 진행한 두 차례의 단독 콘서트에서 스페셜 유닛 무대를 펼친 바 있지만 멤버 전원의 솔로 스테이지는 이번 콘서트에서 처음으로 베일을 벗었다.
 
이번 콘서트에선 러블리즈 멤버 각자의 개인 무대가 공개돼 팬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첫째 날엔 베이비소울, 서지수, 정예인이, 둘째 날엔 유지애, 류수정, 이미주가, 마지막 날엔 케이와 진이 솔로 스테이지를 공개하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막내 정예인의 ‘성인식’ 무대부터 서지수의 드럼 솔로 독주까지 멤버들은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담은 개인 공연을 선보이며, 콘서트장을 찾은 팬들을 더욱 열광케 했다.
 
그 외에도 러블리즈는 다채로운 이벤트와 팬서비스로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이번 콘서트의 티켓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전회차 전석 매진됐을 정도로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작년 열린 ‘겨울나라의 러블리즈’, ‘LOVELYZ CONCERT Alwayz’에 이어 3회 연속 매진 기록 또한 계속 이어가게 됐다.
 
#서론

러블리즈 / 울림 ENT
러블리즈 / 울림 ENT

 

여기까지가 통상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는 이번 러블리즈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좀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이번 콘서트는 여러 가지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오고갔던 자리였다.
 
걸그룹 콘서트라는 것이 유명한 타이틀곡 무대, 평소 못 봤던 수록곡 무대, 스페셜 개인 무대, 멤버들 토크, 유쾌한 VCR, 엔딩 눈물바다로 구성된 공연임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는 그것만으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콘서트였다.
 
현장에서 느낀 대로, 그 자리에서 느꼈던 마음 그대로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할 것이다.

서론에서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톱스타뉴스가 보기에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여름콘서트에서 팬들과 영원을 약속한 러블리즈가 그 영원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 안에서 생긴 인간적인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콘서트였다.

#최선

러블리즈 / 울림 ENT
러블리즈 / 울림 ENT

 

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무엇보다 먼저 “러블리즈는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다.
 
톱스타뉴스는 지난해 여름 콘서트인 ‘LOVELYZ CONCERT Alwayz’의 세트리스트를 보고 ‘팬들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러블리즈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해당 공연의 세트리스트가 ‘영원’이라는 테마 아래 꽤 정교하게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일관성을 찾지 못했다.
 
대신 이번에는 그들이 짧은 시간 동안 가진 여건 안에서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읽을 수 있었다.
 
러블리즈는 신곡 ‘종소리’로 2017년 연말까지 활동했다. 지난해라고 하지만 신곡 활동과 콘서트 사이에 준비 기간은 길어야 한 달.
 
이 기간 동안에 러블리즈는 새 앨범에 담긴 수록곡 무대와 스페셜 개인 스테이지를 준비해야 했다.
 
그럼 기존에 연습이 돼 있던 노래들은 좀 수월했을까.
 
답은 ‘노’다. 러블리즈는 100% 밴드 라이브 무대를 추구하는 팀이다. 이번 공연 역시 시작부터 끝까지 밴드 라이브로 진행됐다.
 
같은 노래의 무대라도 음원을 깔고 하는 경우와 밴드라이브에 맞춰 하는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실제 밴드의 연주에 맞춰 공연한다는 것 자체도 걸그룹 입장에선 자주 있는 일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밴드 라이브로 무대를 할 때는 편곡부터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새롭게 연습을 진행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래에만 집중하고 다른 건 좀 소홀히 해도 될까. 춤추고 노래하고 예쁘기(!)까지 해야 하는 걸그룹 콘서트에서 그런 생각은 끼어들 여지조차 없다.
 
이번 단독콘서트는 개인무대와 앵콜 무대까지 포함해 하루 총 25개의 무대를 소화해야 하는 공연이었다. 그중 발라드와 개인무대를 빼고 봐도 안무와 라이브를 동시에 해야 하는 무대가 두 자릿수를 넘는다. 이와 같은 무대들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이 단 한 달.
 
당신의 기다림은 길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에게 한 달은 얼마나 짧은 시간이었을까.
 
그 와중에도 어쨌든 러블리즈와 스텝들은 최고의 공연을 준비하고자 했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기획자의 고심이 많이 느껴지는 공연이었다.
 
그중 무대 양 사이드에 사각형 LED를 설치해 무대 배경 그래픽이 좀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게 한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점이었으며, 이렇게 준비한 LED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고퀄리티 CG를 준비한 것도 칭찬 받을만한 부분이었다. 덕분에 아늑한 집 CG가 나왔을 때 그 공간은 정말 러블리즈를 위한 집 같았고, 정원 CG가 나왔을 때는 정말 전설 속의 ‘비밀정원’ 같았다.
 
또한 소품들을 끊임없이 재배치하면서 한정된 공간에서 색다른 매력을 주고자 노력한 부분도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무대의 위와 양 사이드에서 쉴 새 없이 준비한 소품과 세트를 꺼내고 집어넣었으며, 무대 뒤 이동식 계단 두개를 정중앙 나란히, 양 사이드, 중앙 사선 등으로 계속 재배치했다. 센스와 노력 둘 중 하나라도 부족했다면 이런 무대는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자원 안에서 느낌 있는 무대를 구성하기 위해 고민했을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고슴도치

러블리즈 / 울림 ENT
러블리즈 / 울림 ENT

 

다시 러블리즈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짧은 시간, 많은 곡과 완벽한 퀄리티를 모두 잡아야 했던 그들에게 ‘반동’은 없었을까.
 
프레스가 열린 1일차 공연 중에 러블리즈는 그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
 
준비 시간이 짧아 힘들었다는 정도의 언급은 하겠지만, 팬들 앞에서 그 시간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상하게 묘사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 때 쯤 엔딩 멘트에서 멤버 유지애가 의외의 말을 했다.
 
그는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러블리너스에게 보답하고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내가 너무 상해있더라. 이번엔 그래서 즐기면서 하기로 했다”라고 말해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리더 베이비소울은 “러블리너스가 우리의 팬이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앞으로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멤버 8인 모두 사연 가득한 말들을 많이 했지만 두 사람의 발언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발언들이 ‘아이돌’이 아닌 ‘사람’으로서 한 말이기 때문이었다.
 
다소 뜬금없지만, 두 사람의 엔딩멘트를 들으면서 떠오른 단어는 다름 아닌 ‘고슴도치’였다.
 
사람이 사람을 정의하는 말은 가지각색일 것이다. 그중 이 기사를 쓰는 기자가 정의하는 인간이란 ‘두 발로 걷는 사회-심리적 고슴도치’다. 그래서 고슴도치가 떠올랐던 것.
 
인간은 내면에 고슴도치를 키우고 있다. 이 고슴도치의 가시는 남뿐만 아니라 자신까지도 찌른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이 고슴도치들은 서로를 찌르지 않도록 충분히 멀리 떨어지면 완전히 행복해질까.
 
그랬으면 참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이 역시 정답은 ‘노’다. 이 고슴도치들은 어느 정도 상대와 가까이 있어야 서로의 체온 때문에라도 얼어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그러다보니 멀어지고 가까이 하길 반복하다 이윽고 ‘적절한 거리’를 찾게 된다. 모든 인간관계란 여기에서 시작하며 적절한 거리를 찾지 못한 인간관계는 폭력 내지 단절로 이어진다.
 
그것은 일반적인 인간관계가 아닌 아이돌과 팬의 관계일 때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야 아이돌들을 ‘K-POP 한류를 선도하는 역군’이라고 부르긴 하지만 ‘역군’이 되는 데에는 그만큼 험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것은 아이돌과 팬이 관계를 형성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 판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위 악성 개인팬이라 해서 특정멤버를 좋아하는 동시에 싫어하는 멤버에게 상처를 주는 팬들도 있고, 사진 찍는데 열중하다가 아이돌들을 가격하는 팬들도 있다. 멤버들에게 상처 되는 말을 하거나 질 나쁜 농담을 하는 팬들도 있고, 비밀리에 진행되는 일정임에도 용케 알아내서 스토킹에 가깝게 따라붙는 팬들도 있다.
 
아이돌들은 자신들의 입장이 있다 보니 ‘우리 팬들은 다 착해요’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착한 팬도 있다’ 내지 ‘착한 팬이 더 많다’ 정도가 정답에 가까울 것이다.
 
이런 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 감수하면서 연예활동을 해야 하는 것이 아이돌의 숙명. 다른 연예직군에 비해 팬들과 자주 만나고 친숙도가 높다보니 관련한 사고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것은 러블리즈도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보니 사실 러블리즈 입장에선 ‘비즈니스하게’, 그리고 ‘프로연예인답게’ 팬들을 대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에서 ‘아이돌’이 아닌 ‘사람’으로서 자신들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인간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전력을 다하다보면 자신이 상할 수 있다.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당연한 이치이지만 대체로 아이돌들은 이런 말을 하지 못한다. 그건 두말할 것 없이 ‘아이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지애는 이번에 그런 이야기를 팬들에게 직접 했다.
 
리더 베이비소울의 말은 어떨까. 통상적인 ‘아이돌 멘트’라면야 그냥 거두절미하고 ‘팬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겠다’ 정도가 정답이라 할 수 있다. 굳이 더 더하고 뺄 것도 없다.
 
하지만 베이비소울은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고민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러한 고민, 방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들은 그 무엇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이다.
 
#WOW

러블리즈 정규 2집 ‘R U Ready?’ 트랙리스트 / 울림 ENT
러블리즈 정규 2집 ‘R U Ready?’ 트랙리스트 / 울림 ENT

 

아이돌 판에서 ‘최애돌’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도 벌써 몇 년이 지났다. ‘최애돌’이란 최고로 애정 하는 아이돌이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엠넷 ‘프로듀스101’로 치면 ‘1픽’과 가까운 단어.
 
하지만 이 단어 이전에 가장 아끼는 아이돌을 지칭하는 단어는 따로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최애캐’. ‘가장 애정 하는 캐릭터’라는 말의 줄임말이다.
 
앞서 계속 ‘사람’ 이야기를 한 것은 대체로 연예인, 특히 아이돌들은 일종의 ‘캐릭터’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 어떤 캐릭터로써 사랑받아 먹고 살고 성공하는 것이 연예인의 업이긴 하다. 그건 러블리즈 역시 마찬가지.
 
케이는 팀에서 ‘애교 많은 꽃케이’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고, 유지애는 ‘무민+동안+음색깡패’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다. 베이비소울은 단신 ‘단호박 리더’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예인은 ‘키 크고 늘씬한 막내 고라니’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되지 않은 멤버들 역시 각자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러블리즈는 대중적으로는 청순요정이라는 캐릭터를 미는 걸그룹이고, 살짝 마니악하게 접근하면 ‘청순 컨셉 하는 비글돌’이라는 캐릭터가 있는 팀이다. 그리고 멤버 전원 라이브실력이 뛰어나 ‘라이브리즈’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특히 이 ‘라이브리즈’라는 별명의 진가를 이번 공연에서 유감없이 보여줬다)
 
아이돌이 이렇게 캐릭터를 세상에 어필하는 이유는 ‘이렇게 해야 사람들에게 쉽게 기억될 수 있고, 많이 사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사람은 ‘상대가 가진 효용’을 넘어선 그 무엇인가에 대해선 관심이 별로 없다. 그래서 ‘그 효용을 극대화한 무엇’이 돼야 크게 반응한다. 아이돌의 경우에는 주로 미모, 컨셉, 캐릭터, 노래가 그 효용에 해당한다.
 
1세대 조상아이돌들이 등장한 이후 이와 관련한 암묵적이고 암묵적이지 않은 약속들이 쌓여온 것이 현재의 아이돌판. H.O.T.-젝스키스가 활약했던 때를 기준으로 이제 약 20년 이상의 역사가 쌓였다.
 
하지만 역사가 그만큼 존재한다고 ‘캐릭터와 팬’의 관계에 ‘괴리’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아이돌들은 누구나 한없이 빛나는 존재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을 ‘찬양’할 권리와 ‘포기’할 권리는 모두 팬들이 가지고 있다.
 
각종 행사와 팬사인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인간적인 교감을 한 팬이라 해도, 그 팬이 다른 아이돌로 ‘환승’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것이 팬들과 ‘진짜 인간관계’를 고민하는 아이돌들이 감수해야할 산이다.
 
또한 아이돌의 경우에는 ‘자신이 선보이고 있는 캐릭터가 자신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연예인이 아닌 보통의 인간도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을 ‘연기’하곤 하는데, 아이돌의 경우에는 두말 할 필요도 없을 터. ‘팔리는 캐릭터’로서 자신과 인간으로서 자신의 괴리가 적은데 잘되기까지 하는 경우는 상당히 복 받은 케이스라 할 것이다.
 
팬의 입장은 어떨까. 90년대와 달리 현재 아이돌팬들은 네이버 브이앱, 유튜브, 음악방송, 리얼리티 등 다양한 콘텐츠로 내 가수들과 만난다. 방송 출퇴근길, 행사장 등에도 따라가며 내 가수들과 만날 수 있는 팬들. 하지만 그런 여건이 주어져도 심리적 포만감이 생기긴 어렵다. 대체로 열성팬은 자신의 아이돌과 좀 더 가까운 사이가 되길 원하기 때문. 하지만 팬과 아이돌 간에는 엄연한 거리가 있고, 거기서 만족을 못하면 여지없이 사건 내지 사고가 생긴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캡처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캡처

 

그리고 ‘위와 같은 팬들의 사례는 배부른 소리다’라고 할 팬들도 존재한다. 팬들 중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했던 파블로처럼 ‘러블리즈라는 걸그룹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는 이들도 있다. TV화면이나 컴퓨터로야 얼마든지 만날 수 있지만, 실제 육안으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극히 적거나 0에 가깝기 때문. 이런 경우 사람들은 ‘내 아이돌이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캡처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방송 캡처

 

콘서트에 대한 멘트 도중 이런 이야기는 왜 하게 됐을까?
 
그 이유는 엔딩멘트 중 서지수의 발언이 인상에 남았고, 그로 인해 떠오른 노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 서지수는 “러블리너스가 러블리즈를 궁금해 하는 것만큼, 우리도 러블리너스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 한다. 우리가 먼 존재라고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듣고 톱스타뉴스는 2017년 러블리즈의 정규2집 타이틀곡인 ‘WOW!’와 그 뮤직비디오가 문득 떠올랐다.

러블리즈 ‘WOW!’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러블리즈 ‘WOW!’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러블리즈가 이 ‘WOW!’를 소개할 땐 ‘2차원 캐릭터와 사랑’을 표현한 노래라고 하는데,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를 보면 그 2차원 캐릭터가 바로 아이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된다. 그 캐릭터와 사랑에 빠진 이는 물론 팬인 러블리너스.

해당 뮤직비디오에는 음반, 스마트폰, 컴퓨터 등 팬들이 주로 아이돌을 소비하는 도구들이 상당히 자주 등장한다. 또한 슬로건처럼 팬들이 자주 쓰는 도구들도 자주 노출되며, 가장 유명한 러블리즈 팬인 노브레인 이성우의 사진도 나온다. 사실상 뮤직비디오 제작진이 노래를 재해석한 셈. 뮤직비디오의 내용으로만 보면 이 ‘WOW!’는 타이틀곡인 동시에 팬송이었다고 할 수 있다.

​러블리즈 ‘WOW!’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가장 유명한 러블리너스인 노브레인 이성우의 사진이 담겨 있다.
​러블리즈 ‘WOW!’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가장 유명한 러블리너스인 노브레인 이성우의 사진이 담겨 있다.

 

이 관점에서 ‘WOW!’ 속 가사인 “사랑은 특별한 이차원 깊이를 알 수 없는 미스테리 그려왔던 모든 게  다 될 것 같은데 사랑은 이상한 이차원 눈물에 번져갈 스토리 너의 손을 잡아보고 싶은데”는 팬의 마음을 담은 가사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손을 잡아보고 가까이 하고 싶지만 냉엄한 차원의 벽 넘어에 있는 아이돌을 향한 사랑. 그것이 진짜 ‘WOW!’의 주제일지도.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에는 꼭 이런 현실적인 한계만 담겨 있진 않다.
 
‘WOW!’의 하이라이트 가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들리진 않아도 닿지는 않아도 내 맘을 이 풍선에 저 풍선에 담아 여기 Pop! 저기 Pop! Pop! Pop! Pop!
내 맘을 곱게 접어서 세우면 이 차원을 넘어 한 칸씩 한 칸씩 네 세상으로.


 
이 가사의 화자를 아이돌인 러블리즈라 규정한다면, 이 내용은 “현실적인 어려움은 분명 존재하지만 한 단계 한 단계 더 팬들(러블리너스)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포부로 해석 가능하다.
 
그리고 서지수의 저 발언에서 바로 이 하이라이트 가사가 떠올랐다.
 
어느 아이돌 콘서트, 팬미팅을 가나 아이돌들은 의례 “팬들과 함께 하고 싶고 더 가까이 있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된다.

​러블리즈 ‘WOW!’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러블리즈 ‘WOW!’ 뮤직비디오 영상 캡처

 

그러나 이번 서지수의 발언은 ‘희망’이나 ‘소망’보단 ‘부탁’에 가까웠다고 평한다. 여기엔 [팬들 스스로 아이돌과 팬의 관계에 선을 긋지 않길 바란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으며, 앞서 고슴도치 이야기하면서 언급했던 ‘적절한 거리’를 [너무 멀리 잡질 않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함께 담겨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 서지수는 그 누구보다 크고 날카로우며 독까지 품은 가시를 보유한 고슴도치가 됐어도 이상하지 않다. 팀의 데뷔곡인 ‘캔디 젤리 러브’를 발표할 때 즈음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이 말에 동의할 것이다.
 
누군가 서지수와 같은 일을 겪는다면 과연 타인을 쉽게 믿고 가까이 다가가려고 할 수 있을까. 일단 이 기사를 쓰는 본인은 그리 하지 못할 것이다. 철저히 마음의 벽을 치고 가시를 곤두세우며 누군가가 내 마음 가까이에 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리라. 일 때문에 필요하다면 일로써 프로페셔널하게 ‘연기’하면 그 뿐이다.

러블리즈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 콘서트 포스터 / 울림 ENT
러블리즈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 콘서트 포스터 / 울림 ENT

 

그러나 ‘겨울나라의 러블리즈2’ 속 서지수는 그럴 마음이 없어보였고, 아이돌과 팬의 관계를 넘어 사람 대 사람으로서 러블리너스와 가까워지려 했다. 앞서 팬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 베이비소울도 그러했고, 자신이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공연을 준비한 유지애도 그러했다. 멘트만 서로 달랐을 뿐 다른 러블리즈 멤버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러블리즈는 차원 넘어의 존재가 아닌 사람으로서 팬들과 ‘진짜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만들 수 있을지 고민 중이고, 불안해하고, 방황하고 있으며, 또한 성장 중이다.
 
그래서인지 톱스타뉴스는 러블리즈의 물오른 미모, 가창력, 퍼포먼스를 보면서 뜻하지 않게 상념에 잠겼다. 부족한 준비 시간에도 완벽한 모습을 선보이려 했으며, 팬들과도 진실한 관계를 만들려고 한 그들에게서 그 어떤 절실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머니볼

‘머니볼’ 포스터 / 컬럼비아 픽처스
‘머니볼’ 포스터 / 컬럼비아 픽처스

 

러블리즈는 작년 여름콘서트에 비해 유난히 ‘나이’ 이야기를 많이 했다. 98년생 막내 예인부터 95년생 케이까지 거의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멤버들이 엔딩멘트에서 나이 이야기를 했다. 한 살 더 먹은 만큼 더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 것일까. 진실이야 어쨌든 그 안에 ‘고민’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 누가 ‘러블리즈의 꽃’인 케이가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그런지 애교가 준 것 같다”는 말을 할 것이라 상상했을까.
 
이 고민에는 현실적인 면도 존재할 것이고, 감성적인 면도 존재할 것이다. 불안, 방황, 자책... 고민의 이름을 굳이 바꿔 부르자면 한도 끝도 없으리라.
 
톱스타뉴스는 그 모든 이름들을 굳이 한 단어로 함축한다면 그것은 진이 언급한 ‘자존감’이라고 본다. 이날 진은 “나는 자존감이 낮은 편이다. 그러니 러블리너스가 이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자존감이라는 단어도 딱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든 단어이긴 하지만, 굳이 문장으로 풀어쓰자면 ‘내가 잘하고 있다는 감각’ 정도 이야기 할 수 있다.
 
굳이 누가 들추지도 않았고, 심지어 콘서트를 본 팬들은 알아차리지도 못했건만 러블리즈 멤버들은 이날 자신이 실수를 많이 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것은 수없이 연습하면서 마음속으로 그린 완벽한 공연을 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한 자신을 향한 질책인 것일까.
 
모든 무대가 끝나고 커튼이 내려가는 그 순간까지 “사랑해”를 외친 러블리즈. 심지어 그들은 커튼이 거의 다 내려오자 바닥에 납작 엎드리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러블리너스들을 바라봤다. 커튼이 다 내려간 이후에도 한동안 그들의 “사랑해”는 그칠 줄 몰랐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 빛나는 아이들도 현재 무엇인가 부족한 부분이 있고, 그것을 채우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며, 그중에 하나가 자존감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이를 팬클럽인 러블리너스와 교감으로 채우려 한다는 것도 함께 느꼈다.
 
유지애가 엔딩멘트 시 상기한 고민을 털어놓자 한 러블리너스는 “지애 잘하고 있다”고 크게 외쳤다. 이에 유지애는 “‘지애가 싸움 제일 잘해!’ 그분 아니냐”(러블리즈 정규 2집 ‘R U Ready?’ 컴백 기념 쇼케이스 기념 브이앱 참조)고 답해 폭소를 유발했다.
 
‘놀이공원’ 속 유지애의 킬링파트가 나오면 러블리너스들은 어김없이 우렁차게 ‘관람차!’를 외치고, ‘아츄’ 무대에서 유지애가 “소중한 너의 친구라는 그 말이” 파트를 부르면 러블리너스들은 “소중한 너의 지애라는 그 말이”로 개사해 부른다. 이에 유지애는 본래 “참 싫다”라고 돼 있는 가사를 “참 좋다”라고 바꿔서 불렀다. 이러한 약속은 유지애를 포함한 러블리즈 8인 모두 갖고 있다.
 
이처럼 타인과 시간과 추억을 쌓아 만든 유쾌하고 끈끈한 약속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약속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기쁨. 이러한 기쁨을 느낄 때마다 아이돌이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자존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들은 이러한 이유로 자신이 가진 고민과 불안을 ‘팬들과 더 가까워지는 것’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공연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일단 여기까지인 듯하다.
 
다만 러블리즈에게 “누군가로부터 사랑을 받아 지금의 자리에 있는 것이긴 하지만, 그렇게 사랑 받는 것도 ‘본인들이 잘해서’”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러블리즈는 이제 단독콘서트도 세 번 이상하고 앨범도 몇 만장 이상 파는 탄탄한 걸그룹이 됐다. 가온차트 2017년 연간 앨범차트에 따르면 Lovelyz 2nd Album ′R U Ready?′는 44,874장, Lovelyz 3rd Mini Album ‘Fall in Lovelyz’는 43,687장을 팔았다.
 
요즘에야 전체적으로 걸그룹 팬덤이 탄탄해져서 크게 부각되진 않지만 걸그룹이 한 해에 약 9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는 것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주요기획사 걸그룹 몇 팀 제외하면 지금도 여전히 많은 팀들은 판매량이 천 단위 이상을 넘기질 못한다.
 
특히 걸그룹의 경우에는 한해에 데뷔한 걸그룹 중 단독콘서트를 할 정도로 성장한 팀이 딱 한 팀인 경우도 없지 않았으며, 이름이 익히 알려진 걸그룹의 경우에도 단독콘서트를 아예 하지 않거나 딱 한번만 하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러블리즈의 국내 단독콘서트 3회는 그 자체로도 매우 낮은 확률 안에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성장했음에도 앞으로도 더 가야할 길이 남은 것일 뿐, 지금까지 쌓아왔던 길도 분명 ‘잘해온 길’이다.
 
1일 차 공연 2층 1열에서 2층에 자리한 러블리너스들의 미소와 눈빛을 모두 눈으로 직접 본 톱스타뉴스의 보증이니 이것은 믿어도 좋다.
 
그리고 이번 꼭지의 제목이 ‘머니볼’인 것도 이러한 메시지와 관련이 있다.
 
‘머니볼’은 브레트 피트 주연의 영화로 실존 인물인 빌리 빈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메이저리그 만년 최하위에 그나마 실력 있는 선수들은 다른 구단에 뺏기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돈 없고 실력 없는 오합지졸 구단이란 오명을 벗어 던지고 싶은 단장 빌리 빈(브래드 피트)은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 기존의 선수 선발 방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머니볼’ 이론을 따라 새로운 도전을 한다.
 
빌리빈은 야구에 ‘세이버매트릭스’라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소위 ‘올드스쿨식’ 야구 운영법을 벗어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는 빌리빈.
 
하지만 영화 속에서 주로 조명하는 것은 그의 불안과 불만족이다. 빌리빈은 저비용 고효율 운영으로 마법 같은 20연승 기록도 만들고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했지만,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월드시리즈 우승)를 거머쥐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불만, 질책, 불만족으로 가득했다.
 
또한 영화 속 빌리 빈은 어릴 적 ‘올드스쿨야구’ 기준으로는 분명 유망주였으나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선수가 된 상처가 있었고, 경기를 보면 지는 징크스가 있었기에 메이저리그 야구팀의 단장이면서도 경기를 잘 지켜보지 못하는 괴로움도 존재했다. 능청스럽고 냉정한 야구단 단장이면서도 그는 한 없이 약한 인간이었다.
 
영화 막판에 피터는 그런 그에게 어느 타자의 타격 영상을 보여준다. 그 타자는 공을 때린 후 아웃 당하지 않으려고 전력질주하다 넘어진다. 그는 자신이 아웃된 것이라 생각했으나, 그 타자가 날린 타구는 홈런이 됐다. 홈런이 됐으니 아웃 당할 일이 없었는데 자기 자신만 몰랐던 것.
 
이 장면이 사실상 영화 ‘머니볼’의 핵심주제에 해당한다.
 
이 영화의 주제처럼 더 좋은 음악, 더 좋은 무대를 하길 바라는 것 이상으로 러블리즈가 부디 ‘자신이 잘한 점’을 똑바로 잘보고 충분히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사람’이길 빈다. 도와주는 사람,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진실로 느끼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기를.
 
이 기사의 마지막을 무엇으로 장식할지 여러 가지 고민을 해봤는데, 아마 이 노래로 마무리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이 노래는 ‘머니볼’의 엔딩곡이며 극중 빌리 빈의 딸이 그에게 들려주는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의 이름은 ‘더쇼’. 러블리즈가 처음으로 1위를 한 음악방송인 SBS MTV ‘더쇼’와 이름이 같다.
 
The Show - Lenka
 
I'm just a little bit caught in the middle
난 잠시 중간에 멈춰있을 뿐이에요

Life is a maze and love is a riddle
인생은 미로 같고 사랑은 수수께끼 같죠

I don't know where to go I can't do it alone I've tried
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And I don't know why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I'm just a little girl lost in the moment
난 한순간에 길을 잃은 한 소녀일 뿐이예요.

I'm so scared but I don't show it
난 너무 무서워요 하지만 그걸 보여주진 않아요.

I can't figure it out
난 알아낼 수 없어요.

It's bringing me down I know

그게 나를 힘들게 해요 알아요.

I've got to let it go
그냥 놔두려고 해요.

And just enjoy the show

그리고 그냥 쇼를 즐기면 되겠죠.

러블리즈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러블리즈 / 톱스타뉴스HD포토뱅크

 

러블리즈, 그냥 쇼를 즐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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