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이 영화가 그 자체로 밈(meme·온라인 유행 콘텐츠)이 됐으면 해요."
안국진(44) 감독에게 영화 '댓글부대'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그는 메시지에 관해 말하는 대신 소비 방식에 관해 얘기했다. 동문서답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안 감독이 말한 그 소비 방식이 곧 '댓글부대'의 메시지이기도 하니까. "영화가 온라인 게시물의 하나처럼 보였으면 합니다. 이 영화에 관해 관객이 얘기하고 그런 말들이 또 다른 게시물로 재생산 돼 퍼져 나가는 것이죠. '댓글부대'가 그런 놀이 문화가 되는 게 최상의 형태라고 봅니다."
안 감독이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댓글부대' 주무대가 바로 그 온라인 세계이기 때문이다. 기자 임상진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기업 만전그룹의 비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쓰지만, 이내 이 기사가 오보로 판명되고 온라인상에서 이른바 기레기로 몰리며 정직까지 당한다. 절치부심하던 그는 만전그룹이 인터넷 여론조작팀을 운용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취재에 나선다. 그렇게 임상진은 다시 한 번 만전그룹을 저격하는 기사를 쓰게 된다.
이런 얼개만 보면 임상진이 두 번째 기사로 반격에 성공해 정의를 구현하는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댓글부대'는 그런 작품이 아니다. 영화는 임상진이 쓴 두 번째 기사마저 오보로 몰아가며 관객에게 혼란을 준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이 작품은 가짜뉴스로 상징되는 탈(脫)진실 시대를 조명하며, 어떤 기사라도 온라인 게시물만도 못한 위치로 끌어내릴 수 있는 인터넷 여론에 관해 얘기한다. 안 감독이 '댓글부대'가 놀잇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한 건 바로 이런 영화가 얘기하는 시대상이 작품에 그대로 묻어나길 바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바로 이 영화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댓글부대'는 말하자면 현시대를 직시한다. 한국영화 중엔 '서울의 봄'처럼 근현대사를 재구성하며 그 과정에서 동시대성을 발견하려는 작품은 많지만, 관객이 살고 이는 바로 지금 이곳의 현실에 관해 얘기하는 작품은 사실상 없다시피 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현재 가장 시급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탈진실을 직접 건드리는 '댓글부대'에는 남다른 가치가 있다. 안 감독은 장편영화 데뷔작인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2015)에서도 당시 가장 자주 언급되던 'n포 세대'에 관해 얘기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안 감독은 "영화로 현실 문제에 관해 얘기하는 게 영화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썬 이런 방식이 가장 즐거운 영화 만들기 방식"이라고 말했다.
"사회 문제를 반드시 다뤄야 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영화가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제 영화가 그런 방향으로 계속해서 가는 건 제가 그런 식으로 영화 만들기를 원하는 거라고 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관해 얘기하는 걸 아예 빼놓고는 영화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겠죠.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뭔가를 비판하고 지적하겠다라는 게 아니라 어찌됐든 우리 삶의 한 부분이라도 떠올리게 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겁니다."
초저예산이었던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때와 비교할 때 손석구 같은 스타 배우가 주연을 맡은 '댓글부대'에서 안 감독의 화법은 분명 상업영화의 매끈함에 더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는 "예산이 커졌을 뿐 상업영화라면 이렇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식 같은 건 없었다"고 했다. "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들 때도 그 예산 안에서 가장 상업적인 선택을 했다고 봐요.(웃음) 다소 건방진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 소재로, 이 배우들로 할 수 있는 가장 상업적인 선택을 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들이 비슷하게 만들 수 없는 영화를 완성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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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톱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4/03/28 06:08 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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