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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Seori), '은하수를 삼킨 밤의 입김' 로킹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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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서리의 노래가 빚어내는 수많은 음들은 떼를 지어 듣는 이의 마음을 빼앗는다.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목소리는 빛나는 은하수를 가득 삼킨 밤의 입김 같다."

K팝 얼터너티브 싱어송라이터 서리(Seori·백소현)에 대해 이렇게 쓴 적이 있다. 그녀가 최근 발매한 미니 2집 '페이크 해피(Fake Happy)'를 듣고, 거기에 '불안한 아름다움'을 보태고 싶어졌다.

"열심히 달려온 결과가 허황된 가짜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의문을 노래"했는데 그건 완전한 절망으로 향하지 않는다. 고립돼 있는 듯해도 뭉근한 긍정 속에서 우리는 빛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감정의 다양한 결을 오가는 목소리의 농담(濃淡)으로 품게 만든다.

그건 향수가 짙은 음악의 영향이기도 하다. 빠짐없이 완성도가 탄탄한 네 곡이 실린 서리의 이번 '페이크 해피'는 에이브릴 라빈, 더 멀게는 앨라니스 모리셋까지 자장을 인정하며 '얼터너티브 록 음악의 적자'가 자신이라고 선언하는 음반이기도 하다. 그녀의 얼터너티브 록 음악에 대한 헌사는 '진짜 행복'이다. 근사한 일렉트로닉 팝의 연인이었던 서리가 이젠 조금은 더 열정적인 얼터너티브 팝 록의 연인이 됐다.

-미니 앨범으로 따지면, 4년 만입니다.

"일단 공백기가 길어져서 사실 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아직도 제 음악을 기다려 주실까' 생각부터 해서 '어떤 음악을 해야 될지'까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팬분들이 계속해서 응원을 해주시고 기다려주신 덕분에 앨범을 발매하게 됐습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좀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성숙해진 모습은 어떤 건가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록 장르를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보고 싶었어요. 제가 기존에 해오던 장르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신시사이저 사운드를 잘 활용한 팝이었어요. 이번엔 기존에 제가 잘 하던 것과 예전에 좋아하던 록적인 사운드를 저만의 방식으로 잘 융합하고 싶었죠. 그래서 음악적인 도전과 성장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씀 드리는 거예요. 내용적인 측면에선 좀 더 솔직하고 진솔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록 사운드가 서리 씨를 잘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요?

"네 맞아요. 제가 에이브릴 라빈을 통해서 팝송을 좋아하게 됐고 그로 인해서 '파라모어(Paramore)'나 '콜드플레이' 같은 록 기반의 밴드들을 많이 찾고 좋아하게 됐어요. 그런데 정작 제가 그런 음악을 제대로 보여준 적은 없더라고요. 이번 기회에 그걸 시도해보면 좋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또 기존에 하던 것에서 갑자기 달라지는 것보다는 새로운 걸 잘 융합해서 보여주게 되면 또 하나의 성장이 되지 않을까라는 목표를 가지고 작업에 임했습니다."
뉴시스 제공
-기존의 일렉트로닉 사운드는 서리 씨의 몽환적인 목소리와 잘 맞물려 시너지가 났어요. 이번에 창법도 바꾸려고 노력했나요?

"아무래도 록의 느낌을 내기 위해서 노력했어요. '브로큰' 경우엔 기존 섬세한 소리를 많이 썼는데 후반엔 록적인 감성이 있는 보컬 표현을 위해 연구를 많이 했죠. 지금까지 터지는 느낌을 많이 해본 적은 없는데, '브로큰'도 그렇고 '페이크 해피'도 그렇고 '킬 더 데이'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록의 향기가 짙게 묻어 있는 곡들이라 그 매력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나름 연구를 많이 했습니다."

-'브로큰'은 말씀하신 것처럼 서리 씨의 이전 모습과 새로운 모습이 공존해 있어 선공개 된 것인가요?

"그런 부분도 없지 않아 있긴 한데 '브로큰'이 선공개 된 이유는 겨울이랑 너무 잘 어울리는 곡이라서 그랬어요. 한겨울을 생각하면서 썼던 곡이어서 이 겨울이 지나기 전에 좀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죠."

-마지막 트랙인 어쿠스틱 팝송 '앤드 미(and Me)'는 서리가 프로듀싱까지 한 곡이에요. 앰비언트(Ambient) 요소도 느껴집니다.

"사운드를 많이 활용한 곡이에요. 첫 트랙인 '킬 더 데이'는 굉장히 밝은 곡이잖아요. 주제도 가볍거든요. '킬더데이'부터 마지막 트랙인 '앤드 미'까지, 외부에서 점점 저의 내면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으로 트랙 순서를 구성했어요."

-근데 서리 씨 보컬이 워낙 좋다 보니까 작사·작곡이나 프로듀싱 능력이 비교적 덜 조명되는 거 같아요.

"아쉽긴 해요. 개인적으로 열심히 작곡하는 것도 워낙 좋아해서요."

-원래 잘하시는 보컬 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뉴시스 제공
"보컬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원래는 섬세한 것에 치중했죠. 그런데 이번에 곡을 만들고 음반 작업을 하면서 욕심이 더 생기더라고요. 다양한 음악을 매력 있게 저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나에 구애(拘礙)받기 싫어서 계속 고민을 하는 편이에요. 장르에 따라 어떻게 불러야 매력 있게 느낄까 생각하면서 혼자서 여러 번 가이드 녹음도 해보거든요."

-영어로 된 가사 노랫말이 많은데 영어로 부르시든지, 한국어로 부르시든지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사를 혼자 작업하는데, 위화감이 없는 발음들을 우선 생각해요. 부드럽게 이어질 수 있는 발음을 찾죠. 만약에 튀는 부분이 있다면 대체어를 많이 찾아보기도 하고요."

-작곡은 다른 분들하고 같이 해도 작가적 기질이 강한 싱어송라이터는 작사는 도맡아 하시더라고요. 서리 씨 역시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되면 음반의 메시지나 틀을 구조적으로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거죠?

"맞아요. 한 앨범을 꾸리는데 특히 그런 것 같아요 음악적인 결을 맞추는 것이 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초반에는 멜로디나 트랙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제 음악을 들어주시는 분들의 댓글이나 반응을 살펴보고 작가로서 고민을 하다 보니까, 가사가 좋아야 곡이 오래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가사의 메시지가 정말 중요하구나'라고 생각했죠. 물론 이번 앨범의 사운드도 정말 신경을 많이 썼지만 내용적으로도 많이 신경을 썼어요."

-첫 트랙 '킬 더 데이' 모티브는 무엇입니까?

"'킬 더 데이'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가볍고 재치 있는 곡인데요. 딱히 일정이 없는 날 휴대폰 혹은 TV만 보다가 하루를 날려버린 것 같은 경험을 종종 하거든요. 그 마음을 그대로 옮긴 곡이에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가볍게 공감을 많이 해주실 거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또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요. 그리고 '데이(Day)'를 의인화해서 가사를 썼어요. 하루가 사람인 것처럼 표현을 했죠. 사이렌도 울리고 구급차도 오는 요소도 집어넣었죠."

-타이틀곡 '페이크 해피'는 어떻게 만들어진 곡입니까?

"모두 열심히 목적지를 향해서 앞만 보고 달려나가잖아요. 그럴 때마다 한 번씩 전 회의감이 밀려올 때가 있어요. '내가 잘하고 있나' '내가 가고 있는 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요즘 말로 '현타'(현실 자각 타임)라고 하는 감정들이 찾아오죠.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본 곡이에요. 제 일기장을 보다가 느낀 감정들을 담았죠. 가사 마지막에 어쩌면 행복이 우리 가까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문구가 있는데,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 때 이 곡을 생각하면서 '다시 나아가보자'라는 마음이 들었으면 했어요. 듣는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으면 했고요."
뉴시스 제공
-서리 씨는 '삶의 불확정성'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러버스 인 더 나이트(Lovers in the night)' 같은 이전 노래들도 그랬어요.

"'어디로 가야 되나'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확인도 많이 하고 과거에 연연하는 편이어서 그런 성향이 이번 앨범에서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요."

-요즘 젊은 세대에 록이 다시 유행한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어렸을 때 록하면 헤비메탈이나 하드록이 먼저 생각났는데 지금 젊은 세대는 얼터너티브 록이나 브릿팝을 먼저 떠올리는 거 같아요.

"얼터너티브 록이 헤비메탈이나 전형적인 록이 강세인 시대에 뭔가 다른 걸 제안하는 제안하면서 나온 장르잖아요. 저희 어릴 때 막 나오던 장르라 저희에겐 더 익숙하죠."

-'앤드 미'는 사운드와 메시지가 '물아일체'가 된 느낌이에요.

"금방 후루룩 썼던 곡인데, 메시지는 이래요. 제가 내성적인 편이어서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오히려 좀 고립감을 느끼는 편이거든요. 이 노래의 화자도 뚜렷한 이유는 없는데 그냥 막 외롭다고 느끼는 때가 있어요. 사람들 사이에 섞이면 '좀 괜찮아질까'라는 생각으로 사람이 많은 곳에 가서 있는데 오히려 더 외로움을 느끼게 되는 거죠. 벽이 있는 것 같다는 감정을 느끼면서 그 감정을 노래로 표현했어요. 처음에는 혼자 작업을 끝까지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제가 평상시에 곡들을 습작처럼 많이 쓰는 편인데 이 곡을 작업을 진행하면서 욕심이 좀 더 나더라고요. 한 개쯤은 저 혼자서 만든 트랙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죠. 이 곡을 쓰면서 미디 실력도 많이 늘었어요. 특히 '혼자 해도 충분할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너무 좋고 충분할 것 같다'는 응원을 받아서 용기를 낸 결과물이에요."

-서리 씨의 호흡을 더 길게 느껴보고 싶어요. 정규가 듣고 싶습니다.

"저도 정규를 언젠가는 아니 언젠가가 아니라 꼭 내야죠. 저도 모르게 정규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 같아요. 긴 호흡의 흐름을 어떻게 해야 잘 이어갈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을 하죠."

-미니 형태라도 앨범을 만들어서 내면 서리 씨의 고민이 어느 정도는 해결이 되나요?
뉴시스 제공
"완전히 해결은 안 되는데 약간의 해소는 되는 것 같아요. 친구나 주변 사람들한테 고민을 이야기하면 해소가 되잖아요. 그런 맥락이에요. 곡을 쓰는 걸로 무엇인가가 해결은 되지 않지만 감정적으로 묵은 마음을 벗어버리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이제 본인이 하고 싶은 음악을 더 할 수 있게 됐잖아요. 자신의 음악에 대한 자신감이 더 생겼나요?

"반반인 것 같아요. 사실은 이번 앨범 전에 싱글 '신데렐라(Cinderella)'(2022년 12월 발매)를 낸 이후 정말 '어디로 가야 될지 모르겠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어요. 도저히 어떤 음악을 해야 될지 모르겠다 싶어서 습작으로 되게 다양한 음악을 만들어봤거든요. 막막했어요. 그런데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불안하던 게 조금 진정이 됐어요."

-서리 씨는 해외에서 인기가 특히 많습니다. 유튜브 영상 등에 달린 댓글을 보면 외국어가 정말 많아요.

"신기한 기분이 들어요. 제가 데뷔 초에 88라이징(아시아계 음악을 북미에 소개하는 레이블)이랑 함께 활동을 하면서 해외 팬분들이 많이 유입된 것 같아요. 너무 감사하죠. 스펙트럼이 넓어진 거 같기도 하고요. 한편으로는 한국 팬분들의 사랑이 좀 고프기도 한 것 같아요. 사실 이번에 팬분들과 만나는 자리가 많았으면 해요. 제가 코로나 때 데뷔를 하다 보니까 팬분들을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페스티벌이든 공연이든 팬미팅이든 그 외에도 다방면으로 방송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제가 할 수 있는 걸 적극적으로 할 거예요."

-말을 논리정연하게 되게 잘하세요. 문장마다 근거가 있어요. 책도 많이 읽으실 거 같아요.

"추리 소설을 좋아해요. 범죄 스릴러 장르를 많이 읽어요. 그게 도움이 됐으려나요? 하하. 정유정 작가님의 '완전한 행복', '7년의 밤'을 재밌게 봤어요. 지금은 리안 모리아티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흥미롭게 읽고 있어요."



* 이 기사는 제휴통신사 뉴시스의 기사로 본지의 취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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