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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솔, '좋은 음악' 낭만 정공법…"필요한 이에게 언젠가 도착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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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노래는 다소 늦지만, 세상을 갖게 해준다.

이건 싱어송라이터 강아솔의 믿음이다. 그녀가 지난달 초에 내놓은 정규 4집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가 주는 신뢰이기도 하다.

시간이 썰물처럼 모두 빠져나간 듯 아무도 없는 곳에서부터 돌고 돌아 끝내 밀물처럼 인파 속으로 빨려들어오는 삶의 순환.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는 허무주의와 낭만주의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꼬리를 서로 물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역작이기도 하다.

이번 음반은 강아솔이 2018년 2월에 발매한 정규 3집 '사랑의 시절' 이후 무려 5년10개월 만에 내놓은 정규다. 솔직하게 얼어붙어 있던 시간의 잔해에 아파하면서도 상처를 입지 않은 담대함이 얼음 속 수정체처럼 박혀 있다. 그래서 이번 강아솔 4집은 겨울의 음반이기도 하다. 호호 불면서 귀하게 아껴 듣고 싶은 일곱 곡이 하얀 눈처럼 켜켜이 쌓여 있다.

다음은 최근 서울 서대문구 와우산레코드에서 만난 강아솔과 나눈 일문일답. 한동안 독립 뮤지션으로 활약하던 강아솔은 작년 11월부터 듀오 '옥상달빛' 멤버 김윤주가 대표로 있는 와우산 레코드 소속 아티스트가 됐다.

-윤주 씨랑은 원래 친분이 있었죠? 와우산 레코드에 둥지를 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회사 소속이 아닐 때는 윤주 언니랑 만나면 음악 얘기는 많이 안 했어요. 같이 즐겁게 놀았죠. 회사에 들어온 이후 여전히 좋은 언니지만, 회사의 장(長)으로서 좀 더 제 길을 같이 고민해 주시고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주세요. 저도 더 물어보고 의지하는 것들이 생겼고요. 그렇다고 관계가 크게 달라진 거 같지는 않아요."

-한동안 독립 뮤지션으로 지내다 울타리가 생겨 든든할 거 같기도 해요.
뉴시스 제공
"예전에 일렉트릭 뮤즈에 있을 때도 너무 좋았어요. 공동체에 소속돼 있는 게 든든했죠. 5년 동안 회사 밖에 있다가 다시 들어오니까 움직이는 시간이 더 많아졌어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내 편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더 자유로워진 거 같아요. 뭘 해도 지지해주고 응원해 주며 같이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용기를 주거든요."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전진희 씨가 프로듀서로 나섰어요. 두 분은 절친한 친구이기 하죠.

"고민되는 부분에서 진희 씨의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수용했어요. 자신의 호흡을 불어넣으면서 제 음악을 조화롭게 잘 펼쳐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요. 무엇보다 저는 의지하는 거 좋아해요. 음악은 다 함께 만드는 거라는 생각이 강하거든요. 다른 동료 음악가의 의견을 받고 그 사람들의 호흡이 들어가는 게 훨씬 좋아요."

-프로듀서로서 진희 씨의 장점은 뭐예요?

"타협을 안 해요. '적당히'라는 게 없어요. 섬세하고 음악도 공부했고, 자신의 것도 했지만 사람들과 협업도 많이 했기 때문에 소통하는 게 굉장히 편했고요. 특히 제가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되게 기다려줬어요. 그런 가운데 진희 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이 너무 충만했습니다."

-정규 앨범 발매 텀이 생각보다 많이 길었습니다.
뉴시스 제공
"원래는 빨리 나올 줄 알았어요. 테마들이 잡혀 있었으니까요. 처음부터 타이틀이라고 생각한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의 버스(verse)까지 한숨에 쓰기도 했고요. 근데 뒷부분을 도저히 못 쓰겠는 거예요. 한 3, 4년 걸렸나요. 제 나름대로 앞에서 할말을 다 해 너무 완벽하다고 생각하니까 뒤에서 할 말이 없는 거죠. 이 곡만 완성되면 뭔가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근데 너무 내밀한 곡이었고 너무 힘들 때 버스를 썼던 곡이었기 때문에, 다시 그 감정으로 들어가는 게 너무 힘들었죠. 그러다 보니까 회피하고 또 회피하고 그렇다 보니 세월이 너무 오래 흘렀어요."

-그러다 어떻게 후반부가 나온 거예요.

"마감이요. 이제 안 쓰면 안 된다는 마음이요. 빨리 털고 싶다는 마음이 진짜 강했어요. 앨범 제목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이잖아요. 전 이미 모두가 있는 곳에 도착해 있는 상황에서 '아무도 없는 곳'에 있던 때를 떠올리며 곡을 완성해야 상황에 있는데, 이를 빨리 끝내야 진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었을 거 같았어요. 2023년 안엔 무조건 내야 된다는 결심을 가지고 작업했죠."

-그럼 이 곡을 끝내 완성하시고 위로가 됐나요?

"위로라기보다는 한 권의 책을 딱 끝냈다라는 느낌이었어요. 그러니까 한 시절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래서 시원했던 것 같아요. '그때의 마음을 가사로 다 정리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했는데 가사로 정리된 그때의 마음을 보면서 '당시에 내가 진짜 많이 힘들었구나. 내가 가여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가벼워졌어요."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과 '모두가 있는 곳으로'는 페어링처럼 느껴집니다.
뉴시스 제공
"맞아요. 어떻게 보면 '아무도 없는 곳'에서의 정점이었던 '누구도 미워하지 않는'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심을 한 것이기 때문에 맞죠. 최근에 이승열 선배님의 라디오(EBS 라디오 '세계 음악 기행')에 출연했는데, '모두가 있는 곳으로'가 당신은 좋았다고 하셨어요. 그 이유가 이 곡이 앨범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하시더라고요. 제 친구들도 거기에 계속 머무르는 게 아니라 '모두가 있는 곳'으로 돌아와줘서 고맙다는 얘기를 자주 해요."

-두 곡의 또 다른 공통점은 현악('부다페스트 스코링 심포닉 오케스트라(Budapest Scoring Symphonic Orchestra)' 연주)가 중요하게 사용됐다는 점입니다.

"일찌감치 이번 앨범에 현(絃)이 들어갈 거라는 생각은 했어요. 저와 진희 씨가 현악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요. 현이 주는 특별한 감정이 있으니까 '현을 꼭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진희 씨가 먼저 제안을 해줬어요."

-1번 트랙 '어떤 겨울은 기타 독주곡인데, 이 형식으로 곡을 발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요. 인트로로 딱 좋더라고요.

"한 4~5년 전에 만든 곡이에요. 맨날 혼자 기타로 연주했던 곡이죠. 제가 힘들 때 여행 갔던 오타루 풍경을 떠올리며 만든 곡이에요. 눈이 쌓여 있는 풍경을 보는 마음이요."

-3번 트랙 '아무 말도 더 하지 않고'는 2019년 2월에 싱글로 발매했던 곡인데, 이번 앨범의 시작점과도 같은 노래입니다.
뉴시스 제공
"이전 회사에서 나오고 혼자가 된 상황에서 두려움도 크고 막막했어요.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던 시기에 권영찬 씨의 도움으로 만든 곡이에요.

-'헤어지지 말아요'는 진희 씨가 피아노 연주를 맡은 곡인데 '위드(with) 전진희'라고 명기해서 듀엣곡처럼 느껴집니다.

"'위드 전진희'라고 붙인 이유가 있어요. 원래 제가 피아노 반주를 직접 친 데모를 진희 씨에게 보냈는데 그녀가 '이 곡은 피아노와 보컬만 있어도 좋겠다'고 피드백을 하면서 피아노를 쳐서 보냈어요. 근데 이건 반주가 아닌 거예요. 그냥 하나의 또 다른 목소리처럼 느껴졌어요. 서로 서로 대화하는 듀엣 같은 거죠."

-'사랑은'의 노랫말은 안미옥 시인님이 쓰셨어요. 가사를 그렇게 잘 쓰시면서 이 곡은 왜 다른 분에게 노랫말을 맡겼나요.

"가사는 이번에 처음 맡겨봤어요. 제가 원래는 가사랑 멜로디랑 같이 가는 편이거든요. 근데 '사랑은'은 멜로디만 있었어요. '사랑은 뭐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했는데, 이걸 감당할 자신이 없는 거예요. 사랑에 대한 사유를 깊게 할 자신도 없고 '이거는 제 영역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거든요. 무엇보다 이 곡의 가사는 쓴다기보다, 시를 써야할 거 같다는 판단을 했죠. 그 때 생각난 분이 안미옥 시인님이었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모두가 있는 곳으로'라는 제목의 산문집도 나왔어요. 안미옥 시인님을 비롯해 최진영, 신해욱, 한정원, 김 현, 안희연 작가님이 참여하셨죠. 음반과 함께 처음부터 기획한 책인가요?
뉴시스 제공
"제가 제작한 음반들의 '라이노 노트'는 다 작가님에게 받았어요. 이번엔 제 노래를 위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서로 같이 나란히 한 주제를 가지고 전 노래로 작가님들은 글로 자유롭게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전 운이 되게 좋아서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과 개인적인 관계가 형성된 경우가 많았어요. 이번에 참여하신 작가님들도 제가 좋아한 분들이죠. 원래는 '이분들의 글을 받아서 자기만족으로 가지고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했는데 제 제일 친한 친구인 이아립 씨가 출판사('픽션들')를 하지 않습니까? 제 이야기를 들은 아립 씨가 멋진 작가님들의 글은 그렇게 다루면 안 되고 책으로 잘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을 해줘서 책으로 나왔어요. 아립 씨의 희생으로 멋진 책이 나왔죠. 이렇게 물성으로 남으니까 작가님들도 너무 좋아해주셔서 저도 좋았고요."

-또 최근 축하할 일은 제주 홍보대사가 됐다는 거요. 홍보대사 위촉식도 크게 했고,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괜히 뿌듯해지더라고요. 아솔 씨는 제주도 토박이잖아요.

"오영훈 제주도지사님이 여의도에 오신 김에 그날 임명을 받고 제주 지역 뉴스에도 크게 나오고 해서 놀랐어요. 근데 제 주변에선 다 신기해서 웃었어요. 하하."

-지난해 말 서비스를 종료한 네이버문화재단의 인디 플랫폼 온스테이지 초창기에 아솔 씨가 제주를 배경으로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죠. 현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뮤직플랫폼 멜론(Melon)의 인디음악 활성화 프로젝트 '트랙제로' 진행도 맡고 계시고 인디를 알리는 일에 인연을 맺고 계신데, 온스테이지 종료는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을 거 같습니다.

"전 정말 온스테이지 수혜자예요. 그 때만 해도 인디 신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콘텐츠가 많지 않던 시절이라 빚진 마음이 있죠. 온스테이지 영상 덕분에 제가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온스테이지가 폐지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인디 뮤지션들은 그런 플랫폼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성장해나가죠. 클럽들도 많이 사라지는 시점에서 전통을 가지고 있는 플랫폼이 문을 닫는다고 하니까 허전해졌어요. 어떻게 보면 인디 뮤지션들의 꿈이 하나 사라진 거잖아요. 그래서 좀 우울했던 거 같아요."

-그런데 이런 무력한 상황에서도 체념으로 끝나지 않는 게 우리 삶이고 아솔 씨가 이번 음반을 통해 노래하고자 했던 부분인 거 같아요.

"저희끼리 늘 말해요. '좋은 음악을 만들면 천천히 어떻게든 흐르고 흘러서 누군가는 듣고 있게 될 것'이라고요. 그리고 이게 '최고의 정공법'이라고요.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음악들을 계속 만들어가면 그걸 통해 우리는 성장해간다고 요즘 믿고 있어요. 그런 부분은 낭만 같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하는 일이 '낭만적인 일이구나'라는 생각도 합니다. 좋은 음악들은 그걸 필요로 하고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 언젠가 도착하는 것 같아요. 시간이 걸리더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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