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약한영웅’ 홍경, 한 단계 위의 배우로 (종합)

(톱스타뉴스 이은혜 기자) 기분 좋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배우들이 있다. 한 단계씩 성장하고 있는 배우 홍경도 그렇다.

배우 홍경과 처음 만난 것은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2020) 개봉 인터뷰 때였다.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톱스타뉴스 인터뷰실을 찾았던 홍경은 자기 생각만큼은 정확하게 전달했다. 신인다운 조심스러움과 당당함을 모두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가 가진 연기에 대한 태도가 인상 깊어 행보가 주목되는 배우 중 하나였다.
  
홍경은 최근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약한영웅 Class 1’(이하 ‘약한영웅’)에서 오범석 캐릭터를 연기하며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약한영웅’은 OTT 플랫폼 웨이브를 통해 정식 공개가 되기 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일부 에피소드가 선공개됐다. 부국제 당시에도 ‘약한 영웅’은 뛰어난 서사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단숨에 주목받는 작품이 됐다.

“사실 부산에서는 홍보 일정들을 소화하는데 바빠서 ‘이걸 잘해보자’라는 생각뿐이었어요. 실제 반응은 작품이 전부 다 공개되어야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래도 다행히 좋은 반응들이 있었어요. 부국제에 이 작품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정말 감사했어요”

홍경이 연기한 캐릭터 오범석은 극 중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준다. 입체적이면서도, 각 회차를 통해 보여주는 성격적 변화 등이 큰 인물이기도 하다.

“사실 인간이 한가지 모습만으로 부모님과 친구들을 대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인간에게는 여러 모습이 있고, 어떤 상황에 부닥쳤느냐,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범석이가 어떤 사람이라고 단정하는 건 좀 위험한 일이고, 지양하고 싶어요. 제가 봤을 때 범석이는 시은이와 수호를 친구로서 많이 사랑했을 거예요”
   
 
범석을 완벽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는 평을 받는 홍경에게도 두려움의 시간은 있었다. 그는 이 작품과 이 캐릭터를 선택하기까지 긴 시간을 보내야 했다.

“엄청 무섭고 두려웠어요. 실제로 고민하는 시간도 길었고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어요. 감독님이 제안해 주셨을 때도 되물었을 정도였어요. 감독님이 아니라 제가 더 많은 의심을 품었어요. 그래도 감독님들이 제 손을 잡고 일으켜 주셨죠. 겁이 났던 건 내가 감히 이 친구에게 다가설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강해서였어요. 작품을 할 때는 저도 매혹되고, 스스로도 어쩔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범석이는 그런 것들이 공존해서 두려웠어요.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고요”
   
고민이 무색하게 홍경은 오범석으로 완벽하게 재탄생했다. 오랜 시간 범석에게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캐릭터 내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결과다. 그러나 홍경은 누구보다 범석을 잘 알고 있음에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정의하는 것을 조심스러워 했다.

“캐릭터에 대해 정의를 내리긴 힘든 것 같아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개인적으로 20대로 살아가는 저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다만, 발견해야 한다고 봐요. 범석이 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그런 것 같아요. 분명하고 뚜렷해야 하고, 1번 아니면 2번이어야 하고. 불분명한 것이라도 다양한 것들이 존재하는데도요. 어떤 외국 배우가 인터뷰에서 ‘어떻게 연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냥 매 순간 해나가는 것’이라고 말했거든요. 그게 너무 공감됐어요. 수학처럼 공식은 없어요. 그냥 캐릭터의 무엇인가를 잘 들여다보는 거죠. 제가 하는 일이 그런 작업을 하는 일인 것 같아요”

‘약한 영웅’은 어른들은 쉽게 알 수 없는 10대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다. 현실보다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모두 사실이 아닌 상상이라고 말할 수 없는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참여한 배우들도 캐릭터를 연기하며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이 친구를 둘러싼 많은 환경은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에요. 유독 마음이 시렸던 건, 자신의 선택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을 때, 이걸 풀어가려고 하는 모습이 조금은 보였다는 거예요. 제가 잘못 봤을 수 있지만, 그런 부분들이 무거웠던 것 같아요”
   
‘약한 영웅’은 공개 이후 시즌2에 대한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제작 등이 명확하게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시즌2 제작을 원하는 팬들의 목소리는 높은 상황이다. 또한, 이들은 원작 웹툰의 결말과 전개까지 기다리고 있다.

“사실 시즌2에 대해서는 제가 말할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애정을 쏟아주시면, 제작사에서 용기를 내실 거로 생각하고요. 범석이가 시즌2에 있을지 없을지는 그분들의 선택이겠죠. 저도 한 명의 관객으로 제가 참여하지 않더라도, 많은 분이 궁금해하시는 만큼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홍경은 데뷔 이후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작품마다 다른 얼굴로, 다른 결의 캐릭터들을 연기하며 관객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흔들림 없어 보이는 그도 여러 고민을 품고 있는 배우다.

“솔직히 ‘약한영웅’을 찍고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다. 어떤 작품,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그것보다는 내가 이만큼 마음을 쏟았던 작품을 다음에 다시 쏟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항상 있어요. 매 순간 리셋되는 느낌이에요. 해 놓은 것도 없는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좀 이상하지만, 이 일을 오래 할수록 전력투구하고, 꾀부리지 않고, 익숙해지지 않고, 진심을 쏟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이 있어요. 최근에 지인이 ‘내가 가는 길을 묵묵히, 그 길에 나와 손잡고 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게 위로가 되더라고요. 시류나 분위기에 휩쓸리고 상처받지 말고, 나는 내가 생각한 길을 걸어가고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해줬거든요. 그 말이 정말 많이 위로가 됐어요”

치열한 고민 속에서 범석을 탄생시킨 홍경이 출연한 ‘약한영웅’은 웨이브를 통해 공개됐다.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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