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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폭력 비난하는 인도, 내정 불간섭한다는 중국…미얀마 사태 유엔 군사개입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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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최근까지 미얀마의 쿠데타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인도가 태도를 바꿨다.

군부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현지 폭력 사태를 강력하게 비난하는 등 미온적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3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얀마 군부의 시위 진압 상황에 대해 "우리는 어떤 폭력의 사용에 대해서도 비난한다"며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그치 대변인은 "수백 명의 정치범을 석방하라"고 미얀마 측에 촉구하면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노력 등 현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인도는 위기 해결을 위해 균형 잡히고 건설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후 인도가 군부를 겨냥해 이처럼 강도 높은 비난을 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인도는 쿠데타 직후부터 군부를 비난하는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당시 인도 외교부는 "깊은 우려 속에 미얀마의 국면을 인지하고 있다"며 인도는 미얀마의 민주적인 이행에 과정에 대해 변함없이 지지해왔다고만 짧게 밝혔다.

인도의 태도가 이처럼 미온적이었던 것은 미얀마로 확대되는 중국의 영향력을 고려한 포석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에 맞서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는 와중에 노골적으로 군부를 자극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쿠데타를 피해 국경 넘어 자국으로 피신해 온 미얀마인 중 일부를 송환하기도 했다.

추가 월경을 막기 위해 국경 순찰도 강화했고, 수년 전 미얀마에서 인도로 피신한 로힝야족 난민 추방 작업도 시작했다.

미얀마와 인접한 동북부 마니푸르주는 최근 국경을 넘어오려는 미얀마인을 정중하게 돌려보내라고 실무 관리자에게 지시했다가 비난이 쏟아지자 철회하기도 했다.

또 인도는 무고한 시민 110여 명이 목숨을 잃은 지난달 27일 '미얀마군의 날' 군 퍼레이드에 국방무관을 참석시켜 비난도 받았다.

한편,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이달 1일까지 총격 등 군경 폭력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미얀마 시민의 수는 543명에 달한다.

◆ 내정 불간섭한다는 중국

미얀마 군부의 민간인 학살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에도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강조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사태 규탄 성명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 "국제사회는 내정 불간섭이라는 기본 원칙을 견지하면서 미얀마의 정치적 화해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지 함부로 참견하거나 압박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화 대변인은 이어 "미얀마는 아세안 대가족의 중요한 일원이고, 중국은 미얀마의 끈끈한 이웃"이라며 "미얀마 각 측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정세를 완화하기를 바란다"고 기존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아세안 방식으로 미얀마와 소통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조속한 시일 내에 아세안 정상 특별회의를 통해 중재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1일 성명을 통해 "안보리 회원국들은 급속한 상황 악화에 깊은 우려를 표현하고 평화적 시위대를 겨냥한 폭력과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백 명의 죽음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얀마 군부를 비판했다.
 
미얀마군에 연행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 [AFP=연합뉴스]
미얀마군에 연행된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 [AFP=연합뉴스]

◆ 미얀마 사태 유엔 군사개입 가능할까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향한 군부의 발포 등으로 500명 이상이 숨진 미얀마 사태와 관련, 국제사회가 미얀마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개입을 할지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생존의 위기에 놓인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책임원칙(Responsibility to protect·이하 R2P)'을 미얀마 사태에 적용, 유엔 등이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의 목소리가 높다.

연합뉴스는 R2P의 개념과 연혁을 살펴보고, R2P에 입각한 대 미얀마 군사개입이 가능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다.

◆ R2P란…주권국가 안에서 일어나는 인권유린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R2P의 개념은 일국에서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反)하는 범죄 등이 발생했을 때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 정도로 정리될 수 있다.

국민을 보호할 일차적 책임은 해당 주권 국가에 있지만, 그 국가 정부가 그럴 의지 혹은 역량이 없거나 인권유린을 자행하고 있는 당사자일 경우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국제공동체에 있다는 것이다.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유엔은 R2P에 대해 "최악 형태의 폭력과 박해를 종식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라며 "유엔 회원국이 국제인도주의 및 인권법 하에서 가진 기존 의무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하는 범죄의 위험에 처한 국민들이 직면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좁히는 것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발칸 반도와 르완다에서 양민 학살 사태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국제사회는 주권국가에 대한 내정불간섭 원칙과, 일국에서 발생하는 인권 유린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의 책임 사이에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고민을 했고, 그것은 2005년 9월 유엔 총회때 열린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191개국 참가) 결과물에 담긴 각국 수반들의 정치적 공약으로 구체화했다.

당시 정상들은 "국제공동체는 유엔을 통해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및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을 돕기 위해 유엔 헌장 제6조와 8조에 따라 적절한 외교적 수단, 인도적 수단, 그 외 다른 평화적 수단을 사용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맥락에서 평화적 수단이 적절치 않고, 각국 정부 당국이 만약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부터 그들의 국민을 보호하는데 명백히 실패한다면 우리는 유엔 안보리를 통해 제7장을 포함한 유엔 헌장에 따라, 사안별대응(case by case) 원칙 위에 관련 지역 기구와의 협력 안에서 집단적인 조치를 적시에 단호하게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 바로 이 공약을 'R2P'라고 부른다.

이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결의 제1674호에서 이 같은 정상들의 공약을 상기하면서 무력 분쟁하에서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R2P를 처음 재확인했다.

그후 50개 넘는 유엔 안보리 결의문과 정상 선언문이 R2P를 언급했고 유엔인권이사회도 많은 결의에서 R2P를 거론했다.

외교부 조약국장 출신인 임한택 한국외대 LD학부 교수는 "국내 문제 불간섭은 국제법상의 원칙이고, 그에 따라 과거 전통 국제법에서는 내부적 유혈사태는 국내 문제라고 규정했다"며 "그러나 대규모 인권유린이 동반되는 사태는 국제법상 인권 존중의 원칙에 따라 R2P를 적용해 국제사회가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법의 새로운 경향"이라고 말했다.

◆ "R2P 입각한 무력사용은 '최후수단'"…10년전 리비아에서 처음으로 R2P 의거한 군사개입 이뤄져

유엔 홈페이지에 따르면 R2P는 3개의 골조로 구성되는데, 구체적으로는 '각 국가가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 '각국이 자국민 보호를 하는 것을 국제사회가 도울 책임', '한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때 국제 공동체가 그 나라 국민을 보호할 책임' 등이다.

'R2P=군사개입'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R2P에 입각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군사 조치만을 의미하거나, 군사 조치로 직행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R2P 관련 유엔 사무총장 특별고문인 이반 시모노비치가 유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따르면 '예방'(Prevention)이 R2P의 핵심이며, 각 국가가 자국민 보호 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돕는 노력은 각국의 주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점, 국제사회의 집단적 조치의 경우 외교, 정치, 인도적 차원에서 모든 범위의 조치를 사용해야 하며 무력 사용은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서 고려돼야 한다는 '합의'가 유엔 회원국 사이에서 존재한다고 한다.

또 R2P가 유엔 정상회의에서 도입된 원칙으로서 점점 그 정당성과 공감대에 대한 국제적 이해를 넓혀가고 있지만 그 법적 위치가 아직 '실정법'(lex lata)이 아닌 '법적 정의에 따라 있어야 할 법'(lex ferenda)에 해당하는 까닭에 R2P에 입각한 군사적 조치를 정당화할 근거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런 한계 속에서도 R2P 원칙에 따라 국제사회가 군사 개입한 전례는 있다.

아랍 반정부 시위가 한창이던 2011년 3월 카다피 정권의 자국민 상대 무력행사에 맞서 서방 연합군이 대 리비아 군사공격을 단행하면서 R2P 원칙을 내세웠다.

유엔 안보리가 R2P에 입각해 리비아 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골자로 하는 결의 1973호를 채택한 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군이 리비아 내 카다피 측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 사례는 R2P를 언급한 유엔 안보리 결의에 의한 첫 군사개입 케이스로 기록됐다.

◆ 전문가들 "미얀마 사태에 R2P 적용 가능"…미중갈등 포함 국제정세 감안할때 군사개입 현재로선 난망

이번 미얀마 사태도 R2P를 적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10년전 리비아 사태때 카다피가 그랬던 것처럼, 현재 미얀마 군부가 체계적·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해 대규모 살상이 벌어진 만큼 미얀마가 또 하나의 R2P 적용 사례가 될 요건은 충족했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조정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리비아 내전 당시와 비교했을 때 미얀마 현지의 상황도 R2P을 근거로 한 무력조치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월23일자 미국 외교전문지 '더 디플로맷'(The Diplomat) 기사에 따르면 가렛 에반스 전 호주 외교장관은 "리비아와 시리아에서 평화로운 시위에 대한 일방적인 탄압의 시기에 그랬던 것처럼 미얀마의 현재 위기는 분명히 R2P의 사안으로 다뤄질 것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R2P에 입각한 조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수단인 군사 개입을 하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 러시아가 이번 사태 대응에서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 현격한 온도 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유엔이 R2P에 입각한 군사개입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들의 견해다.

2011년 대 리비아 군사조치는 중국, 러시아가 기권했기에 가능했지만 현재의 심각한 미중 갈등 구도 속에 미얀마 사태에 대한 강대국들의 타산이 엇갈리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R2P에 입각한 강력한 조치가 안보리 발로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현재로선 우세하다.

임한택 교수는 "R2P에 입각해 미얀마에 국제사회가 개입할 수 있고 리비아에서의 전례도 있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의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개입이 실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정현 교수도 미얀마 사태에 R2P가 적용될 정당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현실적으로 안보리 결의를 이끌어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 디플로맷'에 따르면 에반스 전 호주 외무장관 역시 R2P에 입각한 대 미얀마 군사개입의 현실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대신 'R2P 도구함'에 있는 '실명 언급에 의한 망신 주기'(naming and shaming), 유엔이 비준한 '맞춤형 제재', 무역금수조치, 국제사법재판소 기소 경고 등의 조치가 미얀마 사태 종식을 위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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