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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차이나는클라스' 마이클 샌델, 능력주의 신화 깨부수는 '명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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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조현우 기자)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마이클 샌델이 능력주의 신화와 그림자에 대해 명강의를 펼쳤다.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

18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가 194화에서는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 최근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서점가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능력주의 신화를 해부한 마이클 샌델이 출연해 명강의를 펼쳤다. 마이클 샌델은 불평등의 해법이 교육에 있다는 의견이 편협한 착각이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스카이 캐슬'이란 한국의 드라마를 언급하며 "꼭 한번 보고 싶은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강남 8학군을 보는 듯한 사교육 전쟁이 펼쳐지는 드라마 속 모습은 어쩌면 현실보다 덜 잔혹하게 묘사되었을 것이라고 출연진들 또한 입을 모았다. 마이클 샌델은 고개를 끄덕이며 출연진들의 이야기를 심각하게 들었다.

만약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학대를 당하기도 한다며, 실제로 그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이야기에 오상진 아나운서도 깜짝 놀라기도 했다. 드라마 속에서는 피라미드를 아들에게 보여주며 폭력적으로 위협하고 좋은 성적과 특정 직업을 강요하는 부모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현실은 이러한 드라마보다 더 잔혹하단 사실. 김선욱은 "마이클 샌델 선생님은 이 대학으로 가는 세 가지 문을 소개했어요"라며 정문, 뒷문, 옆문을 언급했다. 마이클 샌델은 입시 브로커 윌리엄 싱어의 이야기를 언급하며 미국에서도 벌어지는 입시 비리에 대해 얘기했다.

무려 761가족의 입시 비리를 담당했던 윌리엄 싱어를 비롯해 부정입학을 하는 경우는 상당수 있어왔다. 마이클 샌델은 정당하게 들어가는 문을 '정문'이라 얘기한다. "마지막으로 뒷문이 있는데요. 이 뒷문은 부자들이 대학에 기부금을 내면 그 자녀에게 주는 입시 혜택입니다"라고 마이클 샌델은 언급한다.

"기부금 입학, 이것이 뒷문이고요. 입시 브로커가 제공한 것은 옆문이죠. 훨씬 더 많은 돈을 내야 하는 건 뒷문이겠고요. 정문으로 입학할 성적이 안 되는 학생들에겐 뒷문보단 옆문으로 들어가는 게 싸겠죠"라고 마이클 샌델은 덧붙였다. 트럼프 사위 쿠슈너 등도 하버드대 입학을 위해 30억원의 기부금을 낸 바 있다.

한국에서도 기여입학제 도입이 논의됐지만, 교육의 평등성을 해치고 빈부격차에 따른 위화감을 조성한단 이유로 무산됐다. 마이클 샌델은 "몇 년 전 서울에 갔을 때 연세대 야외 강당에서 강연을 했는데, 당시 학생들에게 던졌던 질문은 '부자 학부모가 찾아와서 이렇게 말한다면? 5백만 달러 드릴테니 우리 아이 입학 좀 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면요? 여러분이 총장이라면?' 기부금을 받겠냐, 안 받겠느냐였어요"라고 말했다.

"받겠다, 안 받겠다로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고 마이클 샌델은 말하며 당시엔 대학으로 가는 뒷문을 가상의 시나리오로 설정했었지만, 이후에야 그러한 입시 경매 비리가 실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홍진경 또한 "그런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 전했다.

"이건 단순히 돈 있는 부모가 교육 문제를 비리로 얼룩지게 한 것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왜 이렇게까지 명문대 입학을 놓고 경쟁하는 걸까요? 능력주의 사회에서 대학이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가치, 계층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마이클 샌델은 말한다.

"때문에 불법을 동원해서라도 아이들을 명문대에 보내려고 하는 거죠. 부자 부모들이요. 우리는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기회와 보상을 분배하는 데 있어서 대학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샌델은 질문했다. 이에 출연진들은 출신 대학이 마치 평생의 꼬리표나 자신의 브랜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성과에 정당성이 부여되기도 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실패를 하더라도 출신 대학으로 인해 만회될 수 있다는 것.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업과 높은 소득이 연결되는 거라 생각하게끔 되어 있는 것 같단 의견도 나왔다. 마이클 샌델은 질문에 대해서 "입시 비리 연루 부모들은 대개 부자 부모들입니다. 스카이캐슬에 나왔던 부모들처럼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많은 돈을 그냥 물려주면 그만인데 왜 이런 식의 입시비리까지 저지른 걸까요? 그 이유는 아이들에게 돈만 물려주고 싶진 않은 거죠. 명문대 간판의 후광 효과를 원하는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강지영 아나운서는 "맞아요. 그런 게 있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들이 내가 명문대 나온 훌륭한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그 혜택을 누리길 원합니다. 경제적 보상과 기회만 할당하는 게 아닙니다. 명문대 대학 간판이 사회적 인정을 받는 방법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죠. 교육의 목적이 붕괴된 거예요. 미국에서 쓰는 표현으로 헬리콥터 부모라는 게 있어요. 그러한 옥죔은 아이를 성취의 도구, 성공의 도구로 전락시킬 위험이 있습니다"라고 마이클 샌델은 강조했다.

마이클 샌델은 자신의 아들도 명문대 출신이냐는 물음에 "네. 맞아요. 두 아들 다 좋은 대학을 다녔어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부모로서 저와 제 아내가 노력한 것은 사춘기 시절 아이들의 경쟁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완벽하게 성공했다곤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최악의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는 상황은 피하게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도 마이클 샌델은 말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강조한 것은 배움의 즐거움이었다고 그는 전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 주변엔 엄청난 경쟁의 압박이 있었다 한다. 사회적 압박 속에서 부모가 그러한 선택을 하긴 쉽지 않을 거라고도 그는 얘기했다. 

"왜냐면 우리가 교육을 일종의 군비 경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죠. 일방적으로 무장 해제를 하긴 어렵습니다. 우리 아이가 뒤처지는 게 뻔히 보이니까. 이 문젤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한 발 물러서서 질문하는 겁니다. 이게 정말 우리가 원하는 교육인가? 그리고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야 합니다"라고 마이클 샌델은 말했다.

이어 정문으로 입학하는 대학이라 하더라도, 과연 어디까지가 온전히 자신의 실력인지도 의문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더 좋은 학원, 더 좋은 환경에서 유리한 데이터들을 모아 공부할 경우, 훨씬 성적이 잘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적대로 대학에 가는 정문에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특권'에 대한 이야기였다.

또한 최근 논란이 됐던 배달 노동자 갑질 사건. 갑질 관계자는 '야, 네가 학교다닐 때 공부를 잘했으면 배달을 했겠냐? 배달업체 사장을 했겠지'라고 말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과연 능력, 성적이란 게 오로지 내가 잘해서 얻은 결과일까? 세상은 그렇게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능력주의의 정상에 오른 승자들, 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하다고 오상진은 말했다. 명문대 합격생의 경우 스스로가 잘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지가 궁금하다고 그는 물었다.

이에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에 합격한 학생들의 생각을 들어보면, '내 노력으로 얻은 것'이라 말합니다. 그 학생들이 이기적이라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대부분 학생이 다양한 봉사활동에도 참여합니다. 이기주의와는 다른 어떤 것인데요. 수년간 압박, 스트레스, 불안에 시달린 결과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죠. 학생들 또한 명문대 입학이 자신의 노력만의 결과라고 믿을 수밖에 없게 된 겁니다. 충분히 이해는 됩니다. 그들이 느낀 엄청난 스트레스를 감안하면요"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만 한가지 문제를 얘기하자면 사실은 그들의 성공 뒤에 더 많은 요소가 있었다는 것. 가족, 선생님, 교육 혜택, 문화적 기회 등 많은 게요. 자신의 노력 이상의 요소들이 사실 성공의 발판이 되어 주었죠. 만약 여러분이 이 질문을 한국의 명문대생에게 해본다면요?"라고 되물었다.

이어 마이클 샌델은 이러한 압박이 젊은이들에게 입히는 상처가 어마어마하다고 전했다. "많은 학생들이 우울증을 호소합니다. 불안증을 호소합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기도 합니다"라고 샌델은 말했다. 이는 아이비리그 대학생이라고 해도 피해갈 수 없는 문제였다. 

이어서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와 미국 명문대에서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A 점수를 받아간다 말했다. 능력주의에 길들여진만큼 대학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다. 샌델은 "그래서 고백하자면 사실 저도 학생들에게 후한 학점을 주고 있습니다"라고 말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마이클 샌델은 공립학교를 다녔던 자신에 대해 말하며 "LA의 부유한 동네에 있었습니다. 여기엔 우열반이 있었는데요. 이때부터 서로 치열한 경쟁을 했던 분위기였죠. 14살 수학시간에 벌어진 일인데, 수학시험이 끝난 뒤 성적에 따라 자리를 교체했습니다. 맨 앞에 세 줄은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에게 배정했죠. 매번 시험이 끝나면 자리가 바뀌었습니다. 저는 수학을 잘 못했어요. 그냥 그럭저럭 했어요. 저는 여러 자릴 왔다갔다했는데 자리를 보면 모두 시험성적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 학교란 원래 이런 건가보다, 라고 생각했었죠. 지금도 그때의 엄청난 압박이 기억나요. 그리고 지금의 그 나이대 아이들에게도 일어나는 일이죠"라고 얘기했다.

이어 고등학교에 진학해 생물학 시간, 샌델은 생물학 선생님도 아이들이 좋은 성적 외엔 아무것도 관심이 없단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말한다. 온갖 신기한 생명체가 보관되어 있었지만 아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성적이었다. 어느날 선생님이 직접 문제와 답을 쓰라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내주고, 그런 선생님의 과제에 학생들은 당황한다. 샌델은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능력주의의 폭정에 저항하기 위한 선생님의 노력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부정 입학 등 능력주의의 그림자에 관해서도 계속해서 이야기하게 됐다. 정치인 중엔 고학력자가 많은데 과연 고학력자라고 해서 정치를 잘하는지는 많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계속해서 나왔다.

높은 학력, 좋은 대학 출신을 뽑아야 하는 건 명문대 출신 정치인이 정치를 잘 할 거라는 생각인데, 마이클 샌델은 이에 대해 "이름난 유명 대학 출신 정치인들이 지난 40년간 능력주의를 신봉한 기간에 나라를 잘 운영해왔는지를 되돌아본다면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됐고 금융산업 규제가 완화되며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후 집 잃은 보통 사람들은 외면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도 목적 달성을 못했다고 그는 지적한다. 심각한 양극화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했고 그는 폭도를 선동해 의사당 무차별진입까지 하게 했다. 이에 대해 마이클 샌델은 "정치를 잘한단 건 단순히 기술적 전문성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모든 배경의 사람들을 포용하고, 사회 사람들을 화합시키고 공동선을 지키는 능력을 말하는 것"이라 얘기했다. 

그는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유명한 영국 정치인들의 사례를 들며 당시 그 시기에 대학 학위를 가진 이가 손에 꼽힐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25세 이상 미국인 중 학위 소지자는 약 20%인 상황 속, 학위 소지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치인들이 과연 국민 대부분의 환경을 고려할 수 있을지 합리적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다. 

고학력 특정 직업군이 다수를 차지한 우리나라 국회도 마찬가지라는 의견도 나왔다. 국회가 충분한 대표성을 가졌다고 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도 많은 이들이 그렇지 않을 것이란 답을 내놓았다. 오상진은 "학력주의와 능력주의에 유권자들도 매몰되어 있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

이어 마이클 샌델은 '비'아이비리그 출신인 조 바이든이 노동자들이 직면한 문제에 능력주의적 해결책만 강요하지 않고 종래 좋은 결과를 얻은 것도 흥미로운 사례라 지적했다.

JT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는 매주 목요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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