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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0돌 릴레이 인터뷰]⑤강요된 침묵 걷어낸 김양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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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정훈 기자)
뉴시스 제공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반인도적 범죄를 낱낱이 밝혀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김양래(64) 전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14일 "적용 법률의 부재로 계엄군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할 수 없다면 진실 규명 의의는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전 상임이사는 5·18 진실 규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해왔다. 침묵이 강요된 시절, 그가 복사한 '비디오 테이프'는 광주의 고립을 깨뜨렸다. 광주의 실체를 만난 민중은 자신을 초월·희생하며 민주주의를 쟁취했다.

김 전 상임이사는 1980년 전남대 총학생회 비밀기획팀에서 활동했다. 5월14일 광주 금남로에서 농악대를 이끌고 민주화 투쟁을 주도했다. 사흘간 시위 조직에 함께하고, 5월20일까지 항쟁을 지켜보다 고향인 전남 완도로 향했다. 같은 해 7월 수감, 4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그는 같은 날 출소한 고(故) 조비오 신부의 조언으로 정형달 신부를 찾아간 뒤 1982년 말까지 군사재판을 받는 구속자들의 '석방 운동'에 나섰다.

5·18유가족과 부상자의 생활 실태 조사도 했다. 아픔을 공감하며 몸부림쳤다. 신군부 세력이 망월동 묘역을 없애려고 한다는 소식을 유족회에 알리기도 했다.

'산 자의 부채 의식'은 5·18 진상을 밝히기 위한 헌신으로 이어졌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 간사를 맡아 1985년 '5·18 관련 자료집'을 냈다. 이 자료집은 신부들의 도움으로 전주에 처음 뿌려졌다.

1987년, 그는 장용주 신부로부터 비디오 테이프 2개를 받았다. 6년 만에 국내에 들어온 이 테이프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등이 촬영한 5·18 영상이었다.

그는 장 신부 등과 성당 골방서 63분짜리 비디오 테이프 복사본을 만들어 냈다. 제목은 '오월 그날이 오면'.

국내 첫 5·18 영상물이었다. 군이 시민을 학살한 모습이 담긴 이 영상물은 전국 성당에 보내졌고, 종교계와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졌다. 광주항쟁의 진실과 처참함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국내외 사진기자들이 찍은 5·18 사진 70여 장을 모아 책으로도 펴냈다. "전두환이 광주에서 저지른 만행을 보여줘야 한다"며 광주·부산 등지에서 5·18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5·18 진상 규명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광주의 아픔을 보듬은 열사들의 희생으로 한국민중항쟁사가 쓰였다.
뉴시스 제공
그는 1991년까지 정평위 간사를 지내고 광주인권평화재단에서 근무했다. 2015년 3월부터 3년간 5·18재단 상임이사로 활동했다.

전두환 회고록을 비롯한 5·18 역사 왜곡에 대한 법적 대응, 암매장 발굴, 5·18 핵심 쟁점 연구·자료집 제작, 5·18 세계화와 관련 자료 수집·분류, 5·18 진상 규명 특별법 제정, 계엄군 고백·제보 정리 등에 재단 역량을 모았다. 그는 학살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역사적 교훈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사력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 전 상임이사는 "5·18 진상 규명은 인권 유린 범죄의 실체를 밝혀 가해자를 처벌,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불의한 권력의 명령을 거부하고, 타인의 고통을 먼저 공감해야 한다는 게 교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무차별 총기 난사, 양민 학살 등 반인륜 범죄는 불소급 원칙을 적용받지 않고 공소시효도 없다. 추후 진상 규명 결과에 따라 국제법으로 처벌하는 것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사회 통합 차원에서 사면·용서는 처벌 다음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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