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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참상 알렸던 미국인들, 전두환 재판 증언대에 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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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윤우진 기자)
뉴시스 제공
5·18기념재단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씨의 재판에 직접 겪은 오월 광주의 참상을 알린 미국 평화봉사단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할 지 검토하고 있다.

5·18기념재단은 1980년 5·18 당시 광주에 머물며 외신 기자들을 안내해 계엄군의 만행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한 미국 평화봉사단(Peace Corps) 단원 2명을 전두환 형사재판의 증인으로 세울 지 논의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증인으로 검토 중인 '푸른 눈의 목격자'는 폴 코트라이트(Paul Courtright·64)와 데이비드 돌린저(David Dolinger·67)다.

코트라이트와 돌린저는 1980년 5월 광주에 머물며 항쟁을 직접 경험한 평화봉사단 단원들이다.

이들은 1980년 5월25일 '광주를 즉시 떠나라'는 대사관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미국 타임지와 AP통신 등 외신 기자들의 '귀와 입' 역할을 했다.

코트라이트는 1980년 평화봉사단 일원으로 전남 나주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5월19일 광주 터미널에서 계엄군이 학생을 무자비하게 폭행해 숨지게 하는 것을 목격했다.

다른 단원 3명과 함께 부상자 이송과 시신 수습에 나섰으며, 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위르겐 힌츠페터 등 외신 취재진을 병원 등으로 안내해 오월 광주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도록 도왔다.

광주에서 자행된 무자비한 계엄군의 폭력을 적극 알리고자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기도 했다.

최근엔 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5·18회고록을 집필했다. 그의 5·18 회고록 '광주의 목격(가제)'은 5·18 40주기를 기념해 오는 5월 국문·영문판으로 한미에서 동시 출간된다.
뉴시스 제공
돌린저는 대학 졸업 뒤 1978년 4월 평화봉사단원 자격으로 입국, 전남 영암보건소에서 결핵 치료에 앞장섰던 의료인이다.

그러던 중 1980년 5월 봉사단측의 조기 귀국 통보를 접하고 광주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직감, 5월16일 광주를 찾았다. 시민들의 평화적 촛불 행진,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따른 민주인사 예비검속·학생 연행, 계엄군의 유혈 진압 등을 목격했다.

19일 오전 근무지인 영암으로 돌아왔지만, '광주의 비극'을 외면할 수 없어 21일 버스로 나주까지 도착한 뒤 24㎞ 가량을 4시간동안 걸어 광주에 진입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주 도심의 긴박한 상황 속에서 돌린저는 매일 일기를 쓰듯 오월 광주의 참상을 기록했다. 뉴욕타임스 헨리 스캇 스토우크스·독일 제1공영방송(ARD-NDR) 위르겐 힌츠페터 등 외신 기자의 통역을 돕기도 했다.

돌린저는 동료 단원 3명과 함께 5월27일 옛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의 상무충정작전으로 숨진 시민군 시신 수습을 돕기도 했다.

돌린저는 최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광주에 다시 돌아온 21일 헬리콥터에서 군인들이 금남로에서 총을 쏘는 것을 봤다. 전남도청 쪽 사무실들을 내다보려했는데 광주의 청년들이 창가에 선 날 붙들면서 만류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청년들이 자신을 말리면서 '당신 미쳤어요? 창문에 머리를 들이밀면 그들이 헬리콥터에서 당신을 쏠겁니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재단은 이들이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고 자세하게 남긴 기록 등을 갖고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재판 쟁점이 된 '헬기 사격'의 존재 사실에 대해 유의미한 증언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제3자' 입장에서 증언의 객관성을 재판부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에 사는 이들이 입국하기 쉽지 않고, 입국해도 의무격리 기간 등 현실적으로 일정상 어려움
이 클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다.

코트라이트와 돌린저는 당초 40주기 5·18민주화운동 공식 기념식과 광주아시아포럼의 '해외 기여자-기억과 연대' 분야 회의에 참석하려 했으나,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때문에 코로나19의 전세계적인 확산 추이를 지켜보면서 증인 신문이 끝나기 전에 증인으로서 신청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코트라이트와 돌린저의 목격담을 종합해보면 '헬기 사격'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 데 중요한 증언이 있다. 재판에 꼭 필요한 증인이라고 생각한다"며 "면밀한 검토를 거쳐 일정 조율을 마치는 대로 법정에 증인으로 신청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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