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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전’ 류준열, 무채색의 존재감 “멋짐을 연기하는 배우 되고파”
  • 한수지 기자
  • 승인 2018.06.05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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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지 기자] ‘독전’의 류준열은 매력적이다. 강한 색채가 난무하는 영화 속 홀로 무채색의 느낌으로 내려다본다. 그렇다고 존재감이 미미한 것은 아니다. 조용하고 나직하게 자기 몫을 다 한다.  
 
최근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톱스타뉴스와 영화 ‘독전’의 주역 류준열이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극 중 류준열은 버림받은 마약 조직원 락 역을 맡았다.

독하고 미친 자들이 질주하는 영화에서 류준열이 연기하는 락은 이질감이 느껴질 만큼 조용하고 말 수도 적다. 마약의 조직원이라는데 마약을 했다는 느낌조차 전혀 없다.

류준열 / NEW 제공
류준열 / NEW 제공

류준열은 시나리오를 보고 처음 느낀 락에 대해 “매력적인 캐릭터다. 락이라는 인물이 누군지 궁금했다. 전사가 전혀 없다. 국적도 없고 밀양 하던 부모가 실제 부모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를 숨기려기보다는 욕심이 없는 인물이다. 나 스스로가 누구인지 궁금했을 것이다. 연민이 느껴지는 지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사가 없는 것이 전사”라고 락을 표현했다. “인물이 스스로 기억하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없는 걸로 결론내렸다. 찾아갈 때의 공허함을 보여드리는 것이 락이라는 인물의 완성도가 아닐까”라고 부연했다. 

행보만 보면 족히 데뷔 10년은 됐을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그는 2015년 영화 ‘소셜포비아’로 데뷔해 이제 겨우 4년 차가 됐다. 조진웅, 차승원. 김주혁, 김성령, 박해준 등 기라성 같은 대선배들 사이에서 당당히 주연으로서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했을 듯싶다. 

“연기하면서 늘 고민하는 지점은 내 몫을 해내야겠다는 것이다. 백 명이 1%씩 채워서 100%가 되는 것처럼, 각자 자기 몫을 다 해냈을 때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큰 부담이라기보다는 내 몫을 잘 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부담감보다는 오직 자신의 몫에 집중했다는 그의 말이 와닿았다.

류준열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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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그는 비슷한 나이 대와 경력을 지닌 배우들 중 독보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이해영 감독은 류준열에 그 나이 대 배우 중 압도적으로 연기를 잘한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그는 “락이 외로우니까 응원 차 얘기해주신 것 같다. 제가 ‘잘한다 잘한다’ 해줘야 잘하는 편이다. 좋은 얘기 많이 해주셨다. 저를 파악하고 그런 힘이 되는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다”라며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그의 연기에는 항상 따라붙은 수식어가 있다. ‘잘생김을 연기한다’. 역으로 생각해보면 ‘잘생기지는 않았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류준열은 “저는 그 말이 감사하다. 사실 저는 잘생긴 배우보다도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멋있다는 말이 진짜 멋있는 말인 것 같다. 잘생겼다는 말은 외모만이지만, 멋이라는 단어는 여러 가지를 포함하고 있다. 외모, 인성, 커리어 등. 멋있음을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답했다.

그는 락을 연기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연기할 때 늘 화면 안에서 무언가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느꼈다. 내 감정을 감독님도 느낄 수 있구나. 특별히 뭔가를 안 해도 내 안에 감정이 없다고 느끼면 NG가 난다. 내가 감정이 차올랐을 때 OK 사인이 난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류준열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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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남매와의 수화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극 중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무거운 영화 속 가장 활력을 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얼마나 연습했는지 묻자 “영화 시작할 때부터 농아남매들과 함께 준비했다. 수화 선생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리얼리티를 따지면 안 맞을 수도 있는 부분이 있다. 수화가 실제로는 단순하고 심플하다. 영화적으로 풍성하게 보일 수 있도록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다”

그가 맡은 락 이 워낙 묵직한 캐릭터이다 보니 본인 스스로도 ‘독전’을 찍으면서 쓸쓸하고 외로웠다고 고백했다. “이 영화를 하면서 코미디 장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즐겁게 찍지 않을까 싶다. 락에 가까워지려고 하니 우울하고 침체되더라. 저는 역할에 몰입해서 못 빠져나오는 배우는 아니라고 생각을 했는데, 같이 기분이 다운되고 우울해졌다. 내 안의 작은 외로움도 꺼내려고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다”

류준열 / NEW 제공
류준열 / NEW 제공

한편 배우들은 늘 평가를 받는 입장이라는 것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류준열은 “평가를 무시하거나 신경 안 쓸 수는 없다. 스스로에게 ‘최선을 다했느냐’를 묻고 그 이후는 편하게 받아들인다. 최선을 다한 이후엔 그 어떤 평가도 편안하고 즐기면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담담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어조로 답했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신의 연기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보는 날이 오면 그때는 은퇴할 때가 아닐까” 라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아직은 자신의 연기가 부끄럽단다. 본인이 출연한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캐릭터를 뽑아달라는 질문에 “내가 제일 조금 나온 작품”이라는 황당하고도 웃픈 답변을 내놓을 만큼. 

류준열 / NEW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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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데뷔작 ‘소셜포비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문득 잊고 있었던 기억이 스친 듯 순간 상기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지금과는 다르게 처음 데뷔해서 뭣 모르고 마음껏 연기했던 ‘소셜포비아’는 재미있게 봤었다고 회상했다. 그 점이 본인도 신기하다고 웃어보였다.

“제 연기가 늘 부끄럽다.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찾아가고 싶다”... ‘독전’으로 얻고 싶은 것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부담감을 내려놓는 어느 순간, 조금 더 편하게 자신을 마주할 날이 오지 않을까. 그런 류준열에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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