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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월지 벽돌의 '손자국' 주인은…"키 153∼160㎝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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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박물관 김현희 학예연구과장·민찬홍 학예연구원 연구 분석
"옛사람 체질 정보 가늠 새로운 시도"…동물 발자국 흔적 벽돌도 눈길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1974년 11월 경북 경주시 인왕동 일대에서는 경주고도개발계획에 따라 연못을 준설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나 연못 바닥과 구덩이에서 다양한 기와 조각이 잇달아 발견됐다.

연합뉴스 제공

공사는 중단됐고 1975∼1976년에 걸쳐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돌로 쌓은 듯한 대형 연못과 건물 흔적이 있었다. 신라 월지(月池·옛 명칭은 안압지)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월지에서 찾은 3만여 점의 유물은 토기, 기와, 불상, 금속 공예품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중에는 손바닥 자국이 고스란히 남은 전돌(흙으로 구워 만든 벽돌)도 있다. 손자국의 주인공은 누굴까.

연합뉴스 제공

27일 학계에 따르면 국립경주박물관의 민찬홍 학예연구원과 김현희 학예연구과장은 손자국의 주인공이 "키가 150㎝대 중후반인 남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론했다.

이들은 박물관 학술지 '신라문물연구' 최신 호에 실은 논문에서 "신장은 153.39∼159.96cm 범위에, 체중은 50.71∼51.41kg의 범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토기나 기와를 만들 때는 손질하는 과정에서 손가락 지문 등 여러 흔적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옛 유물 가운데 손바닥 전체가 찍힌 사례는 많지 않다. 이를 분석해서 당시 살았던 사람들의 정보를 추론한 연구 역시 국내외를 통틀어 적은 편이다.

연합뉴스 제공

논문 저자들은 전돌에서 관찰된 오른쪽 손자국의 직선 길이, 손 너비, 각 손가락의 직선 길이 등을 측정한 뒤 2008년에 발표된 '한국인 손 관련 인체 치수 측정 결과 보고서' 내용과 비교했다.

전돌을 빚거나 구울 때 수분이 감소하면서 전체 크기와 표면적이 수축하는 점도 고려했다.

저자들은 손 계측치를 통계적으로 검토한 뒤 "분석 결과, 손자국 주인공의 성별은 86.5%의 확률로 남성 집단에 속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고대사회의 신장 분포 등을 살펴보았을 때 손바닥의 주인공은 150㎝대의 신장과 50㎏대의 체중을 지녔던 다소 왜소한 체구를 지녔던 남성으로 추정해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다양한 변수가 있어 구체적인 연령대는 특정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제공

손바닥 주인은 전돌 제작자 혹은 이를 나르던 사람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민 연구원은 "손바닥 흔적은 전돌의 앞면과 뒷면에 함께 확인됐는데, 전돌을 나르는 사람이 옮긴 후 손자국을 미처 깨끗하게 지우지 못한 게 우연히 포함된 게 아닐까 싶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돌에 남겨진 손자국 흔적이 과거 사람들의 체질 정보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지표 자료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월지 유물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해본 시도"라고 의의를 밝혔다.

동궁과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는 동물의 흔적이 남은 벽돌도 있다.

같은 학술지에 실린 '궁과 월지 출토 무늬 벽돌의 분류와 제작 방법 검토'(조효식·최슬기) 논문에 따르면 "개 또는 너구리과 동물의 발자국 흔적으로 추정되는" 자국이 남은 무늬 벽돌도 출토됐다.

연합뉴스 제공

저자들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착지하는 순간에 찍힌 자국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들은 "나무로 만든 조립식 틀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무늬 벽돌이 틀 제작, 점토 채우기, 면 편평하게 정리, 틀 분리, 2차 성형 등의 과정을 거쳐 제작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성형으로 완성된 벽돌은 점토가 건조되기 전 절단해 용도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재가공했다"고 덧붙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해부터 월지에서 출토된 유물을 정리해 조사·연구하는 '월지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유물 재조사 및 정리는 2032년까지 약 10년간 진행된다.

박물관은 추후 학술 행사와 특별 전시를 통해 조사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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