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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한 일 막는 굿·도깨비 놀이·'묫바람'…'파묘'에 녹아든 민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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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영화' 흥행 뒤에는…"무속 신앙·민속 등 극적으로 풀어내"
민속학, 영화·드라마서 이야기 소재로 관심…"문화 전승에 도움"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대살굿을 해보죠."

어깨를 들썩이며 등장한 무당 '화림'(김고은 분)의 손에는 서슬 퍼런 칼이 들려있다. 잠시 몸을 떠는 듯하더니 정말 신들린 것처럼 움직인다.

연합뉴스 제공

칼을 이리저리 휘두르던 그가 얼굴에 시커먼 숯을 바르는 장면에서 관객들은 숨죽인다. 올해 첫 천만 영화에 등극한 '파묘' 속 명장면이다.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하고 초자연적 현상, 이른바 오컬트(occult) 장르물인 '파묘'의 흥행 열풍 뒤에는 무속 신앙 등 민속학이 적절하게 녹여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제공

한국무속학회장을 지내며 민속문화를 연구해 온 권태효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속학적인 요소를 적절하게 활용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권 과장은 무속 개념이나 신앙을 그대로 보여주기보다는 일부를 차용하거나 모티브로 삼아 극적으로 풀어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예를 들어 사람을 해치거나 물건을 깨뜨리는 모질고 독한 귀신의 기운인 '살'(煞)을 대신한다는 의미의 '대살굿'은 굿의 한 종류로서 이 굿만 따로 떼어내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한다.

권 과장은 영화 속 대살굿이 황해도 지방에서 주로 하던 '타살굿'에서 모티브를 따왔으리라 봤다.

연합뉴스 제공

'타살군웅굿'이라도 불리는 이 굿은 피를 흘리며 죽어간 여러 군웅신을 대접하며 험한 일을 막아달라고 비는 신앙이다. 돼지를 놓고 굿을 하는데, 칼이나 삼지창으로 돼지를 찌르기도 한다.

권 과장은 "대살굿만 따로 떼어내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민속학적인 모티브를 가져와서 극적인 상황과 이야기로 연출해 눈에 띄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조상의 묘에 탈이나 후손에 해가 미친다는 '묫바람',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와 마치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도깨비 놀이' 등의 소재도 민속학에서 거론되는 내용이다.

권 과장은 "'도깨비 놀이'는 제주에서 '영감'이라고 부르는 도깨비를 대접할 때 펼치는 굿 놀이"라며 "(영감이)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 병에 걸린 것을 놀이로 푼다는 이른바 치병 굿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귀신의 존재가 문화·영상 콘텐츠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변해왔는지 연구해 온 진수현 중앙대 다문화콘텐츠연구소 연구전담 교수는 '파묘'에서 귀신을 표현하는 방식과 시각이 흥미로웠다고 평가했다.

진 교수는 "귀신 중에는 억울하게 죽임을 당해 위로가 필요한 대상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죽어서도 온전하지 못한 사악한 존재, 이른바 '험한 것'으로 표현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문화에서 오컬트 장르, 즉 미스터리하면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찾을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무속"이라며 "이야기 서사를 잘 엮으면서도 메시지도 담아 주목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민속학은 '파묘' 외에도 최근 여러 작품에서 소재로 쓰이고 있다.

지난해 방송한 SBS 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귀신을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내용을 다루면서 민속학적 요소를 더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작품을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은 대학에서 민속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설정됐고 붉은 댕기, 옥비녀, 푸른 옹기 조각, 금줄 등 민속신앙을 토대로 한 여러 소재가 언급됐다.

국립민속박물관 관계자들과 민속학자들은 드라마 자문에 참여하기도 했다.

민속학을 공부하는 한 연구자는 "일각에서는 민속학에 대한 오해가 없도록 철저한 고증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의견도 있지만, 이야기 소재로 잘 활용한다면 우리 민속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봤다.

진수현 교수 역시 "귀신, 무속 신앙 등도 이야기를 잘 엮어내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활용될 수 있다"며 "문화의 전승 측면에서도 명맥을 잇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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