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1주기…작가 권리보호 불씨 댕긴 1년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등진 지 어느덧 1년을 맞는다.

이 작가는 지난해 3월 11일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의 저작권 분쟁 때문에 심적 고통을 겪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를 계기로 창작자 권리보호와 불공정한 계약 관행 문제를 둘러싼 열띤 논의가 시작됐고, '검정고무신'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제도·정책 차원의 개선이 이뤄졌다.

만화계는 이 작가 별세 1주기를 조용히 추모할 예정이다.

그간 유가족 측을 대변해 온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에 별도로 1주기 행사는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는 5∼6월께 추모 전시를 계획 중이다.

◇ '검정고무신'이 바꾼 것들…표준계약서 제·개정하고 법률지원센터 설치

'검정고무신' 사태는 지난 1년간 만화·웹툰 창작자의 취약한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 개선과 지원 제도 보강으로 이어졌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변화는 정부의 만화·웹툰 표준계약서 제·개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관련 계약서 2종을 새로 마련하고 제삼자와 계약할 경우 원작자에게 이를 사전 고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생전 이 작가가 '검정고무신'이 2차 사업화되는 과정에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호소했는데, 이를 고려해 별도 조항을 둔 것이다.

문체부는 지난해 4월 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 '검정고무신 법률센터'로 불리는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는 저작권 계약 전반에 필요한 법률 자문은 물론 저작권 교육, 분쟁조정 등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창작자를 대상으로 한 저작권 교육도 확대하고, 지난해 말 관련 가이드북도 제작해 배포했다.

다만, '검정고무신'이라는 이름값이 커지면서 일부 부작용도 있었다.

정부가 문화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문산법)에 '검정고무신 법'이라는 별칭을 달고 빠르게 제정을 추진하다가 창작자들의 반발에 부딪히기도 했다.

◇ 캐릭터 '기영이' 저작권 말소·이우진 작가 최종 승소…남은 과제는?

업계 전반이 아니라 '검정고무신'에만 초점을 맞춰봐도 여러 변화가 눈에 띈다.

지난해 '검정고무신' 속 주요 캐릭터인 기영이와 기철이, 땡구 등도 작가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 캐릭터들은 이 작가가 창작했지만, 2008년부터 이 작가와 동생 이우진 작가, 스토리를 담당한 이영일 작가, 캐릭터 회사 형설앤 장진혁 대표 4명이 공동저작자로 이름을 올려왔다.

이에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실제 창작에 참여하지 않은 자는 저작자가 될 수 없다"며 직권으로 저작자 등록을 말소했다.

이 작가의 동생이자 '검정고무신'을 함께 그렸던 이우진 작가는 2020년 형설앤 장 대표가 제기한 계약금 반환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장 대표가 이 작가가 '코믹 검정고무신 시리즈' 등 출판물 계약금을 받고 원고를 인도하지 않았다며 소를 제기했지만, 2022년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8단독 재판부가 이를 기각했고, 지난해 12월 항소심에서도 기각돼 확정됐다.

아직 남은 문제도 있다. 생전 이 작가를 가장 괴롭혔던 저작권 침해 소송이 이제 2심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3부는 형설앤과 장 대표가 이 작가와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 작가와 업체 간 사업권 계약은 특정 시점 이후로 해지됐으며, 더는 형설앤이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다만, 특정 시점 이전에는 계약 위반 행위 등이 있었다고 보고 이 작가 측이 7천400여만원을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현재 양측 모두 이에 항소하면서 법정 공방이 길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