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송중기 "아내가 영화 보고 위안받았다고 했죠"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지난 1일 넷플릭스로 공개된 영화 '로기완'은 벨기에로 건너가 난민 지위를 얻어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발버둥 치는 탈북자 로기완(송중기 분)의 이야기다.

중국에서 엄마(김성령)와 함께 살던 로기완은 불의의 사고로 엄마를 잃고 강제 북송 위기에 몰리자 벨기에행을 택한다. 그곳에서 한국계 벨기에인 마리(최성은)를 우연히 만나 삶의 변화를 맞는다.

"가장 궁금했던 건 아내의 반응이었어요. 아시다시피 한국 사람이 아니잖아요. 북한에서 탈출해 중국에 갔다가 벨기에로 넘어가는 설정을 이해할까 걱정되기도 했는데, 영화를 보고 짠했나 봐요. '고생했다'는 말을 먼저 해줬고, '위안이 됐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이런 말을 하려니 쑥스럽네요."

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중기는 '로기완'을 본 영국인 아내 케이티 루이즈 손더스의 반응이 어땠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며 웃었다.

로기완과 마리는 사랑과 우정을 통해 과거의 상처를 치유한다. '로기완'이 감동을 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송중기는 최근 관객과의 대화(GV)에서도 '힐링'을 받았단 말을 많이 들었다며 "뿌듯했다"고 털어놨다.

송중기는 '로기완'이 죄책감에 관한 영화라고 했다.

"죄책감에서 못 벗어나 몸서리치는 사람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영화 후반부에 로기완이 마리에게 '내가 행복할 자격이 있느냐'고 묻는데, 이 대사는 제가 김희진 감독님에게 넣어 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로기완은 '괜찮아'라는 말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송중기는 캐릭터를 완전히 이해할 때 비로소 연기하는 배우다. 그가 가진 호소력도 여기서 나온다. 자신이 완전히 공감한 캐릭터를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것이다.

'로기완'을 촬영할 때도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며칠씩 고민하곤 했다고 한다. 송중기는 "감독님에게 촬영 스케줄을 바꾸자고 한 적도 몇 번 있다"며 "감독님은 그런 내가 미웠을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로기완'의 시나리오를 7년 전쯤 처음 접했을 때 캐스팅을 고사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엄마를 잃고 죄책감에 빠진 로기완이 벨기에에서 마리를 사랑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몇 년이 지나 좀 더 손질한 '로기완'의 시나리오를 보면서는 공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송중기는 "그동안 내 생각도 바뀐 거 같다. 나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라며 웃었다.

그는 "(촬영할 때) 육체적으로 힘든 건 견딜 만했지만, 정서가 힘들었다"며 "워낙 밑바닥에 깔린 정서로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로기완'은 넷플릭스로 공개된 지 사흘 만에 비영어권 영화 부문 3위에 오르며 순항 중이다. 송중기는 최근 영화 홍보를 위해 모교인 성균관대도 찾았다.

"마침 개강 날이었어요. 한 학생이 24학번이라길래 몇년생인지 물었더니 2005년생이라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제가 나이가 든 느낌이었는데, 22∼24학번 친구들은 아직 '로기완'을 많이는 못 봤더군요. 이들의 리뷰(반응)를 들어보고 싶어요."

송중기는 촬영 현장에서 책임감이 강하고 동료 배우와 스태프를 잘 챙겨 '송 반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로기완'의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흥행시키고 싶다는 책임감이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주인공으로서 일상생활에서도 작품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중기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에 관한 질문에는 "역할보다는 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며 공포영화를 꼽았다.

"그런 의미에서 '파묘'의 흥행이 반가워요. 조만간 보러 갈 텐데, '파묘'가 잘 돼 너무 좋아요. '내가 좋아하는 장르인데 드디어 터지는구나'라는 생각에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