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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 라이브즈' 셀린 송 감독 "로맨스라기보단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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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 뭔지 알려주는 영화…유태오, 어린아이 느낌에 캐스팅"
36세 신인으로 아카데미 입성…"앞으로도 영화 계속할 것"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한국계 캐나다 영화감독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국 뉴욕의 분위기 좋은 술집에서 한 여자와 두 남자가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어린 시절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가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는 나영(그레타 리 분)과 그의 남편 아서(존 마가로), 나영의 초등학교 시절 친구로 24년 만에 그를 만나러 뉴욕에 온 해성(유태오)이다.

연합뉴스 제공

"어느 날 밤 뉴욕의 한 술집이었어요. 한국에서 놀러 온 어린 시절 친구와 미국인 남편 사이에서 제가 통역하고 있었죠. 우리 셋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는 느낌이었어요. 문득 '내가 나의 과거, 현재, 미래와 술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감정이 남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 감독은 '패스트 라이브즈'를 구상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렇게 답했다. 송 감독은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 중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이민을 가 뉴욕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다가 이 영화로 감독에 데뷔했다.

나영과 해성의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로맨스물은 아니라는 게 송 감독의 설명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미스터리 영화예요. 첫 장면에서 '세 사람은 서로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데, 대답 자체가 미스터리거든요. '인연'이란 말밖엔 생각할 수 없으니까요."

송 감독의 말처럼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이라는 말을 끌어들여 인생의 신비를 포착한다.

한국인에게 인연은 친숙한 개념이고, 어린 시절을 한국에서 보낸 송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외국인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영화에선 나영이 아서에게 인연의 뜻을 설명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인연이란 단어가 뭔지 알려주는 영화기도 해요. 어디에 사는 누구든지 이 세상을 살아봤고, 나이를 먹었고, 살다가 지나쳐버린 게 있다면 인연이란 말의 느낌을 알 수 있어요. 단어가 없을 뿐이지, 이탈리아든 어디든 다 이해하더라고요."

연합뉴스 제공

'패스트 라이브즈'가 로맨스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사랑이란 말을 빼놓고 설명하긴 어렵다.

송 감독은 이 작품이 사랑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사랑과 연애는 다르다. 연애라고 하면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됐다가 결혼도 하는 그런 이야기지만, 사랑은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우연히 말을 섞는 순간에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송 감독은 극작가로 활동할 때도 이민자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작품에 녹여냈다. 한국 해녀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엔들링스'가 대표적이다. '패스트 라이브즈'에선 나영을 통해 정체성의 주제가 다뤄진다.

"(넓은 의미의) 이민자가 늘어나면서 이민자의 이야기는 이제 보편성을 얻은 것 같아요. 국적이나 언어를 바꾸지 않더라도 이사를 하거나 다른 도시로 옮기고, 그렇게 인생이 바뀌곤 하잖아요?"

송 감독이 영화감독이 된 건 '패스트 라이브즈'의 이야기가 연극보다는 영화에 잘 맞았기 때문이다.

그는 "시간과 공간이 중요한 이야기라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며 "서울과 뉴욕의 빛과 소리가 다른 걸 보여줘야 했고, 어린아이와 어른이 한 얼굴에 교차해야 했다"고 말했다.

유태오를 캐스팅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송 감독은 "유태오 배우는 어린아이와 어른이 함께 있는 느낌이다. (처음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라며 웃는데, 진짜 어린아이 같았다"며 웃었다.

'패스트 라이브즈'엔 가수 장기하가 해성의 친구 역으로 깜짝 출연한다. 장기하도 해성 역의 오디션에 참여했고, 그 인연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한다.

'패스트 라이브즈'는 다음 달 열리는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에 노미네이트돼 있다. 올해 36세 신인인 송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런이나 마틴 스코세이지 같은 세계적인 거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송 감독은 한석규·최민식·송강호 주연의 '넘버 3'(1997)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다. '패스트 라이브즈'로 아버지가 걸어간 길에 들어선 셈이다.

송 감독에게 영화를 계속할지, 극작가로 돌아갈지 물어봤다.

"지금은 영화에 푹 빠져 있어요. 아무래도 영화를 계속하고 싶을 것 같아요. '패스트 라이브즈'를 연출하면서 너무 재밌었거든요."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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