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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빈 자리에 피해보는 환자들 분노 "암수술 조금만 늦어도 결과 엄청 바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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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이탈 이틀째…서울 '빅5' 수술 취소에 진료 지연·연기 속출
진료 못잡고 응급실도 마감…"일단 기다리지만" 초조한 환자·보호자 분통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공의들의 근무지 집단 이탈 이틀째인 21일 서울 대학병원 곳곳에선 진료 지연으로 인한 피해가 속출했다.

진료나 수술 일정이 늦어지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점점 커지는 불안감을 토로했다. 분통을 터뜨리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오전 10시께 이른바 '빅5' 병원 중 한곳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김모(38)씨는 이 병원 협력병원으로 전원 수속을 밟고 있었다.

서울대병원에서 담도암 수술을 했다는 김씨는 "열도 많이 올라가서 더 지켜봐야 하는데 어제 전원을 추천해주더라"고 전했다.

김씨는 "주위에 수술이 취소됐다는 환자들이 많다. 특히 암이라는 건 조금만 늦더라도 결과가 엄청나게 바뀌는 건데 내가 그 입장이었다면 많이 무너졌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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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으로 열흘째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50대 전규식 씨도 "전공의도 회진하러 오지 않고 파업 이전에 비해 병실이 절반은 빈 것 같다"고 전했다.

전씨는 "당장 수술받지 않으면 죽는 사람이 앞에 있는데 내버려 두고 간다는 것 아니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김정선(37)씨는 여덟살 딸의 정형외과 진료가 두 달 뒤인 4월로 미뤄졌다며 답답해했다.

김씨가 전날 오전 8시께 병원으로부터 받았다며 보여준 문자메시지에는 '정부의 필수의료 말살정책으로 진료가 파행에 이르러 교수님 요청으로 진료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김씨는 "두 달 전에 예약해놨는데 진료 바로 전날에 갑자기 연기 통보를 받았다. 항의도 해봤지만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하니 답답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병원 소아안과에선 한 간호사가 "지금 선생님들이 모두 안 계셔서 진료받을 수 없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8월에 진료와 수술이 잡힐 수 있다"고 안내해 보호자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역시 빅5 중 하나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진료가 지연되면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는 걱정과 사태 장기화의 여파를 예상하기 어렵다는 불안감 속에 환자와 보호자들의 얼굴이 어두웠다.

신장 검사를 앞둔 동생과 전남 여수에서 온 30대 김모씨는 "(서울로) 올라오면서 당연히 걱정됐다. 진료 등 일정이 미뤄지면 기약이 없이 기다릴 수도 있고 그사이 증상이 악화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씨는 "다행히 동생은 입원을 했지만 차질이 생겨 입원을 못 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어떤 이유가 있어서 파업을 할 수 있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환자 보호자이다 보니 공생할 수 있는 상황이 빨리 오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의대 정원 증원만으로 필수의료 강화 등을 해결할 수는 없을 거란 생각이 드는데 정부도 의료계도 적절한 방안을 찾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세브란스병원 앞 응급실에 서 있던 20대 A씨는 "언니가 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퇴원했는데 목관을 삽입했다가 봉합한 부위가 다시 벌어져 병원에 왔다. 진료를 보려고 하니 전공의 파업 때문에 일정을 잡을 수 없다고 하고 급한대로 응급실에 왔더니 접수가 마감됐다고 하는데 일단 기다려 보는 중"이라며 초조해 했다.

그는 "정부와 의료계가 무슨 생각으로 줄다리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누가 언제 아플지 모르고, 대통령이든 누구든 지금 당장 환자가 될 수 있는게 아니냐.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면 1분 1초가 위기인 사람은 길에서 죽을 수도 있지 않겠냐"며 분을 참지 못했다.

피해가 현실화하자 환자 중에서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간 치료를 위해 입원한 이종수(56)씨는 "전공의들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며 "십수 년째 의대 정원 확대를 못 했다는데 자기 밥그릇 찾겠다고 이러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는 "결국 환자랑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오는 게 아니냐. 밥그릇 때문에 국민들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기분"이라며 "전공의 사직서를 다 수리해서라도 바꿔버려야 한다. 정부가 강력하게 의사 수를 늘렸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전날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했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3.1%인 7천813명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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