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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에 비춰본 진짜 내 모습…'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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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현 임상미술치료학회장 신간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자화상은 궁극적으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김선현 임상미술치료학회장은 지난 30여년간 트라우마 분야에 천착해 온 미술치료 전문가다. 세월호 참사 등 국내외 재난 현장에서 미술치료로 피해자와 유가족의 상처를 돌봐왔다.

연합뉴스 제공

신간 '자화상 내 마음을 그리다'는 그런 그가 엄선한 '세기의 거장' 57명의 자화상 104점을 통해 '내 안에 숨겨진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스토리다. 화가들이 자화상에 남긴 흔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초상화와 달리 자신을 바라보는 감정들까지 표현되는 자화상은 흔히 '마음을 찍는 사진'으로 비유된다. 실제로 거울을 비친 본인을 그려보는 것은 미술치료 주요 기법 중 하나. 회화 속 인물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말해보거나, 배경이 일부 삭제된 그림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식도 자주 쓰인다.

자화상은 그린 이가 가진 트라우마, 사회적 신분, 경제력, 가슴속 응어리진 충동까지 담아낸 '감정 저장고'지만, 자화상이 가지는 의미는 작가마다 각기 다르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자화상은 당시 '고독'을 견디고, '욕망'을 좇았던 예술가들의 민낯을 오롯이 보여준다.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심리상태가 투영되는 자화상은 때론 상처를 '치유'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얻어낸 화가들의 '여유'와 '완벽'도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고독, 욕망, 사랑, 치유, 여유, 완벽 등 열쇳말 6개를 순서대로 따라가거나, 그날그날 심리상태에 따라 마음에 드는 챕터를 골라 읽는 것도 방법이다.

연합뉴스 제공

김 학회장은 '트라우마가 치유되면 행복해지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행복해지면 트라우마가 차차 사라지니, 자꾸 행복해지는 연습을 해라"고 답한다. 나쁜 기억을 한 순간에 잊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하루하루 일상과 부딪히며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화가들은 자화상 속에서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세기 초 창궐했던 스페인독감 속에서 살아남은 에드바르 뭉크가 대표적. 그림 곳곳에 초록색이 사용된 '스페인독감에 걸린 자화상'에서 생명에 대한 의지도 엿볼 수 있다.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어 잠그고 세상과 단절을 택한 '은둔형 외톨이'를 만나온 저자는 코로나19 사태를 견뎌온 우리 젊은이들에게 스페인독감을 이겨낸 뭉크의 자화상이 위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화상을 가장 많이 남긴 화가 중 한명인 빈센트 반 고흐는 수많은 작품을 접해온 저자의 '최애' 작가이기도 하다.

어린 시절 달력 그림으로 처음 알게된 '밤의 카페 테라스'는 그에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도록 이끌었고, 무엇보다 "아프고 힘들고 치열했던" 고흐의 삶과 예술을 흠모하기 때문이다.

김 학회장은 이야기 끝마다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미술치료를 진행하며 품게 된 내담자에 대한 안타까움,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받는 스트레스, 학자로서의 조바심, 고비마다 자신을 지탱해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까지 개인사도 솔직하게 들려준다.

한길사. 360쪽. 2만8천원.

sunny1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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