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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사직 첫날 병원 업무 마비…"환자들 아픈 걸 이용해 밥그릇 챙기는 셈 아니냐"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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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없어 간호사가 지원…수술 겨우 막아내"
"아픈 자식 치료 못 받음 지옥…장기화 안 돼"
복지부, 근무지 이탈 전공의에 업무개시 명령
尹 대통령도 "국민 생명 볼모로 집단행동 말라"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뉴시스에 따르면 의과대학(의대) 증원에 반대해 사직한 전공의들이 20일 집단으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응급의료 핵심인 이른바 서울 '빅5' 대형병원 운영에 차질이 생기는 모습이다.

전공의들을 대신해 교수진들이 수술하고, 응급상황에도 의사가 없어 간호 인력에서 지원을 가기도 했다. 집단행동 여파를 우려해 이른 시간부터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했다.

◆ "진료시 지연·혼선" 안내에 한산…응급실 "병상 포화" 입간판

20일 뉴시스가 찾은 서울의 '빅5'(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로비는 전날과는 다르게 비교적 한산하고 차분한 분위기였다.

병원 측이 미리 전날부터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진료 시 많은 혼선과 지연이 발생됩니다. 처치 및 검사가 어려운 경우 진료가 불가합니다" 등 안내 문자를 환자들에게 보내고, 진료 및 입원 일정을 조정해서다.

그러나 병원 곳곳에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다. 빅5 병원 응급실 앞에는 "현재 응급실 병상이 포화 상태로 진료 불가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힌 입간판도 세워졌다. 심정지, 급성심근경색 등 중증 환자 외에는 다른 병원 응급실을 이용해달라는 안내가 뒤따랐다.

응급실 앞을 지키던 한 병원 직원은 "응급실은 정상 운영 중"이라고 답했다. 이들 병원은 사직한 전공의를 대신해 교수진과 전문의·전임의(팰로우)를 중심으로 응급실 당직을 편성하는 등 비상 운영에 들어갔으나 인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의료 공백은 어쩔 수 없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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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공의·인턴 빈자리를 교수·전문의가…"업무 진행 제대로 안 돼"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A씨는 뉴시스에 "전공의와 인턴들 모두 오늘 오전 6시 기준으로 병원에서 나갔다"며 "사실 이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이 많아 업무 진행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전문의와 교수진 등 일부만 남아있다 보니 '급한 일이 아니면 연락을 자제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CPR(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 있었는데, 의사 인력이 없어 간호 인력에서 지원을 가야 한다"고 했다.

이어 "예정된 진료나 수술이 밀리니까 환자나 보호자들로선 당연히 화가 나는데, 이 민원도 다 간호사들이 처리하고 있다"며 "오늘 이후로 안 나오는 의사가 더 많아질 거라 환자들이 불안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방사선과 직원 B씨 역시 "수술이 밀리고 있어 외래 입원은 받지 않는 걸로 알고 있다"며 "원래 전공의들이 해야 했던 응급실 당직 수술을 교수님들이 하신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마취과 직원 C씨도 "저희 과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라 교수님들이 내려와서 어떻게든 막아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성모병원에서도 병원 임원진이라는 한 의사가 "이 문제 때문에 매일 회의하고 있다"며 "나도 외래 진료가 있어서 가봐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뜨는 모습도 보였다.

◆ 환자 가족들 분통 "자식이 제때 치료 못 받는 건 부모에겐 지옥"

아픈 아이를 둔 부모들은 당장 큰 불편은 겪지 않았지만, 혹여나 전공의 파업이 길어져 의료 공백이 발생할까 불안한 모습이었다.

충북 충주에 사는 임모(43)씨는 백혈병에 걸린 8살 딸아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임씨는 "아이가 백혈병 수술을 하고서 차도가 나아지곤 있지만 완치는 아니라 꾸준한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늘도 검사를 받기 위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면 우리 아이같이 아픈 아이나 큰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게는 지옥"이라며 "아픈 사람들은 다 동감할 거다. 자식이 아픈데 무슨 이유로든 치료를 제때 못 받고 아파하면 그건 부모 입장에선 지옥이다. 제발 그렇게까진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희귀 질환인 연골무형성증을 앓는 6살 딸과 함께 평택에서 온 40대 윤모씨는 "언제라도 아이가 갑자기 아프거나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그런데 파업으로 인해 제때 치료를 못 받아 회복이 어려워질까 봐 그게 가장 두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이가 희귀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이번 사태로) 혹시 더 생기지 않아도 될 장애가 생겨버릴까 봐 많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 '사직서' 전공의 1630명 근무지 이탈…수술 취소  피해 34건 접수

집단행동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해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권영임(54)씨는 "암 치료를 하며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걸 너무 많이 느꼈다. 외래 진료 일정을 잡는 것부터가 너무 힘들다"며 "왜 환자 생명을 가지고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세브란스 병원을 찾은 김수정(35)씨도 "안과 진료를 받기 위해 1시간 20분째 대기 중"이라며 "(파업에) 긍정적이진 않다. 환자들 아픈 걸 이용해서 본인 밥그릇 챙기는 셈 아니냐"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전날 오후 11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점검을 한 결과 소속 전공의 55%(6415명)가 사직서를 제출했고 이 중 25%(1630명)가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사이 수술 취소 등 34건의 피해 사례도 접수됐다. 단 사직서는 모두 수리되지 않았다.

빅5 병원에 속하는 세브란스 병원과 서울 성모병원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이탈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복지부는 업무 개시 명령을 한 전공의를 제외한 남은 728명에 대해 업무 개시 명령을 발령한 상태다. 728명을 포함해 이날 오전 기준 업무 개시 명령을 내린 전공의는 831명이다.

정부는 진료 공백 최소화를 위한 정책 지원과 동시에 전공의들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재차 당부했으며, 윤석열 대통령 역시 이날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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