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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이으며 변화 시도한 근대 불화…'이건희 컬렉션'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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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7월 21일까지 불교회화·밑그림 등 23건 전시
서양화 음영법 더하고 이름 적고…"예술 창작 주체로 인식하기도"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수월관음(水月觀音)은 물가의 기암괴석 위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마치 물에 비친 달을 내려다보는 듯하다.

19세기 중반에 주로 활동한 화승 도순(道詢) 또한 수월관음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다.

연합뉴스 제공

파도 속에서 마치 솟아오른 듯한 바위에 편안히 앉은 채 정면을 바라보는 관음보살, 1854년에 그린 '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관음보살'(정식 명칭은 '수월관음도') 그림이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간직했던 이 불화가 처음으로 공개된다.

연합뉴스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2층 불교회화실에서 19∼20세기 불교 회화와 밑그림이 된 초본 등 총 23건 37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고 20일 밝혔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에 이르는 근대기 불교회화는 조선시대의 불교회화 제작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서양 화풍의 영향을 받아들여 표현이 독특한 점이 특징이다.

전시에서는 이 시기에 활동한 대표적인 화승과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1870년대 중반부터 1930년경까지 약 55년간 불화를 그리며 활발하게 활동한 승려 축연(竺衍)이 대표적이다. 그는 양산 통도사의 '십육나한도(十六羅漢圖) 등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합뉴스 제공

그의 작품 중 하나인 '극락에서 설법하는 아미타불'은 가로 199㎝, 세로 169㎝에 이르는 비단 화폭에 여러 인물을 담았는데, 서양화에서 쓰는 음영법을 더해 인물을 입체감을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19세기에 활동한 승려 쌍월당(雙月堂) 성활(性闊)의 모습을 담은 초상에서는 그림 안 족자에 자신의 당호(幢號·불교에서 스승에게 법맥을 이어받을 때 받는 법호)를 적어 뒀다.

전통적인 불화에서 개인의 이름을 남기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박물관 관계자는 "축연이 승려 장인이면서도 스스로를 예술 창작의 주체로서 인식하고 개성을 표현한 모습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기증한 작품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2022년 박물관이 펴낸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목록집' 제6집 불교회화 편에 따르면 이 선대회장이 기증한 불교회화(여래, 보살 등을 다룬 일반 불화) 유물은 총 102건 167점에 달한다.

이 중에서 수월관음도는 도순 스님의 작품을 포함해 3건뿐이다.

연합뉴스 제공

이와 함께 19세기를 대표하는 화승 천여(天如)가 1843년에 그린 '제석천', 작은 화면에 먹으로 동자·옥졸·판관 등을 그린 불화 밑그림 등이 관람객과 처음으로 만난다.

전시에서는 과거 화승들이 불화를 어떻게 작업했는지 보여주는 자료도 볼 수 있다.

평소 연습을 하거나 제자에게 그려준 것으로 보이는 인물 밑그림부터 서울 경국사에서 60여년간 머무르며 불상과 불화를 조성한 보현(普賢) 스님이 그린 '지옥을 다스리는 지장보살' 밑그림이 소개된다.

연합뉴스 제공

지장보살 밑그림은 세부를 그린 후 각 부분에 '백'(白), '황'(黃), '진홍' 등 어떤 색을 칠할 것인지 자세히 적혀 있어 이후 작업 단계에서 참고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이 그림은 1917년에 조성된 '지장암 자수지장보살도'의 크기와 구성이 동일하다.

박물관은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전반은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함께 불교와 불교미술을 둘러싼 위상과 환경도 변화하는 시기"라며 "오늘날의 불교미술로 계승되기까지 불교회화를 둘러싼 다양한 노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7월 21일까지.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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