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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로 보는 세상] 식물학자들을 놀라게 한 보티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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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이 그림이 그려진 건 1470년대 말이지만, 알려진 건 1800년대다. 르네상스 피렌체 화가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그린 '프리마베라' 또는 '봄'으로 부르는 작품이다.

선물 받은 가문의 저택 침실에 걸린 탓에 소수의 사람만 보던 작품이었고, 메디치 가문이 단절된 후엔 피렌체 행정당국 창고로 들어가 보관된 탓에 세상은 이 그림을 알지 못했다. 1800년대 들어서 비로소 우피치 미술관에 전시되면서 그와 그의 작품들은 세상을 매혹했다.

그의 대표작이 된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1485)은 서양미술사를 서술할 때 뺄 수 없는 작품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앞에 놓이게 됐다.

연합뉴스 제공

'프리마베라' 주인공은 그리스·로마 신화 인물들이다. 비너스, 머큐리, 에로스, 삼미신(三美神), 플로라 등이 숲을 배경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그림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 그렇기에 더 관심을 끌고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이 그림을 본 식물학자들은 깜짝 놀랐다. 학자들은 지금도 이 그림 속 나무와 풀, 꽃들을 연구할 정도다. 대부분 피렌체 지방에서 서식하던 식물이라고 하는데,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들도 있다고 한다.

오렌지, 월계수, 딸기 등 200여 종이 넘는 식물이 확인된다는데 채색 후 금방 마르는 템페라 그림임을 감안하면, 보티첼리의 정교한 솜씨는 가히 신의 경지로 여길 만하다.

'그랜드 투어'로 영국과 프랑스 등 상류층들이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문화적 감성을 얻어가던 시절, 특히 이 그림에 반한 이가 있다.

영국 라파엘전파를 대표하는 존 에버렛 밀레이(1829~1896)다. 그는 셰익스피어 '햄릿'에 등장하는 비련의 여주인공, 오필리아를 동명의 제목으로 그렸는데, 이 작품에도 수십 종의 식물을 그려 넣었다. (1852)

연합뉴스 제공

밀레이도 자신이 살던 지역에 자생하던 데이지, 양귀비, 장미, 제비꽃 등을 그리며 햄릿과 오필리아 운명을 표상하며 보티첼리를 오마주했다.

보티첼리는 뒤늦게 발견된 화가였으므로 알려진 바가 별로 없지만, 그의 이름에 항상 따라다니는 여인이 한 명 있다. 시모네타 베스푸치(1454~1476)다.

베스푸치 가문에 시집온 그녀는 당대 피렌체 최고 미녀였다. 보티첼리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다만 마음속으로….

대신 그의 작품에 그녀는 연이어 등장한다. 위 두 작품, '프리마베라'와 '비너스의 탄생'에 등장하는 비너스 모델이 바로 시모네타다.

그녀가 직접 모델로 선 적은 없고 그림 속 여인으로 그려 넣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그렸다고 전한다. '젊은 여인의 초상'으로 전하는 작품도 시모네타를 그린 것이다. (1480년대)

연합뉴스 제공

시모네타는 불과 22세에 결핵으로 사망했지만, 보티첼리는 그녀가 죽은 뒤에도 계속 시모네타를 그림 속에 부활시켰다. 신화에 입각한 인물이지만, 성모 같은 분위기를 띤다.

식물학자들은 그의 정교한 솜씨와 그 시대의 다양한 식물군에 놀라지만, 보티첼리가 놓치지 않은 한 여인에 대한 '플라토닉 러브'에 감동하며 그의 작품을 눈여겨본다.

그는 말년에 피렌체를 지배한 엄격한 수도승 사보나롤라(1452~1498)를 추종해 자신이 갖고 있던 그림들을 스스로 불태웠다.

그림이 재로 변하는 순간 그의 사랑도 사라졌을까? 불타지 않고 살아남은 프리마베라 비너스 주변에 그린 그 많은 꽃은 시모네타에 대한 찬사였을까?

식물학자들도 미술전문가들도 그 누구도 알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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