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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영애 "무대는 날 비추는 거울…흰 캔버스처럼 늘 새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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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년 반 만에 단독 콘서트…"봄 버들처럼 모두 흐드러져요"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음악은 늘 빈 마음으로 해야 합니다. 하얀 캔버스 백지 위에 새롭게 그릴 준비가 돼 있어야 하지요. 그래서 매일 훈련하는 겁니다."

'소리의 마녀' 가수 한영애는 10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대는 과거, 현재, 미래를 비춰주는 나의 거울"이라며 "음악은 '흘러간 노래'가 아니라 현재의 마음과 시선으로 바라봐야 나도, 듣는 이도 행복하다. 그래서 늘 새로운 마음으로 음악을 대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제공

한영애는 다음 달 17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1년 6개월 만의 단독 콘서트 '다시 봄(春)'을 앞두고 있다.

지난 1976년 포크 그룹 해바라기로 데뷔한 그는 1986년 솔로 1집 '여울목'을 냈고, 신촌블루스 객원 보컬로도 참여했다.

한영애는 그간 허스키한 목소리와 카리스마 있는 감성을 무기로 '여울목', '누구 없소', '코뿔소', '조율' 같은 대표곡을 남겼다.

특히 그가 지난 1992년 '조율'에서 '미움이 사랑으로 분노는 용서로 / 고립은 위로로 충동이 인내로 / 모두 함께 손잡는다면' 하고 그윽이 토해낸 가사는 32년이 지난 지금도 깊은 울림을 안긴다. 세계 각지에서 여전히 전쟁, 기후 변화, 기아로 많은 이들이 신음하고 있어서다.

"사실 처음에는 7살짜리 아이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사랑의 의미를 알게 해주자'는 마음에서 환경 보호 느낌으로 가사를 썼어요. 인간의 역사가 지속되는 한 30년 뒤에도 이 가사는 통용될 겁니다. 인간은 욕망덩어리니까요."

한영애는 "조율이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그래도 조금만 더 이해하려 하는 태도가 중요한 듯하다. 나 역시 죽을 때까지 가져갈 좌우명 가운데 하나가 겸손"이라고 짚었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늘 공연은 흥분된다. 그러니 늘 준비하려 한다"고 덤덤하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음악을 대하는 깊은 겸허함이 느껴졌다.

여기에는 지난 2020∼2022년 모든 뮤지션이 맞닥뜨려야 했던 코로나19 팬데믹 경험도 영향을 끼쳤다. 당시의 기억을 묻자 한영애는 '공포'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연합뉴스 제공

그는 "평소 거울을 하루에 세수할 때 한 번밖에 보지 않는데, 당시 거울을 보면서 '다시는 무대에 못 서는 것인가. 나는 (무대 위 가수로) 더는 변신할 수 없는가'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며 "그러다 '나는 무대가 좋은데'라는 생각이 이내 공포로 바뀌더라. 이제 끝일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그 이후에는 늘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며 "다 지나고 나니 옛날 어른들이 '무엇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고 말씀하신 게 생각난다. 그래서 내가 목표하고 기뻐하는 일을 위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한영애는 다음 달 콘서트에 관해 묻자 "이제 봄이니 오셔서 모두 봄 버들가지처럼 흐드러졌으면 좋겠다"며 "겨우내 긴장했던 것들을 다 풀어버리자"고 했다.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의 마음처럼 공연마다 (노래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가 떠오르기를 바라죠. 가수의 음악에는 노랫말이 있잖아요? 가사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그날 찾아온 관객의 기운이나 공연장의 분위기, 제가 살아온 길 등을 다 합쳐서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거죠."

한영애는 "음악인들에게는 늘 새로워야 하는 게 숙제"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오전 7시에 일어나 운동과 산책을 하고, 오전 연습을 한 뒤 오후에는 콘서트 관련 준비를 하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미술관에 가거나 영화를 보는 등 문화생활을 하는 것도 연습의 일종이라고 했다. 특히 제때 밥을 챙겨 먹는 바른 식습관은 30년 넘게 유지 중이다.

연합뉴스 제공

한영애는 "가수도 바쁘다. 단추를 누른다고 노래가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패티김 선배 은퇴 공연에 갔는데 마이크 앞에서 '아임 프리!'(I'm Free!) 하고 외치시는 걸 보고 그 고충을 너무 잘 알겠더라. 음악이라는 친구와 항상 같이 가는 우리는 평생 긴장의 끈을 놓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싱어게인 3'에서 '루씰'을 불렀던 임지수를 비롯해 신예원, 이소정, 강태관, 범주 등 까마득한 후배 가수들과 컬래버레이션(협업) 무대를 꾸민다.

이 가운데 범주는 요즘은 그룹 세븐틴의 프로듀서로 더 잘 알려졌지만, 과거 한영애의 백업 코러스를 한 뜻밖의 인연이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에게 장난스레 '소리의 마녀'라는 별명 혹은 허스키한 목소리에 대한 솔직한 심정을 물었다.

"저는 그 별명이 마음에 듭니다. 빗자루에 탄 마녀처럼 나쁜 녀석들에게 '이놈'하고 놀릴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소리의 마녀'라는 별명도, 허스키한 목소리도 다 제 것이기에 감싸고 사랑하고 있어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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