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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 '서울의 봄'…군사반란 후 부친도 아들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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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사령관 故 장태완 장군 회고록 재출간…"소수 반란주도자 호국영령 더럽혀"
'12·12 쿠데타와 나'·'그래도 봄은 오는데' 등 12·12 관련서 잇달아

(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작년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 내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회고록과 에세이가 잇달아 재출간돼 눈길을 끈다.

'12.12 쿠데타와 나'(이콘)는 반란을 주도한 전두환 전 장군과 대립각을 세운 고(故) 장태완(1931~2010) 수경사령관의 회고록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선 배우 정우성이 장태완 장군을 모델로 한 이태신 역을 맡았다.

연합뉴스 제공
연합뉴스 제공

"불충자 유구무언(不忠者 有口無言)의 속죄하는 마음으로 나는 지난 세월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는 문장으로 책은 시작한다.

저자는 "전 장교의 0.05%도 안 되는 소수의 12·12 군사반란 주모자 및 주동자들은 조국 수호와 민주 발전을 위하여 거룩하게 산화한 수많은 호국 영령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책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소위로 임관한 저자의 군 생활부터 시작해 박정희 대통령의 비호 아래 커 나간 군부 내 사조직 '하나회', 10·26 사태와 12·12 군사반란을 조명한다.

연합뉴스 제공

또한 전두환이 주도한 군사 반란이 성공한 후 저자에게 들이닥친 가혹한 운명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장 장군의 부친은 아들이 쿠데타 세력을 막는 데 실패하자 "예부터 역모자들의 손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게 우리의 역사다. 내가 자식보다 먼저 떠나야 한다"라고 말하며 문을 걸어 잠근 채 식사를 끊고, 막걸리만 마시다 세상을 떠났다.

1982년 1월, 서울대 자연대학에 다니던 장 장군의 아들도 집을 나선 지 약 한 달 만에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아버지 다녀오겠습니다"가 그가 아들에게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나는 얼어붙은 아들의 얼굴에다 내 얼굴을 비비대면서 흐르는 눈물로 씻겨 주었고, 입으로는 아들의 눈부터 빨아 녹였다."

저자는 "군사 반란과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게 하는 것을 지난 세월 단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책은 1993년 출간됐다가 절판된 후 교열작업을 거쳐 이번에 복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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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백영옥(1948~1991) 씨가 쓴 '그래도 봄은 오는데'(밥북)도 재출간됐다. 백씨는 군사 반란 당시 반란군을 막다가 숨진 김오랑 중령의 아내다. 영화 '서울의 봄'에선 배우 정해인이 김오랑을 모델로 한 오진호 소령 역할을 맡아 연기했다.

남편의 급작스러운 죽음으로 실명해 글을 쓸 수 없었던 저자는 카세트테이프 20개에 달하는 분량으로 구술했고, 이를 출판사 편집자들이 기록·편집해 1988년 책으로 펴냈다.

그러나 12·12 반란과 그에 맞선 김오랑의 죽음을 은폐하고 싶었던 노태우 정권은 책 배포를 막았다. 책은 영화 덕에 30여년 만에 다시 빛을 보게 됐다.

책에는 김오랑 중령과의 만남과 사랑, 12·12 당시의 상황 등이 상세히 담겼다. 아울러 남편 죽음 이후에 찾아온 실명과 고통, 그리고 그 과정을 극복하는 내용도 수록됐다.

"아무리 겨울이 길다기로 오는 봄을 막을 수 있을까? 연일 봄이 올 듯하면서 주춤대는 가운데서도 겨울은 그 기세가 꺾이고, 뜨거운 예감으로 봄이 문턱에까지 와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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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오랑 중령 추모회'를 이끄는 김준철 씨가 쓴 '역사의 하늘에 뜬 별 김오랑'(더프레스), 소설가 박상하 씨가 쓴 '80 서울의 봄'(여산서숙), 정치·외교학자 홍인호 씨가 쓴 '아! 서울의 봄'(여산서숙)도 영화가 히트하자 작년 말 출간된 바 있다.

'서울의 봄'이란 박정희의 유신정권이 무너진 후 5·18 민주화운동 전까지, 민주화 열망이 뜨거웠던 한때를 일컫는다. 1968년 민주화운동이 거세게 일다가 탱크를 앞세운 소련군의 진압에 좌초됐던 체코 '프라하의 봄'을 빗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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