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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주년' 윤하, 영원한 '스물' 能…입체적 서사·사운드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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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할 수 있다 능(能).

3일 오후 싱어송라이터 윤하(36·고윤하)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 같은 한자를 올렸다. 마침내 국내 콘서트업계 성지로 통하는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KSPO DOME·옛 체조경기장)에 입성하는 날.

게다가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아 펼치는 각종 프로젝트의 신호탄을 알리기도 하는 자리다. 'P.R.R.W.'로 시작한 이날 공연 초반 윤하는 살짝 긴장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작년 3월 11~12일 케이스포돔 바로 옆 SK핸드볼경기장에서 성료한 '2023 윤하 앙코르 콘서트 'c/2023YH''에선 처음부터 날아다녔던 그녀였다. 그런데 이번에 스스로도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는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윤하는 윤하다. 11개월 만에 SK핸드볼경기장 바로 옆 큰 1만명 규모의 공연장을 가득 채운 그녀는 팬덤 '홀릭스'를 이내 단숨에 매료시켰다.

고심한 세트리스트는 20주년의 서사를 입체적으로 정리했고, 케이스포돔 대중음악 콘서트에 드물게 도입된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으로 객석 곳곳에서 음향이 다각적으로 들리게 했다. 청룡의 해에 용띠인 윤하가 단연 올해 주인공이 될 것임을 예언하는 자리였다.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의 예매 전쟁)을 충분히 치를 만한 콘서트였던 셈이다. 끝까지 예매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 고침을 하며 취소표를 예매한 보람이 컸다.
뉴시스 제공
◆"가지 못해 지난 그 길론"에서 시작해 "기다리고 기다리는 나예요"로 끝난 공연 서사

우리는 추억을 서사화하지 않으면, 확연히 나아가지 못한다. 우리 것이 아닐 수 있는 우리 과거는 본인만의 화법으로 다시 정리돼야, 향후 우리 삶의 땔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의 삶을 우리 의지대로 개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하의 이번 콘서트는 특기할 만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약 330곡 중 고민하고 고민해 20여곡을 들려준 윤하는 지난 20년을 이번 콘서트를 통해 자신의 진정한 이야기로 환원(還元)해냈다.

윤하는 국내보다 일본에서 먼저 데뷔했다. 2004년 만 16세의 나이에 일본에서 첫 싱글 '유비키리'를 내놓았다. 이듬해 '호오키보시'(혜성)로 오리콘 일간 싱글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며 '오리콘 혜성'이라는 별칭을 달기도 했다. 직접 피아노와 기타를 연주하며 밴드 사운드를 들려줬고, '틴 록' 또는 '틴 팝'으로 대명사로 통했다. 2006년 국내 데뷔 싱글 '오디션(Audition)'를 발매했다. 특히 재작년 3월 발매한 '엔드 시어리 : 파이널 에디션'에 실린 타이틀곡 '사건의 지평선'이 역주행 신드롬을 일으키면서 윤하도 다시 조명됐다.

초창기 발매곡과 최근 히트곡이 골고루 망라된 이번 세트리스트는 이런 서사를 효율적으로 압축했다.
뉴시스 제공
'P.R.R.W.'에 이어 '블랙홀' '물의 여행' 같은 최신곡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특히 '물의 여행'에서 윤하의 시원한 고음이 폭발했다. 쭉쭉 뻗는 성량은 몇 년 동안 윤하의 콘서트 중 가장 보컬 컨디션이 좋다는 걸 증명했다. 그녀가 이번 콘서트를 위해 얼마나 자기관리를 잘 했는지에 대한 방증이었다.

'마이 송 앤드(My Song and)…', '앨리스' '어린 욕심' '오디션' 같은 초창기 곡들이 울려 퍼질 때 올드 팬들의 큰 함성이 터져 나왔다. 특히 헤비메탈 풍의 편곡을 앞세운 전주가 인상적이었던 '슈퍼소닉(Supersonic)' 무대는 이날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곡의 드라마틱함과 윤하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며 극렬한 아련함을 선사했다.

'이마가다이스키(今が大好き)'(한국어 버전), '혜성', '비밀번호 486' '살별' 무대도 발군이었는데 록스타를 방불케 하는 이어진 무대가 화룡점정이었다. '록 라이크 스타즈(Rock like stars)', '텔레파시', '오르트구름'은 관객 모두 객석에서 일어나 따라 불렀다. 여름날 록 페스티벌 현장 못지 않은 열기로 공연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주섬주섬하면 록이 아니다"라는 윤하의 정의에 따라 모두 객석을 단숨에 박차고 일어났다. 라이브 밴드 사운드의 청량한 질주감이 일품이었다. 건반이 주무기인 윤하는 '자우림' 김윤아처럼 보이길 원한다며 일렉 기타를 잡고 연주하기도 했다.

이날 본 공연 마지막곡인 '사건의 지평선'을 부르기 전 윤하는 팬들에게 20주년 소회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오늘도 여러 번 틀렸어요. 고윤하는 망해도 윤하 공연은 망가지지 않게 여러분이 살렸다"며 우선 고마워했다. 박효신, 토이(유희열), 김동률, 조용필 등 케이스포돔 무대에 섰던 선배 가수들의 무대를 직접 본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의 공연이 "너무 촐싹거리지 않았나"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스물은 그래도 괜찮은 나이라며 긍정했다.

특히 윤하는 일본에서 데뷔 당시 첫 라이브 공연한 장소도 떠올렸다. 시부야의 스푸마(spuma)라는 작은 카페에서 손님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이었다. 윤하는 "작은 주방 문 앞에 건반을 두고 주방에 있다 나와 인사하고 연주한 기억이 있어요"라면서 "이후 20년 동안 중간에 힘들어 포기할 뻔한 적도 있고 별일을 다 겪었어요. 하지만 그런 길목마다 '당신의 노래는 이어나갈 가치가 있어요'라며 응원해주신 '에인절 투자자'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고 감사했다. "데뷔 당시 신(GOD)이 '20년 뒤에 이럴 거야'라고 얘기해줘도 믿지 못했을 텐데, 제 스토리가 여러분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후 '사건의 지평선'을 부르며 본 공연이 마무리됐다.
뉴시스 제공
앙코르 첫 곡은 '스무살 어느날'이었다. 윤하는 '사건의 지평선'을 부르기 전까지만 해도 눈물이 나지 않을 거 같다고 했는데 '윤하의 20주년 축하해! 홀릭스와 30주년도 함께 해♥'라는 플래카드를 홀릭스가 모두 들자 펑펑 눈물을 흘렸다. 이후 드라마틱하게 서사가 이어지는 '추억은 아름다운 기억'을 불렀고 '기다리다'(20주년 버전)으로 팬들과 다시 만남을 기약했다.

◆황홀한 이머시브 사운드의 몰입감

수십차례 케이스포돔에서 콘서트를 지켜봤지만 이날 윤하 콘서트의 사운드는 단연 돋보였다. 케이스포돔은 국내 손꼽히는 공연장이 맞지만, 음향적인 측면에선 아쉬운 곳이다. 애초 공연장 목적이 아닌 체조경기장 용도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리노베이션을 거치며 공연 용도에 좀 더 비중을 실었지만 '건축음향'이 처음부터 적용이 안 됐기 때문에 콘서트 때마다 음향에 대한 뮤지션들과 스태프들의 고민이 깊었던 건 사실이다.

윤하와 소속사 C9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콘서트에서 사운드에 아낌 없이 제작비를 투입했다. 자신의 인사 목소리를 파도타기 효과로 들려주며 사운드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낸 윤하는 "평소 (다른 콘서트가 열릴 때) 케이스포돔에 투입되는 스피커의 서너 배가 되는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오프닝과 공연 중간의 밴드 소개 시간에서 악기 소리와 효과음이 좌우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효과는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관객이 느낄 수 있게 한 장치였다.

이머시브 사운드는 본래 청취자 또는 관객을 중심으로 360도 방향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런데 C9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대형 콘서트 현장에서는 측면과 후면의 서라운드를 운용하거나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전면에 여러 채널의 스피커를 통해 폭넓은 음원의 움직임과 선명한 사운드를 전달하는 것이 콘서트에서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 운용의 주된 목적이라고 한다.
뉴시스 제공
실제 이번 윤하 콘서트 무대 앞쪽 공중엔 대형 스피커들이 포도알처럼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이번에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위해 사용된 스피커 시스템은 프랑스 넥소(Nexo)사의 대형 스피커 어레이인 STM시리즈다. 총 210개의 스피커가 사용됐다. 선명한 저음의 임팩트를 객석에 전달할 수 있도록 36개의 대형 서브우퍼가 중앙에 배치됐다. 보통 케이스포돔에서 베이스, 드럼 등의 저음이 뭉개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윤하 콘서트에선 선명했던 이유다.

또 이머시브 사운드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선 프로세서의 사용이 필수인데 세계적인 오디오 제조사인 일본 야마하의 'AFC 이미지(Image)' 프로세서가 적용돼 72개의 채널의 음원 위치를 실시간으로 제어했다.

콘서트 현장에서 사용하는 스테레오 스피커 시스템의 경우 실제 객석에서 스테레오 이미지를 느끼려면 두 스피커 사이에 비슷한 음량과 비슷한 시간차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공연장의 객석에서 스테레오 이미지가 느껴지는 범위는 2~30%에 불과하다는 게 C9엔터테인먼트의 설명이다. 그리고 객석에 따라 시각의 방향(무대)와 소리의 방향(스피커)가 분리되는 경험을 갖게 된다.

C9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연장에서 이머시브 사운드는 무대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무대의 가수쪽으로 소리의 방향이 일치되는 경험을 만든다"면서 "또한, 스테레오 믹싱과 달리 각 악기소리의 위치를 조금씩 다르게 표현함으로써 각 악기 소리가 좀 더 선명하게 들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시시각각 이미지 효과가 변화는 대형 LED와 거대한 링이 공중에서 상승·하강하며 시각적으로도 재미를 준 원형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과 응원봉의 불빛 연출도 매혹적이었다.

윤하가 이번 콘서트에서 들리고 보이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쓴 이유는 지난 20년간 현재의 내면을 좀 더 들여다보기 위한 과감한 선택처럼 해석됐다. 삶은 '불확정성의 원리'를 기반 삼고 있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양한 해석학적 물음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스물이라는 나이는 그런 혼란스러운 삶의 한 가운데 있지만 그 만큼 역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윤하가 서사와 사운드의 입체성이 돋보인 이번 공연으로 우리에게 가르쳐준 사실이다. 이 방면에서 윤하는 영원한 청춘일 거다.

윤하는 4일 같은 장소에서 한 차례 더 콘서트를 연다. 이번 무대는 윤하가 올해 여는 총 20회의 공연의 신호탄이다. 상반기 전국투어 4회, 하반기 소극장 8회·전국투어 4회·대극장 2회 등이 남겨져 있다. 상반기 중엔 정규 7집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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