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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도그데이즈' 김덕민 감독, 20년 숙성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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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전 지금 이 나이가 돼서 데뷔하게 된 게 좋아요. 다행스럽달까요."

영화 '도그데이즈'(2월7일 공개)로 영화감독이 된 김덕민(51) 감독은 1973년생이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 특성상 첫 출발에 적당한 나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데뷔를 50대에 한다는 건 이례적이다. 김 감독은 2003년에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뛰어들었고, 그가 참여한 첫 번째 영화가 세상에 나온 게 2004년이었다. 그는 영화감독이 되는 데 20년이 걸렸다. 그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땐 세 작품 정도 스태프로 참여하고 나면 입봉 할 수 있을 줄 알았다"고 말하며 웃었다.

2007년에 나온 영화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끝내고 나자 이미 30대 중반이었다. 그가 생각했던 세 개 작품을 마친 뒤였다. 하지만 기회는 오지 않았다. 2011년 '로맨틱 헤븐'에 참여하고 나서부터는 조감독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작품도 없었다. 면접을 볼 때마다 떨어졌다. 다들 감독보다 나이 많은 조감독을 원하지 않았다. 이후 2016년 '인천상륙작전' 조연출로 복귀하기 전까지 그는 영화 현장에 없었다.

"버텼습니다. 할 수 있는 게 시나리오 쓰는 것밖에 없으니까, 아르바이트 하면서 계속 시나리오만 쓴 거죠.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 되는 추리물·액션물 같은 걸 썼어요. 제 시나리오를 받아주는 곳이 없더라고요."

김 감독은 캠퍼스 커플이던 여자친구와 결혼했고, 2003년엔 아들이 태어났다. 벌이가 일정하지 않아 아내 수입에 의존해야 했다. 포기할까도 생각했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릴 순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아내는 남편의 꿈을 지지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가 기회가 왔다. 우연찮게 윤제균 감독의 JK필름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다. 과거 함께 일했던 후배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줬고, JK필름에서 '그것만이 내 세상'(2018) '영웅'(2022)의 조연출로 또 한 번 일할 수 있었다.

"'영웅' 촬영이 4회차 남았을 때였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윤 감독님과 함께 밥을 먹는데, 제가 '도그데이즈'라는 작품으로 연출 데뷔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기분은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가 없어요. 지난 세월을 보상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가족들 반응이요? 계속 저를 우쭈쭈 해줬죠.(웃음) 그러면서도 정말 데뷔하는 게 맞냐고 반신반의 했습니다. 촬영을 하고 있을 때도 아내와 아들이 잘하고 있는 게 맞냐고 잔소리를 했어요.(웃음)"
뉴시스 제공
김 감독이 인터뷰 중에 가장 자주 언급한 건 가족이었다. 아내와 아들 덕분에 긴 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아내가 자신을 변하게 했고, 아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아마 제가 30대 때나 40대 때 데뷔했으면 지금과 완전 다른 사람이 돼 있을 거예요. 어깨에 뽕이 가득 차 있었겠죠. 겉멋이 잔뜩 든 영화나 찍고 있었을 겁니다."

영화감독이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버티고 또 버티면서 김 감독은 조금씩 나은 사람이 됐다고 했다. 물론 그는 "그렇다고 제가 완성된, 아주 성숙한 인성을 갖게 됐다는 얘기는 아니다"는 말을 덧붙였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변한 게 아니라 아내의 지속적인 잔소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게 김 감독의 얘기였다.

"절 인간 만들어주려고 잔소리를 해준 거죠.(웃음) 그 덕분에 제가 많이 변했어요. 아내와 전 정말 달라요. 가령 책을 읽는다고 하면 전 추리소설 같은 것만 읽는 사람이었어요. 아내는 인문학 책도 읽고 사회과학 책도 읽고 뇌 과학 책도 읽고 우주에 관한 책도 읽어요. 아내는 제게 그런 넓은 시각을 공유해줬습니다. 그 덕분에 좀 더 나은이 어른이 되기 위해 한 발 짝 씩 나아갈 수 있었어요."

첫 영화 공개를 앞두고 설렘과 걱정이 하루에도 몇 번 씩 교차해 잠을 못자기도 한다고 말한 김 감독은 그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시사회를 찾은 아들이 해준 말이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다는 얘기였다. "시사회에 아들과 아들 친구 몇 명이 왔어요. 영화 끝나고 전 관계자들과 잠깐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슬쩍 다가와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아빠, 이렇게 퀄리티가 좋을지 몰랐어'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행복은 뭐라 다 말할 수가 없었어요."

김 감독은 앞으로 어떤 감독이 되고 싶으냐는 말에 "생계형 감독이 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영화 연출로 밥벌이를 하고 싶다는 말을 돌려 말한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농담을 던지며 자신이 만들고 싶은 영화 현장에 관해서는 자못 진지한 얘기를 했다.

"윤제균 감독님께 배운 게 있어요. 윤 감독님은 현장에서 다른 스태프를 기다릴 줄 아는 분이세요. 제가 오랜 시간 조연출 하면서 느낀 게 감독이 조금만 기다려주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였어요. 현장에 모인 모든 사람이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니까요. 윤 감독님이 딱 그런 분이죠. 저도 기다릴 줄 아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게 행복한 현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 이 기사는 제휴통신사 뉴시스의 기사로 본지의 취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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