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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시대유감', 서태지에게 바치는 쇠맛 풍 '청춘의 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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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그룹 '에스파(aespa)'의 '시대유감(時代遺憾)'은 리메이크의 모범사례다.

좋은 리메이크는 취향을 드러내기보다 곡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해야 한다.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동명곡을 28년 만에(보컬 삽입곡 기준) 리메이크한 에스파의 '시대유감'은 리메이크에 대한 당위성을 노래 자체로 설파한다.

우선 원곡 자체가 갖는 힘이 컸다. '붙박이 문화대통령' 서태지는 말이 아닌 음악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문 국내 뮤지션이다. 특히 '시대유감'은 단순히 노래 하나가 아닌 대한민국 문화의 분기점을 만들어낸 역사다.

'시대유감'은 애초 1995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 4집 '컴백홈'에 '온전히' 실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공연윤리위원회(1976~
1998년)가 사전심의에서 반 사회적 감정을 담았다는 이유로 방송불가판정을 내렸다. 서태지는 항의하는 의미로 노랫말을 모두 빼버리고 연주곡만 이 앨범에 실었다.

이 사건이 서태지 팬들을 중심으로 벌인 사전심의제도 폐지 운동의 불씨가 됐다. 결국 1996년 이 제도는 폐지됐다. 서태지는 이를 기념해 그 해 온전히 가사를 살린 '시대유감'을 싱글로 내놓았다. 서태지는 그렇게 사회의 억압에 항거하는 가수였다.
뉴시스 제공
그런데 시대는 변했다. 쉴 새 없이 일렉 기타를 중심으로 질주하면서 저항 정신을 고취하는 원곡의 얼터너티브 록 아우라를 재현하기는 당연히 힘들다.

에스파의 '시대유감'에선 좀 더 청춘이 느껴진다. 시작은 묵직한 일렉트로닉 베이스 사운드를 기반으로 하는 에스파 특유의 쇠맛이다. 그 유명한 기타 리프와 함께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보컬을 시작하는 사태지와 아이들의 원곡과 달리 "거 짜식들 되게 시끄럽게 구네"라는 카리나의 랩으로 디스토피아 분위기를 더 강조한다. 그런데 점층적으로 청량한 기운을 머금고 윈터가 "왜 기다려 왔잖아"라고 노래하는 순간 아련한 질주감이 느껴진다. 그런 이 시대 청춘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무력감에 대한 저항이다.

원곡의 고유성을 음악적으로나 태도적으로 존중하면서 시대의 음악 작법과 분위기 어법을 녹여내는 묘수. 프로듀서 노이즈캣(no2zcat)과 싱어송라이터로도 활약하는 김녹차의 편곡이 영리한 이유다. 이호수 뮤직비디오 감독이 연출한 에스파 '시대유감' 분위기도 청년의 모습을 그리며 이러한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

윈터는 이번 싱글 발매를 기념해 SM 스테이션 '비하인더스테이션'을 통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레전드이신 분의 노래 자체의 강렬한 느낌을 받아서 신선하지만 그 때의 감성이 묻어 있는 느낌을 꾸밈 없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윈터는 이번 곡에서 고음과 애드리브로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데 크게 기여했다.

카리나는 래퍼 비와이(BewhY)가 함께 랩 메이킹에 참여했다. 원곡에 없던 "벌어진 네 틈에 가시를 꽂아놔 / 나도 모르게 묶인 내가 날 수 있게 / 다 풀어줘 멀리 더 불어줘 날" 같은 가사를 추가해 좀 더 자유에 방점을 찍었다. 카리나는 "'거 자식들 되게 시끄럽게구네' 같은 가사가 재밌고 3절 코러스에서 '떠오르는 밤이야'가 너무 좋다. 가사와 멜로디 하나 하나가 너무 와닿아 재밌게 녹음했다"고 흡족해했다.
뉴시스 제공
지젤은 "(원곡 분위기에) 러프한 게 있어 날 것으로 가사를 전달하며 바이브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했다"면서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가사라 '타임리스'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에스파는 기존 히트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준히 재해석했다. 대표곡인 '넥스트 레벨'은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2019) OST를 재해석한 것이었다. 1세대 K팝 걸그룹 'S.E.S'의 '드림스 컴 트루'(1998)도 리메이크했다.

지젤은 "예전부터 저희가 리메이크를 많이 해서 그런지 ('시대유감' 원곡) 감성이 신기하게 잘 맞는 거 같다. 우리의 (노래) 색깔과는 반대다. 우리는 퓨처리스틱(futuristic·초현대적인) 혹은 사이버틱한데 그것과 합이 잘 맞춰지는 거 같아 신기했고 노래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고 했다.

'시대유감' 원곡도 2024년 리마스터링 버전이 나왔다. 무엇보다 숨어 있던 소리들이 균형감 있게 튀어나오면서 전체적인 사운드가 입체적이다. 동시에 원곡은 이번에 공식 뮤직비디오도 얻게 됐다. 디스토피아 풍 디지털 감시 시대에 거짓된 가식으로 살 수밖에 없어 얼굴 가죽이 꿈틀거리는 상황에서 기타(음악)를 무기로 삼고 자유를 얻게 되는 과정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역동적으로 그려진다.
뉴시스 제공
이번 '시대유감' 리메이크는 구세대와 신세대에게 모두에게 윈윈(win-win)의 상황이 됐다. '서태지 마니아' 세대에겐 에스파를 환기할 수 있는 계기가 됐고, 4세대 K팝 팬들은 전설처럼 내려오던 서태지 음악의 물리적인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됐다.

원래 서태지는 음악적으로 도도했다.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데뷔 21년 만인 2013년 처음으로 자신의 곡을 리메이크하는 것을 허락했다. 당시 신드롬을 일으킨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에 삽입된 '너에게'의 성시경 리메이크가 시작이었다. 이 드라마에선 그룹 '타이니지' 멤버 도희가 '서태지 빠'인 '조윤진'으로 나왔다. 그러다 데뷔 25주년을 기념한 후배 뮤지션들의 리메이크 앨범 '타임:트래블러 서태지25'가 2017년 나왔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홈(Come back home)' 등이 실렸다.

리메이크는 태생적으로 원곡을 뛰어넘을 수 없다. 그럼에도 리메이크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원곡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지금의 음악 생태계가 어떻게 만들어져 왔음을 환기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대유감'처럼 우리 대중음악사의 분기점이 된 곡은 문화유산을 넘어 사회적인 유산의 뿌리가 된다. 닝닝은 "이 시대 사람으로서 옛날 노래를 부르는 게 새로운 표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에스파의 '시대유감' 리메이크는 'SM 리마스터링 프로젝트'의 하나다. K팝 역사를 재조망하고자 SM과 유튜브가 함께 기획했다. 약 300편 이상의 뮤직비디오와 음원 등을 디지털 플랫폼에 적합한 상태로 업그레이드해 순차 공개하고 있다. K팝 개척 회사의 우리 대중음악 뿌리찾기는 정당성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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