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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필름]노장은 호소한다, 연대하라고…나의 올드 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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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해가 바뀌어 이제 86세가 된 노장이 다음 세대에게 전하려는 말은 복잡하지도 거창하지도 않다. 그는 에둘러 얘기할 생각도 없다. "함께 힘을 모아 살아갑시다." 힘을 합치면 모든 일이 잘 될 거라는 게 아니다. 이 만만치 않은 세상을 최소한 버틸 수 있게 해주는 힘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모아가자는 얘기다. 그것만이 삶의 고통을 작게나마 덜어낼 수 있는 방법, 죽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노동자·서민을 주인공 삼아 사회를 통찰하며 '블루 칼라 시인'으로 불린 켄 로치(Ken Loach) 감독의 마지막 영화 '나의 올드 오크'는 호소에 가깝다. 이 작품을 그가 앞서 내놓은 빼어난 영화들과 비교하면 특별하다고 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게 뭐가 그리 중요한가. 때론 진짜 어른의 충고가 절실한 법이다.
뉴시스 제공
'나의 올드 오크'는 영국 북동부 폐광촌에 시리아 난민이 유입되면서 시작된다. 한 때 융성했던 광산은 1980년대 문을 닫았고, 이 마을은 그날 이후 계속 가난해지기만 했다. 정부는 사태를 관망하며 이 지역을 사실상 방치했고,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로 추측된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외부인이, 그것도 난민이 더해지는 게 일부 주민 눈엔 마뜩찮기 만하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중엔 그들이 가난해진 이유, 앞으로도 가난할 이유를 시리아 사람들에게서 찾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이 커뮤니티에 혐오가 스물스물 피어오르기 시작하던 때, 동네 펍 주인 밸런타인과 아버지가 사준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시리아 여성 야라는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고, 시리아인들까지 아우르는 지역 주민 간 연대를 기획한다.
뉴시스 제공
밸런타인과 야라가 꿈꾸던 연대가 가능성을 보이며 지역 사회에 막 활기를 불어넣는 순간, 혐오자들의 훼방으로 이들이 다시 좌절하게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대를 포기하지 않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 이 스토리가 전형적이지 않다고 말할 순 없을 것이다. 다만 '나의 올드 오크'는 역사를 아우르고 사회를 꿰뚫어 보며 인간을 끌어 안는 구도로 비범함을 유지한다. 극 중 시리아인 차별주의자들은 1984년 마거릿 대처 내각 하에 단행된 국영 광산 폐쇄 사태의 피해자들. 과거 영국 정부 정책에 의해 일방적으로 희생된 이들이 시리아 정권에 일방적으로 당한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몰아세우 게 된 것이다. 로치 감독은 밸런타인의 입을 빌려 탄식한다. "사람은 원래 삶이 힘들면 아래를 봐. 약자를 낙인 찍는 게 쉬우니까."
뉴시스 제공
이 부조리 속에서 '나의 올드 오크'가 기대하는 건 연대라는 막연한 구호가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해본 적 있다는 바로 그 경험이다. 그것이 비록 아주 작은 승리에 불과했거나 혹은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하나가 됨으로써 고통을 덜 수 있었다는 바로 그 기억이다. 연대를 위한 밸런타인과 야라의 기획은 20년 간 닫혀 있던 펍 뒷편 라운지 문을 열면서 시작된다. 그곳엔 광부 파업 당시 노동자들이 함께하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빼곡히 걸려 있다. 밸런타인은 그때 그 시절 구호를 떠올린다. "함께 나눠 먹을 때 더 단단해진다." 이제 펍 라운지는 지역 주민이면 누구나 와서 먹을 수 있는 무료 식당이 된다. 그리고 이번엔 이때의 모습이 야라의 카메라가 담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연대라는 유산은 끊이지 않고 계승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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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올드 오크'는 연대하는 걸 두려워 하거나 연대 가능성을 의심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혐오에 빠진 이들은 소수인데 이들의 목소리가 유독 커 이런 세력이 다수인 것처럼 과장 돼 보이는 것 뿐 대부분 사람은 언제든지 자신의 어깨를 내어주고 또 다른 이의 어깨에 기댈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시퀀스. 아버지를 잃은 야라를 위로하기 위해 지역 주민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한다. 야라를 생각하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았나 생각하게 될 정도로 많은 숫자다. 이들은 모두 조용히 그리고 진지하게 야라와 야라 가족을 안아준다. 연대를 향한 용기가 결집한 곳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고 우악스럽게 소리 질러 대던 이들이 발 붙일 곳은 없어 보인다. 로치 감독은 말한다. "연대는 자선 활동이 아니다. 모두 함께 참여하고 모두가 도움 받는 것"이라고.



* 이 기사는 제휴통신사 뉴시스의 기사로 본지의 취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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