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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네이버 온스테이지②]고마워요, 행운을 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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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짧은 노래가 끝나면 / 역사가 되어버릴 이 순간도 / 좋은 표정으로 / 사랑 낭만 슬픔과 눈물 모두 흘러가겠지만 2023년 10월27일 이 세상이 얼마나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듀오 '페퍼톤스' 정규 4집 '비기너스 럭(Beginner's Luck)'에 수록된 '21세기의 어떤날'의 하이라이트에 등장하는 날짜는 말 그대로 '이 순간'을 기준으로 수시로 바뀐다. 음반 가사집엔 페퍼톤스 멤버 신재평이 노랫말을 쓴 2010년 11월26일로, 음원에는 페퍼톤스가 보컬 녹음을 한 2012년 1월16일로 각인돼 있다.

'2023년 10월27일'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스튜디오에서 페퍼톤스가 네이버 문화재단 온스테이지를 촬영한 날이다. 이날이 13년 간 인디 음악 신의 숨통을 틔워준 온스테이지의 마지막 촬영날이었다.

스튜디오가 위치한 지역은 한적하다. 하지만 직접 찾은 스튜디오 현장은 마지막 날까지 분주했고 활기가 넘쳤고 서로 응원했다. 뮤지션, 뮤지션 측 스태프, 온스테이지 촬영 스태프는 마지막이라는 걸 의식하지 않고 해온 것들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해냈다.

같은 날 페퍼톤스 외에 밴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이하 '구남')의 리더로 최근 첫 솔로 음반 '슬로우 모션'을 발매한 조웅, 싱어송라이터 퓨어킴이 온스테이지를 촬영했다.

온스테이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무게감을 가진 이름들. 조웅이 삼백 열 한 번째 온스테이지(11월2일 공개), 퓨어킴이 삼백 열 두 번째(11월9일 공개), 페퍼톤스가 삼백 열 세 번째(11월16일 공개)다.

"조웅은 음악가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자신의 이름 두 글자만을 건 첫 앨범 '슬로우모션'을 세상에 내놓았다. 앨범을 채운 음악도 그렇게 단출하게 선 새 출발선과 닮아 있었다"(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온스테이지 전(前) 기획위원), "노래가 세상에서 '온전한 희망'이 될 수 없다는 걸 발설하는 대신 고통에 대해 숙설거리며 부조리한 세계 앞에서 같이 아파한다"(이재훈 뉴시스 기자·온스테이지 전 기획위원), "인디 신의 주목받는 핫 루키에서 어느덧 주류와 인디 신을 아우르는 대표 그룹 자리에 오른 페퍼톤스의 지금과 그들이 오랫동안 처음 그대로 소리쳐 부르고 있는 생의 빛나던 어느 한 시절이 온스테이지의 아쉬운 작별과 이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김윤하 평론가) 등 각 뮤지션들의 서사는 '온스테이지의 끝 음악' 혹은 또 다른 '숨은 음악을 찾아서 떠나는 여정'과 맞물렸다.

그 중에서도 '21세기의 어떤날'을 비롯해 '온스테이지 헤드라이너' 페퍼톤스가 선곡한 노래들은 '울고 웃으며 헤어지는 서사'에 드라마틱하게 맞아떨어졌다.

"세상은 넓고 /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것 같아 / 인생은 길고 / 날씨 참 좋구나"('뉴 히피 제너레이션(New Hippie Generation)'), "오랜 시간이 흘러 / 쓰러질 듯 벅찬 날 / 이 서툰 노래가 닿기를 / 긴 여행의 날들 / 끝없는 행운만이 / 그대와 함께이길"('행운을 빌어요') 등 노랫말들은 마치 이날을 위해 쓰인 듯했다.

특히 '행운을 빌어요'는 말 그대로 가장 따듯한 작별 인사가 됐다. 김윤하 평론가는 "덕분에 얼핏 들으면 긍정적이고 희망찬 이별 노래로 들리지만, 실은 그 어떤 슬픔보다 깊은 슬픔을 담은 곡이기도 하다. 멤버들은 이 노래를 두고 '울면서 달리기'가 가장 정확한 표현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제공
공개 2일 만에 조회수 1만회를 넘고 댓글이 100여개가 순식간에 붙은 '행운을 빌어요' 영상에도 음악 팬들의 애정 넘치는 인사가 가득했다. "온스테이지의 폐막곡이 행운을 빌어요라니. 마지막으로 함께하기에 적당한 곡인 거 같아요. 온스테이지와 함께했던 여정 행복했고. 모든 온스테이지 관련자 및 이 영상을 보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전부 행운을 빌어요"(naXXXXXX) "페퍼톤스가 온스테이지를 잘 배웅해주는 것 같아 기뻐요. 제 21세기의 한 순간을 밝혀준 온스테이지 정말 고마웠고 각자의 자리에서 한곡의 선율처럼 잘 흘러가기로 해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니 또 언젠가, 어디에선가 만나겠죠. 굿바이 온스테이지"(hyXXXXXXXXXXX)

◆마지막 날에 함께 한 뮤지션들도 작별 인사를 전했다.

▲조웅 "'온스테이지'의 마지막을 함께했다는 건 뮤지션으로서 행운이었다. 동시에 '온스테이지'가 사라진다는 것은 아타까운 일이다. 아이돌의 본산지가 돼있는 한국에서, 그 밖의 음악들을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드물고, 이제 '온스테이지'는 주최사와 상관없이 그 자체로 라이브 플랫폼의 대명사가 돼 있었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이 크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아티스트들 뿐 아니라, 무대 뒤에서 애써온 여러사람들의 노력으로 얻어진 위상일 것이다. 사람들이 화면으로 보는 '쿨'함과는 다르게 마지막의 온스테이지는 서울 외곽의 한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악조건 속에서도 애쓰셨던 음향팀과 촬영팀들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퓨어킴 "유구한 역사의 온스테이지에 대해서 기대가 컸다. 사진만큼 실물도 예쁜 감상이랄까. 같이 작업한 모든 분들이 프로페셔널 하셔서 감명 받았다. 만나자마자 헤어져서 아쉽지만 다시 만날 일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페퍼톤스 "뜻 깊은 콘텐츠에 늦게나마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다행이. 멋진 무대에서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13년은 짧지만 길었다

2010년 11월 출발한 온스테이지는 지난 13년 간 명실상부 '우리 인디음악의 성지'로 통했다. '숨은 음악, 세상과 만나다'를 모토로 내걸고 매주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음악을 완성도 높은 라이브 영상으로 소개해 왔다. 이미 설명된 것처럼 온스테이지는 여러 이유로 서비스를 종료하지만 이름은 계속 남는다. 뮤지션 650여 팀을 발굴해 남긴 라이브 영상 등 인디 음악 영상 콘텐츠 2700여 편이 아카이빙 형태로 남아 있게 된다. 아직 소개돼야 할 혹은 온스테이지 출연을 목표로 삼고 있는 뮤지션이 많이 남아 있어, 짧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이지만 사실 13년은 변화가 빠른 국내 음악계에서 꽤 긴 시간이다. 비영리로 해당사업을 끌고 온 네이버 문화재단의 뚝심 덕분이다.

"음악인에게 '하나의 명함'을 주자"라는 명언을 남긴 박정용 벨로주 대표가 온스테이지 산파 역을 했다. 2010년 6월 인디음악 지원 사업을 고민하던 네이버 문화재단과 만난 박 대표가 "앨범 제작 같은 창작 지원이 아닌 채널 지원을 해라. 그건 플랫폼 기업만이 가능한 일"이라고 제안을 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내엔 지금 활발히 제작 중인 음악 라이브 포맷의 영상이 없었고 해외에서도 드물었다. 강일권·차우진·홍상균(에스데로)·최승우 전 위원을 시작으로 공신력을 인정 받는 기획위원들이 온스테이지에 함께 할 뮤지션들을 선정했다. 지금까지 온스테이지 영상 중 최고로 손꼽히는 강아솔 '그대에게'를 제주도 대평리에서 촬영하는 등 시즌1은 야외 촬영이 주를 이뤘다. 2017년부터 사각 큐브 프레임을 테마로 스튜디오 촬영이 주가 된 시즌2가 시작됐고 2018년에 본격적인 2.0이 시작됐다.

특히 온스테이지 2.0의 기획 프로젝트인 '온스테이지 디깅클럽서울'은 국내 숨은 시티팝을 발굴해 재해석하며, 뉴트로 열풍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박 대표는 "시즌 1이 정체성과 아카이브를 쌓는 단계였다면 시즌 2는 성장을 하는 시기였다"고 봤다. 올해 6월8일 이백 여든 네 번째 온스테이지 주인공인 새소년 황소윤의 무대가 흑백의 조화가 강조된 시즌3(혹은 시즌2의 +연장선상)의 출발이었다.
뉴시스 제공
유일하게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을 두 번 역임한 김윤하 평론가는 "온스테이지의 영향력은 온스테이지 서비스 종료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오히려 더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신인 음악가들 가운데 온스테이지 출연이 자신의 음악 목표 가운데 하나였다거나, 온스테이지 출연이 자신이 음악을 계속 해 나가는데 얼마나 큰 응원이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데뷔 시기와 장르를 불문한 반응이었다. 아마 온스테이지의 영향력과 서비스 종료에 대한 아쉬움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2018년 '온스테이지 2.0'부터 마지막까지 온스테이지 제작을 총괄한 임지인 네이버문화재단 사무국장과 미니 인터뷰

▲온스테이지와 작별을 아쉬워하는 이들이 정말 많았다. 근데 '그간 고생 많았다. 고맙다'는 반응이 많더라. 아쉬워하면서 수긍하고 이해하는 분위기가 많았다. 이 같은 반응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인상 깊었던 반응은 무엇이었나?

"온스테이지가 13년간 묵묵히 걸어온 꾸준함, 그 안에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알아봐 주시고 많이 공감하고 아껴주셨던 것 같다. 13년 간 옆에 있던 누군가와 헤어지게 되면, 친함의 깊이와 상관없이 아쉽고 허전하다. 아마도 그런 친구를 보내는 마음으로 아쉬워하시면서도 이해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의 청춘을 함께 한, 20대를 함께 한, 학창 시절을 함께 한, 그래서 한 시대가 저무는 것 같다'는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다. 뮤지션분들이 SNS 통해 올려주신 인사와 격려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13년이 정말 긴 시간이었구나' 다시 한번 느꼈고 긴 시간 같이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린다. 온스테이지가 시작된 2010년 음악을 둘러싼 환경과 현재의 환경은 많이 달라졌음을 이용자도, 뮤지션도 직접적으로 느끼고 계시므로 수긍하고 이해해 주시는 분위기가 많은 것 같다."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됐다. 후반부 영상, 특히 마지막 영상 주인공은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마지막 영상엔 어떤 의미를 두고 싶었나?

"마지막 기획회의에서 기획위원 분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마지막까지 숨은 음악을 알린다는 취지에 가장 맞는 뮤지션을 소개할 수도 있었지만, 페퍼톤스를 무대에 모시기로 했다. 20년 동안 꾸준히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만들어 가며 활동 해오고 있는 페퍼톤스의 음악을 소개함으로써 인디 음악과 뮤지션의 저력과 희망을 보여주고 싶었다."

-온스테이지 의미를 공유하는 추가 콘텐츠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뉴시스 제공
"오디오 콘텐츠와 일러스트를 준비 중이다. 온스테이지 종료가 아쉬움 일색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랐고 각 분야의 전문가인 전 기획위원 4분과 뮤지션 한 분을 모시고 가볍게 온스테이지에 대한 기억을 나누고 앞으로 인디 음악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조금은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나눠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동안 참여해 주신 650여 팀을 7명의 작가님과 함께 일러스트로 담아내고 있다. 뮤지션분들과 이용자분들께 드리는 온스테이지 팀의 감사 인사이며, 감사 인사 역시 즐겁게 나누고 싶어서 '윌리를 찾아라' 콘셉트로 작업하고 있다. 두 콘텐츠는 오는 23일에 오픈될 예정되니, 좋아하는 뮤지션을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다."

-온스테이지를 꾸려오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언제인가?

"'온스테이지 출연한 이후 '공연 섭외가 늘었다, 공연장에 관객이 늘었다, 해외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됐다' 등 온스테이지 출연 후의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 따로 일부러 연락을 주시고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 주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 가장 뿌듯했던 것 같다. 그리고 종료 소식에 올려주시는 댓글을 보며, 그래도 '온스테이지가 13년 동안 잘 해왔구나' 하는 뿌듯함과 함께 같이 해주신 뮤지션, 이용자, 영상 팀, 공연 팀 등 많은 분들께도 감사 인사 전하고 싶고 제가 온스테이지에 같이 할 수 있었던 점에 대해서도 감사히 생각하고 있다."

-네이버문화재단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방향성을 재정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까지 디지털 생태계의 균형을 위해 애썼는데 지금 주력하고 있는 건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활동에 더 주력을 할 것인지 힌트를 준다면?

"디지털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하는 큰 방향은 변함이 없다. 재단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올해 15주년을 맞은 한글캠페인으로 올해 한글날 기념 한글 발전 유공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새롭게 주력할 활동은 현재 폭넓게 고민 중에 있다."



* 이 기사는 제휴통신사 뉴시스의 기사로 본지의 취재/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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