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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사망자 9000명 넘어…이스라엘은 명분 잃고, 미국은 눈 감고(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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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민간인 희생…'빼앗긴 땅 비극' 계속되나
'유일한 통행로' 통해 인도적 지원·대피 이뤄졌지만…"제한적"
하나의 땅, 두 개의 민족…'두 국가 해법'만이 답?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뉴시스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분쟁에 각국의 이해가 얽힌 가운데, 전란에 희생되는 민간인 수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스라엘이 전쟁 명분을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늘어나는 민간인 희생…이스라엘은 명분 잃고, 미국은 눈 감고

하마스가 관리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 집계에 따르면 2일(현지시간) 기준 가자 지구에서는 어린이 3760명, 여성 2326명을 포함해 총 906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절반 이상이 어린이와 여성인 셈이다. 이스라엘에서는 140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됐는데 개전 초기와 큰 차이가 없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31일부터 사흘 연속 가자지구 난민촌과 의료시설에 집중 공습을 가하며 국제법을 정면 위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간인 시설을 표적 삼은 폭격에 1000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하며 이스라엘이 자제력을 잃었다는 국제사회의 규탄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31일 난민촌 공습은 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달 17일 알아흘리 아랍병원 폭발 참사 이후 최대 인명피해를 낳았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시설을 겨냥했으나 하마스가 민간인을 방패 삼아 생긴 불가피한 피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민간인 피해 최소화'라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하며 휴전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사실상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으로 인한 과도한 민간인 희생을 자제시킬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까지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 우크라이나 문제에만 집중했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은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디르 알 발라(가자지구)=AP/뉴시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디르 알 발라의 한 병원 영안실 앞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모습. 2023.11.03.
[디르 알 발라(가자지구)=AP/뉴시스] 사진은 지난 1일(현지시간) 가자 지구 디르 알 발라의 한 병원 영안실 앞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진 사망자들을 애도하는 모습. 2023.11.03.
◆ '유일한 통행로' 통해 인도적 지원·대피 이뤄졌지만…"제한적"

민간인 피해가 커지는 가운데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가자 지구엔 국제 구호물자가 수차례 반입됐고, 최근에는 외국인과 이중 국적자 등 민간인 탈출 행렬이 시작됐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전면 봉쇄한 뒤 국제적 협상 끝에 지난 21일 '라파 통행로'가 열렸고, 가자 주민들은 이곳을 통해 식량과 물, 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제한적으로나마 전달 받아왔다. 라파 통행로는 가자 지구 남부와 이집트를 잇는 국경 지대로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지 않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나 다름없다.

하지만 현 수준의 구호물품은 가자 지구의 수요를 충족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엔은 지원의 속도와 양을 두고 "새 발의 피"라고 비판해왔다. 이마저도 이스라엘이 연료 반입을 막아서며 구호활동과 병원 가동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하마스가 연료를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스라엘의 주장이다.

또 당사국들은 카타르의 중재 하에 가자 지구 내 외국인과 중상자들을 이곳을 통해 내보내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에 지난 1~2일 이틀 연속 한국 국적자 5명을 포함한 외국인·중상자 수백명이 이집트 카이로로 대피했다. 가자 지구에 사는 전체 팔레스타인 인구가 약 230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피 대상에서 제외된 가자 주민 대부분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이들의 피란을 막아서고 있다.

이웃 이집트와 요르단도 이들의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은 이집트에 난민 수용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연합(EU) 정상들에 로비까지 벌였으나, 이집트가 일시 수용조차 단호히 거부하자 사실상 무산됐다. 요르단 국왕도 "요르단에 난민은 안된다"며 비슷한 메시지를 전했다.

이들 국가들은 난민 수용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으며,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 획득 요구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특히 압둘파타흐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난민을 대거 받아들일 경우 이집트 시나이반도로 무장 세력이 유입되며, 이곳에서 이스라엘을 공격하게 되면 40년 동안 이어온 평화 조약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다"며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했다.

다만 이집트는 폐허가 된 가자 지구에서 부상자 80여명을 자국 내 병원에 수용하고 외국인·이중국적자 약 7000명의 대피를 돕겠다고 선언하며 인도주의적 지원 제공 의사는 분명히 했다.

◆ 하나의 땅, 두 개의 민족… '두 국가 해법'만이 답?

민간인 대피가 이뤄지고 이번 전쟁이 수습 국면으로 흐른다 해도 팔레스타인 문제는 다시 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추방된 팔레스타인인들이 다시 거처를 빼앗기는 비극이 반복될 수도 있다.

가자 지구는 70년 가까이 분쟁이 끊이지 않은 '중동의 화약고'였다. 이스라엘은 지중해 동쪽에 있는 세계 유일의 유대인 국가다. 반면 아랍계 원주민은 그 땅을 팔레스타인이라고 불렀다.

이스라엘은 1948년 독립 국가 수립을 선포한 이래 70년대까지 4차례에 걸친 중동 전쟁과 유대인 정착촌 건설로 자신들의 영토를 서안과 가자로까지 넓혀왔다.

1993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오슬로 협정에 합의하면서 다음 해부터 팔레스타인 자치가 시작됐고, 이스라엘 정부는 2005년 군인과 민간인을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통제권을 넘겨줬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통치는 그대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2007년부터 가자 지구 국경을 따라 육상·해상·공중 첨단 보안 울타리를 설치해 인적·물적 이동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연료와 전기 공급도 이스라엘의 의중에 따라 중단과 재개가 오갔다.

이러한 가운데 하마스는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한 뒤 현재까지 가자 지구를 장악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집트와 가자 지구 국경 아래 지하 터널을 이용해 무기와 물자를 밀반입했으며, 수년간 로켓 수천 대와 드론을 제작해 왔다.

결국 유대교 안식일인 지난달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국경은 뚫렸고,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완전히 봉쇄해 전기와 연료 등을 차단하고 지상전에 돌입하는 등 보복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내 일부 영토 점령을 공식화하며 지상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점령 시도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지상전이 '속전속결' 방식이 아닌 지금처럼 상대적으로 소규모 전력만을 투입한 채 '하마스 피 말리기' 식으로 장기화된다면 결국 팔레스타인인은 터전을 잃게 될 수 있다. 조라 에이랜드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회의 의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앞으로 몇 주 동안 가자시티에서의 힘든 전투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두 국가 해법'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두 국가 해법은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팔레스타인 독립국 지위를 부여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두 개의 독립국가로 공존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난 2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스라엘로  출발하기에 앞서 '두 국가 해법'을 논의하는 등 전후 구상에도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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