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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취미로 은메달 딴 '동호인 출신 양궁 국대' 주재훈, '1년 연봉과 맞바꾼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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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채원과 함께 양궁 혼성전 준우승…유튜브로 자세 배우고 동호인 대회서 실습
직장 병행하느라 부족했던 훈련시간…3배 빨리 쏘는 '압축 훈련'으로 해결
늦게 활 잡은 전문 선수 소채원 "재훈 오빠가 굉장히 큰 자극 돼"

(톱스타뉴스 김윤교 기자) 1년 치 연봉과 맞바꾼 은메달을 손에 들고 주재훈(한국수력원자력)은 활짝 웃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재훈과 소채원(현대모비스)은 4일 중국 항저우의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컴파운드 양궁 혼성전 결승에서 인도의 오야스 프라빈 데오탈레, 조티 수레카 벤남에게 158-159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종목으로 한국이 압도적인 성적을 내는 리커브와 다르게 컴파운드는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돼 있어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내기가 훨씬 어렵다.

그런 컴파운드 종목 중 혼성전은 각국이 남녀 최고의 선수를 짝지어 내보내기 때문에 메달 획득의 난도는 더 높다.

한국 양궁에 실로 귀중한 은메달이다.

주재훈에게는 의미가 더 크다. 생업까지 한시적으로 포기해 가면서 노력한 끝에 거둔 성과이기 때문이다.

주재훈은 전문 선수가 아닌 양궁 동호인 출신이다.

대학생이던 2016년 우연한 기회에 경북 경산의 컴파운드 양궁 동호회에 가입하면서 활을 잡았다.

연합뉴스 제공

동호인 대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냈다. 자신의 '재능'을 뒤늦게 발견한 주재훈은 다섯 차례 도전 끝에 2023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 태극마크를 달았다.

양궁이 생업인 다른 국가대표와 다르게, 주재훈에게는 활 말고도 신경 쓸 것이 참 많았다.

한국수력원자력 청원경찰로 일하는 주재훈은 국가대표가 되자 진천 선수촌에서 훈련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직장에 휴직계를 내야 했다. 당연히 무급 휴직이었다.

가족도 설득해야 했다. '취미 활동'을 위해 1년 휴직을 하겠다는 남편의 결정을 응원해 줄 부인은 많지 않을 터다.

다행히 주재훈의 부인은 허락해줬다. 그의 부인은 남편이 벌어다 주는 수입도 없이 아들 둘을 거의 홀로 돌보고 있다.

경기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주재훈은 "은메달의 영광을 가족, 경북 울진의 지역사회분들, 회사 관계자분들께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공

진급과 은메달 중 하나만 고르라면 뭘 고르겠느냐고 묻자 주재훈은 "정말 고르기 어렵다"며 난처한 표정으로 웃었다.

이어 목에 걸린 메달을 바라보며 "은메달"이라고 답했다.

'1년 연봉과 맞바꾼 메달 아닌가?' 하고 묻는 취재진의 말에는 "그런 셈이다. 하지만 결코 후회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물론 와이프 생각은 좀 다를 것 같다"고 착잡한 표정으로 말했다.

직장 생활과 양궁 훈련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주재훈은 그런 제약조건을, 오히려 장점으로 전환해 나갔다.

주재훈은 "전문 선수분들은 스케줄이 좀 군대식이다. 난 (훈련이나 자세가) 자유분방한 스타일이기 때문에 선수로 시작했으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주재훈은 유튜브를 통해 외국 선수들의 자세와 장비 튜닝법, 멘털 관리 노하우 등을 배웠다고 한다. 그리고 동호인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면서 배운 것들을 '실습'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연합뉴스 제공

"(전문 선수와 다르게) 주어진 선택권이 넓다 보니 전문 선수들을 따라잡기 위한 여러 가지 것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주재훈은 돌아봤다.

직장인이어서 훈련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제약조건도 주재훈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퇴근 후 2∼3시간 정도 훈련했는데, 전문 선수들의 3배 속도로 활을 쏴 시간을 아꼈다고 한다.

주재훈은 "보통 6발을 쏘면 15분이 걸리는데, 난 5분 안에 쐈다. 나만의 압축 훈련 방식이었다"면서 "훈련은 충분히, 제 나름대로 많이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옆에 있던 소채원은 "나도 양궁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늦게 따라잡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 잘 안다"면서 "오빠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을지 생각하니, 나에게 굉장한 자극이 됐다"고 말했다.

소채원은 중학교 때 방과 후 활동을 통해 리커브를 접했고 고등학생 때부터 본격적으로 컴파운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제공

국가대표 7년 차인 소채원은 베테랑 오유현(전북도청)과 함께 여자 대표팀 '투톱'으로 활약해왔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혼성전 은메달을 따낸 소채원은 "주재훈 선수에 비해 조금 많이 못 한 것 같아서 그 부분이 조금 아쉽고 많이 좀 미안하다"고 털어놨다.

이어 "2028년 LA 올림픽 종목으로 컴파운드가 들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멀리 보고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재훈은 생업과 가정을 지키기 위해 올해를 마지막으로 당분간 국가대표에 도전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년에도 또 '국가대표 하겠다' 그러면 회사에서 잘릴 것 같다"는 주재훈은 "2026년 정식 종목이 되면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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