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결국 태극기가 나부끼고 애국가가 흘러 나온다. 영화 '1947 보스톤'은 이 장면을 위해 달려온 듯하다. 1947년에 열린 제51회 보스턴마라톤대회에서 서윤복이 금메달을 땄다는 건 사실이다. 이 대회에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감독으로, 같은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이 코치 겸 선수로 동행했다는 것 역시 팩트다. 이들이 나라 잃은 설움을 달래준 국민영웅이라는 것도 이견이 없는 평가다. 이 작품이 담아낸 역사엔 잘못이 없다. 문제는 영화가 역사를 품는 방식이다. '1947 보스톤'은 역사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일부 픽션을 덧붙여 세 영웅의 여정을 되짚어 볼 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생각이 없다. 시각이 없으니 설득력도 약하다. 지금, 현재, 여기서, 이 영화를 왜 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 '1947 보스톤'엔 '2023 한국'이 없다.
손기정·남승룡·서윤복 실화는 이미 영화다. 나라를 빼앗겨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 마라톤 경기에 나선 조선인, 금메달을 따고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던 마음, 시상대에 올라 어떻게든 일장기를 가리고야 말겠다는 기개, 일제에 의한 강제에 가까운 은퇴. 그리고 11년이 지난 뒤 차세대 마라토너가 나타나 태극기를 달고 세계 무대에서 금메달을 다시 한 번 목에 건다. 그의 스승은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했는데도 슬펐다는 그 조선인이다. 근현대사의 각종 비극을 DNA에 새기고 있는 한국 관객은 이런 이야기에 유독 마음이 약하다. '1947 보스톤'은 그 약점을 파고든다. 그 사례 중 하나가 극 중 손기정의 보스턴 기자회견 장면이다. 허구인 이 시퀀스는 눈물을 잡아 빼려 한다.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지 않지만, 많은 관객이 속절 없이 당하고 말 것이다.
'1947 보스톤'은 2000년대에 머물러 있다. 일제 강점기, 남북 분단, 6·25 전쟁 등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영화로 만드는 작업이 시작된 건 2000년대 초였다. 그 포문을 연 사람이 '1947 보스톤'을 만든 강제규 감독. 강 감독의 대표작 '태극기 휘날리며'(2004)는 진태·진석 형제를 통해 대한민국이 겪은 비극을 실감케 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라는 틀 안에서 역사를 되돌아보는 첫 시도나 다름 없었기에 그땐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리고나서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들은 각기 다른 변화를 선택해왔다. 비극적 역사의 정체에 관해 묻기도 하고(고지전), 장르물로 진화하기도 했으며(암살), 역사 속에서 분열된 개인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밀정). '1947 보스톤'은 이런 흐름을 무시한 채 '태극기 휘날리며'의 방식으로 되돌아 간다.
스포츠 영화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구기 종목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정적인 스포츠인 마라톤을 역동적으로 표현해낸 경기 장면은 인상적인 구석이 있다. 다만 당시 국가대표 마라톤 팀이 남긴 기록과 그들의 성취를 투혼과 집념 외에 다른 어떤 것으로도 표현해내지 못 하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꽤나 긴 분량을 할애한 훈련 장면 역시 '나라를 생각해 이를 악물고 뛰어라'라는 식의 말 외에 다른 방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안 그래도 평면적인 '1947 보스톤'은 이런 요소들 때문에 더 밋밋해지고 만다. 지난 4월에 나온 이병헌 감독의 '드림'이 그랬던 것처럼 서윤복의 기적과도 같은 레이스를 지켜보는 관객의 마음을 현지 중계진 해설로 모두 대체하는 방식은 어쩔 수 없이 진부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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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 © 톱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23/09/26 07:22 송고  |  reporter@topsta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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