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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생 아저씨, 진짜 '젠지 공연' 만들다…'백현진쑈'는 '백현진 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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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백현진 쇼(Show)'라 적고 '백현진 쇼츠(shorts)'라 읽는다. '연남동 사는 1972년생 쥐띠 미혼 아저씨' 백현진(51)은 젠지(Gen Z: Z세대)보다 더 젠지 같은 공연으로 '갈 데까지 가보는 무대'를 보여준다.

짧은 동영상 숏폼(short form)에 익숙하더라도, 이와 같은 형식을 무대에서 보는 건 아직 생소하다. 세종 컨템퍼러리 시즌 '싱크 넥스트 23(Sync Next 23)'의 하나로 지난 1~3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펼쳐진 '백현진 쑈 : 공개방송' 첫 인상이 딱 그랬다.

서사는 물론 은유·상징이 없는 콩트 장면들이 맥락 없이 이어진다. 근데 기시감이 든다. 스마트폰을 통해 각종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을 빠르게 훑어 보는 우리의 일상적 행위가 겹쳐서다.

가수 장기하는 독백을 하는 가운데 삽화처럼 선율이 붙은 "갈 데까지 가보는 삶"을 수차례 반복한다. 배우 김선영은 무대에서 말 그대로 구른다. 배우 김고은은 거친 말을 쏟아내며 홀로 울부짖는다. 그렇게 감정을 소진한 김선영·김고은은 서로를 꼭 끌어 안는다. 그들이 버티고 산 무대가 턴테이블처럼 회전한다.
뉴시스 제공
게스트 백현진·호스트 문상훈이 토크쇼 형식으로 '문명' 관련 대담을 나눌 때도 극은 튀지 않았다. 말하고 듣는 행위의 형식적 장치였다. 혼성 듀오 'Y2K92'(시모·지빈)의 몽환적이면서 세련된 음악은 극을 환기했다. '드랙퀸 쇼' 형식을 완성하는 한예리의 '립싱크'는 어쩌면 가장 튀는 구간일 수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유튜브 계정 영상에도 그런 대목이 많다. 한예리는 공연 막판 밴드 '벡현진씨(Bek Hyunjin C)'가 들려준 '빛'과 함께 상영된 영상에서도 감정의 진폭이 큰 연기를 보여줬다. 연남동 백현진 이웃인 술집 주인이 자신의 반려견과 아무렇지 않은 듯 무대 위를 활보할 때 극은 거리 풍경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사실 기존 프로시니엄 무대 쇼 형식에 익숙한 관객에게 '백현진 쑈 : 공개방송'은 낯설다. 분절된 장면들이 관계성 없이 나열될 때, 이번 쇼의 극작·연출·음악·미술을 도맡은 백현진의 의도가 전달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이런 백현진 식 발화의 핵심은 말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에 있다.

배우·가수·작가·화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백현진에 대해 'N잡러' 등 여러 수식이 붙지만 정작 본인은 미니멀한 정체성을 내세운다. 말하거나 쓰는 사람. 그의 예측불가한 독특한 리듬은 여기에서 나온다. 다양한 은유, 상징으로 둘러싸인 시스템 속에서 젠체하는 게 아니라 그저 솔직하게 말하고 쓰고 들음으로써, 지금 무엇을 하고 있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하는 묘수. 그건 실시간으로 장면이 바뀌는 현재 문화에 대한 증상이자 열병이기도 하다. 매 장면마다 스타들을 섭외한 것도 그 장면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백현진의 비수다.
뉴시스 제공
무엇보다 각종 상징이 담긴 긴 서사로 오역을 유도하지 않는 쇼다. 예상할 수 없는 삶 혹은 스마트폰 화면을 너무 쉽게 쓱 넘기는 우리의 일상이 응당 녹아들어간 이 쇼는 그래서 '백현진 쇼'가 아닌 '우리의 쇼'가 된다. 어떻게든 쇼는 계속돼야 한다. 그래 '갈 데까지 가보는' 것이다. 예술가로서 관념이나 개념을 정리하는 것도 훌륭하지만, 삶과 감정을 표현하는 그 자체만으로 작가 그리고 관객의 삶은 생동감이 넘친다.

그런데 이 쇼엔 힘든 점 하나 있다. 극이 끝나면 무척 '모과'가 먹고 싶어진다는 것. 백현진이 막판에 부른 '모과' 때문이다. "모과 냄새가 소리 없이" 흐르다 보면, 바로 먹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게다가 이 노래 음원은 아직 발매되지 않았다. 다행히 네이버 온스테이지에 그가 '모과'를 부른 영상이 있다. 곧 음원으로도 발매가 된다고 한다. 마침 가을이다. '모과'가 제철인. "모과 냄새 서서히 진동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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