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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트·넬·씨엔블루…우리가 사랑했던 '오빠'들에게[Z세대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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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열여덟, 오빠들은 내 삶의 전부였다."

2012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의 성시원(정은지 분)은 '빠순이' 그 자체를 그려냈다. '빠순이', 극성 아이돌 팬을 지칭하는 이 단어는 언젠가부터 혐오의 단어가 되기도 했다. 극성으로 그들을 쫓아다니며 이성을 잃은 채 현실과 이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말하듯이 '빠순이'의 순기능은 '열정'이다. 누군가를 열정적으로 가슴 뜨겁게 좋아하고, 응원하고 그들에게 힘을 주고, 힘을 받고… 아티스트와 팬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행복과 성공을 바란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게다가 가족, 친구, 연인도 아닌 한 '스타'를 응원하고 좋아한다는 게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하지만 스타와 팬의 사이는 그걸 가능하게 한다. 팬은 아티스트를 보며 힘을 얻고, 위로를 얻고 아티스트는 그런 팬들의 사랑을 원동력으로 활동을 이어간다.

무조건적으로 서로를 응원하고 마음을 주고받는다는 것, 그것이 '덕질'의 매력이 아닐까. 이번 주 'Z세대 탐구생활'은 Z세대 기자들의 학창시절 덕질 스토리, 혹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인 덕질 스토리를 소개한다.

◆13년을 활동한 인피니트 곁에는 13년 덕질한 인스피릿이 있다

이번 Z세대 주제를 처음 들은 순간 무척 기뻤다. 필자가 가장 오래 좋아했던 그룹인 '인피니트'를 소개할 수 있어서.

간단하게 '우리 오빠들'을 소개해보자면, 2010년 '다시 돌아와'라는 곡으로 데뷔해서 지금까지 사건사고 하나 없이 활동하고 있다. 비주얼은 물론 예능감, 무대 실력 뭐 하나 빠지는 부분 뛰어난 '우리 오빠들'이다.

필자가 떠오르는 인피니트의 첫 모습은 2010년 7월에 방송된 MBC TV 음악방송 '음악중심'에서 파란 옷을 입고 '다시 돌아와' 무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보면 '풋풋하다'고 느끼는 오빠들의 모습이지만 한편으로 독기 가득한 오빠들의 모습에서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대에서 모습은 비슷하구나'를 느끼고 있다.

'다시 돌아와', 'BTD', '내꺼하자', '파라다이스' 등 일명 '집착돌'로 불리고 있지만,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인피니트는 수록곡이 더 좋은 그룹이다. 그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곡은 정규 1집 '내꺼하자' 수록곡인 '크라잉(Crying)'으로 '유리심장 깨질까 포장해 감싸고'라는 가사를 특히 좋아한다. 차가운 겨울이 오면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독자 모두 한 번은 들어봤으면 좋겠다.

최근 인피니트는 '군대를 싹 다 다녀온 아이돌', 일명 '군싹돌'이라는 별명과 함께 '비긴(13egin)'으로 5년 만에 완전체로 컴백했다. 이는 잠시 인스피릿의 본분을 잊고 일상을 지내오던 필자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모든 멤버의 소속사가 다 달라지고, 개인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 오빠들의 모습에서 '아. 이제는 인피니트로 함께 하지는 않는구나… 이제 나에게는 '인피니트'라는 그룹은 추억이 되겠구나…'라는 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필자였기에 이번 컴백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컴백 소식이 들리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는구나.. 우리를 잊지 않고 소중하게 기억해줬구나'라는 안도감과 함께 '앞으로 오빠들과 다시 함께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만에 컴백에 이어 2030일 만에 함께한 콘서트 현장도 필자는 오빠들과 함께 하지 못했다. 7인일 때 가보지 못한 것이 한이 돼 이번에는 꼭 가보고 싶었다. '이번엔 기필코 성공하리다'라는 마음으로 어릴 땐 돈이 없어서 사지 못했던 공식 응원봉도 처음으로 구매해보고 달력에도 '티케팅 날짜'를 적어 두고서 하루하루 기다리고 있었지만, 필자에게 허락된 자리는 존재하지 않았다. "역대급이다"이라는 다녀온 친구의 후기와 함께 필자는 집에서 혼자 응원봉을 흔들며 그날의 무대영상을 보곤 한다. "얼굴이 잘 보여서 오히려 좋아!"라는 자기 위안과 함께. 그래서 나의 오빠들에게 하고 싶은 마지막 말은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다음 콘서트에서는 제 자리도 꼭 준비해주세요."(고인혜)
뉴시스 제공
◆그냥 넬(NELL)

X의 연혁을 소개한다.

여기 A라는 이가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태어난 A는 어렸을 때부터 외국을 왕복하며 지내다 만 14세가 되던 해 스위스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만난 튀르키예 출신 친구는 A에게 기타를 가르쳐줬고, 이후 A는 매일같이 반나절이 넘도록 기타를 치며 자신만의 음악 색을 찾아갔다.

3년 후인 1999년 한국으로 귀국한 A는 마음이 맞는 80년생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나 아일럿(ilot)이라는 밴드를 결성했다. 물론 오래 가지 못했다. 멤버가 아닌 밴드명이. 멤버는 오래 갔다.

같은 해 7월31일, 아일럿은 영화 '넬(Nell)'(1994)에서 따온 이름으로 밴드명을 변경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구사하는 인물 넬(조디 포스터 분)처럼, 멤버 4인도 자신만의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하겠다는 의미를 품고 호기로운 첫 발을 내딛었다. 물론 A, 그러니까 밴드 넬(NELL)의 보컬 김종완에게는 일종의 확신이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곡을 작사·작곡하는 그의 창작 능력은 후술할 내용처럼 압도적이었으니까.

이들의 노력은 2001년 '리플렉션 오브(Reflection of)'라는 실물 앨범으로 첫 결실을 맺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넬은 같은 해 또다른 앨범 '스피치리스(Speechless)'를 발매하는 기염을 토했다.

2001년의 '업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꾸준히 언더그라운드 신(scene)에서 입지를 넓히던 넬은 가수 서태지의 눈에 띄어 서태지컴퍼니 산하 레이블, '괴수 인디진'을 통해 메이저(오버그라운드)로 데뷔하게 된다. 두 개의 앨범 발매와 메이저 데뷔가 한 해에 이뤄진 것이다.

이후 두 개의 정규 음반을 제작하고 2006년 울림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한 넬은 2016년 계약 만료 이후 멤버들끼리 독립 레이블을 설립한다. 우주 유랑자라는 뜻을 가진 '스페이스 보헤미안(Space Bohemian)'으로, 자신들의 미공개곡에서 이름을 따왔다.

넬의 음악 속 화자는 다채롭다. 우울에 허덕이다('안녕히 계세요') 때때로 빛을 쫓고('오션 오브 라이트(Ocean Of Light)') 희망을 갈구하다('소멸탈출') 다시 심연에 빠지기도 하고('낙엽의 비'), 사랑에 취했다가도('섬') 혐오하며('믿어선 안될 말') 때로는 무기력했다가('백색왜성') 다시 일어서며('스타 쉘(Star Shell)') 음악 속 아류 세계를 유랑한다.

'넬스럽다'는 수식어는 두 말 해도 입 아플 만큼 넬에게 있어 진부한 표현이다. 이들은 곧 음악으로 귀결된다. 넬은 언어를 통해, 음악을 통해, 심지어는 김종완의 사촌이 작업했던 앨범아트를 통해서도 자신들만의 색을 성공적으로 구축해냈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 아쉬운 변화도 있었다. 넬은 1999년 결성 이후 24년 동안 멤버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6월 드럼 정재원이 탈퇴하면서 넬은 보컬·기타 김종완, 베이스 이정훈, 기타 이재경 3인으로 재편됐다. 이후 누구보다 공연에 진심인 이들의 무대 위 빈 드럼은 밴드 피아(Pia)로 활동했던 양혜승이 맡고 있다.

비록 작은 변화는 생겼지만 넬은 넬이다. 추천곡은 정규 3집 '힐링 프로세스(Healing Process)' 수록곡 '오후와의 대화'.(문예빈)
뉴시스 제공
◆오빠들은 아시나요, 오빠들이 저의 첫 덕질 상대이자 제 10대의 전부였다는 걸?-씨엔블루

나의 '빠순이' 생활 첫 시작은 그룹 '씨엔블루'의 대표곡인 '외톨이야'였다. 당시 '외톨이야'로 데뷔한 밴드 '씨엔블루'는 말 그대로 '핫 데뷔 스타'였다. 중독적인 노래와 비주얼은 날 한 순간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사실 내가 '입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당시 가장 인기 있었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정용화 덕분이었다. 데뷔 초의 그의 산뜻한 모습과, 다정한 말투, 장난기 어린 행동들은 13세 소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때부터 나는 '덕질'이라는 것을 시작했다. 앨범을 사 모으고, 굿즈를 사 모으고, 트위터를 시작했다. 여중, 여고를 나온 나는 쉬는시간 마다 교실 스크린을 내려서 오빠들 영상을 틀어놓고 소리지르고… 그냥 다 좋았다. 조건 없이 오빠들이 좋았다.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오빠들이 출연한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응칠'에 나온 성시원처럼 엄마가 오빠들의 브로마이드를 박박 찢는 일도 있었다.(물론 이후에 사과하시긴 했지만)

돌이켜보면 이렇게까지 좋아한 아이돌은 없었던 것 같다. 왜 그렇게까지 좋아했을까 생각해보면 일단 '우리 오빠들'은 무대를 정말 잘 했다. 밴드의 묘미는 그냥 노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악기를 다룬다는 건데, 심장까지 울리는 드럼 비트소리와 일렉기타, 베이스의 소리의 에너지는 생각보다 너무 커서 처음 콘서트를 갔을 때 정말 홀딱 반하고 나왔던 기억이 생생하다. 밴드가 이런 매력이구나,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이렇게나 멋있구나…생각했었다.

그리고 사실 가장 그들이 좋은 이유는, 나의 성장과 함께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갈 무렵부터 성인이 되고 나서까지 함께했다. 무려 10년 이상의 세월을 같이 보낸 셈이다. 그 사이에 오빠들은 군대에 다녀오고, 나도 고등학교를 가고, 대학을 가고, 취업준비를 했다. 서로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도 아니고 긴 대화를 나눠본 건 아니지만, 애틋하다. 그들도 나도 같이 잘 됐으면 하는 마음.

10대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들을 좋아하며 보냈기에, 어쩌면 오빠들도 오빠들이지만 나의 학창시절이 생각나, 그들을 더 아끼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들을 좋아하던 반짝거리는 시간들을 말이다.

그러니 그들이 부디 오래, 더 이상의 별 탈 없이 건강하게 활동을 해 줬으면 하는 게 나의 바람이다. 그리고 전하고 싶다. 나의 10대 시절을 반짝이게 해줘 고맙다고, 그리고 앞으로도 그 시간들 소중하게 함께 이어나가자고 말이다.

아, 참. 오빠들이 국내에서 6년 만에 단독콘서트를 한다. 사실 최근엔 '현생'을 사느라 덕질을 많이 놓았었지만 안갈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일 저녁에 티케팅 합니다. 성공했길 빌어주세요! 오빠들 제가 만나러 갑니다.(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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