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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야영장 숲 조성은 염분 때문에 포기, 농어촌공사 협조 안돼 식재 불가…총체적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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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초기 식재 시도했지만 '성토층이 얇은데다 염분 농도 높아 포기'
수차례 폭염 사전 경고 무시돼…예산은 제때 쓰이지 않고 이월 잦아
땡볕에 온열질환자 속출, 결국 역대 최악의 잼버리 오명 뒤집어 써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울창한 푸른 숲을 만들어 폭염에 대비하겠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직위원회는 2018년 폭염 대비 대책으로 잼버리 야영장 나무식재 방안을 제시했다. 한여름 내리쬐는 햇볕을 막는 나무를 간척지에 대규모로 심어 자연 그늘을 만들겠단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잼버리를 치른 야영장에서는 땅에 뿌리를 내린 나무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연일 땡볕에 노출된 청소년 수백명은 온열질환과 사투를 벌였고, 한낮에는 제대로 된 영내 프로그램조차 열 수 없었다. 울창한 숲을 만들겠다던 그 말은 왜 지켜지지 않았을까?

10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F)은 전북도 의뢰로 2020년 12월 '2023 새만금 세계잼버리 간이타당성 조사 결과보고서'를 발표했다.
전북도가 2020년 공개한 잼버리 야영장 조감도 [전북도 제공]
전북도가 2020년 공개한 잼버리 야영장 조감도 [전북도 제공]
여기서 기반 시설 설치 항목 중 나무 식재 등을 의미하는 조경 공사 예산안은 당초 29억3천200만원이었으나 보고서에서는 14억3천674만원으로 감액됐다.

보고서는 검토 의견을 통해 '조경 공사 항목은 행사 규모상 너무 과하다고 판단돼 수량의 50%를 적용하고 단가를 재조사해 작성했다'라고 감액 사유를 설명했다.

보고서상에는 어느 곳에, 어떤 수종을 심겠다는 설명이 없어 구체적 사업 내용은 파악되지 않지만, 어차피 이 또한 난관에 부딪혀 지켜지지 않았다.

전북도는 대회를 앞두고 야영지에 나무를 심어보려고 했으나 이내 어렵다는 것을 알고 다른 방안을 강구했다. 2년 만에 속전속결로 매립해 염분이 채 빠지지 않은 간척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수종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결국 나무 심기를 포기하고 덩굴 터널과 천막 등으로 인위적인 그늘을 만들었다. 비용은 당초 조경 공사를 위해 계획했던 29억원보다 많은 30억원 이상이 들었다.

나무심기는 야영장 길목 군데군데 화분 1만5천개를 갖다 놓는 것으로 대체했다. 무궁화 등 7종의 나무는 높이가 낮아 참가자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을 만들지 못하고, 그저 구색을 갖추는 용도로만 자리를 차지했다.

극한 기후로 야영장에 폭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나왔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과거 보고서들을 살펴본 결과) 2023년까지 행사장에 '울창한 녹색 숲'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었는데, 막상 지난주 참가자들이 도착했을 때 그와 같은 녹지는 없었고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잼버리를 앞두고 폭염·침수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거듭해서 나왔고, 조직위와 전북도가 예산을 제때 쓰지 않아 이월되는 일이 잦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무려 6년의 기간이 있었음에도 경고음을 무시하고 허술하게 준비한 새만금 세계잼버리는 결국 총체적 부실만 드러낸 채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처음부터 나무를 심지 않으려는 계획은 아니었고, 염분 농도를 조사한 결과 수목 식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간척지에 나무를 심으려면 1.5m 정도 성토해야 하는데 농어촌공사와 협조가 원활하게 되지 않은 면이 있다"고 말했다.

숲 조성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을 받아 처음부터 면밀한 계획을 수립하고 적시에 예산을 투입했어야 하는데, 조직위는 이러한 기본적인 운영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숲 조성은 거짓말이 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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