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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히잡시위 100일…전계층 가담·여성과 젊은층 맨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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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유명인 등 전계층서 가담, 여성·청년 주도…특별한 시위"
'히잡 태우기' 이어 기득권 성직자 '터번 벗기기' 새 유행

(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던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22)의 의문사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 시위가 26일(현지시간)로 100일을 맞았다.

1979년 이슬람혁명 이래 이란에서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는 이번 반정부 시위는 이란 정권을 뒤흔들고 있는 동시에 이란 민중도 막대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짚었다.

BBC는 과거에도 이란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적은 있지만, 이번에는 시위 가담자들이 전 계층에서 나오고 있으며 유명 인사들도 정부와 각을 세우고, 여성과 청년층이 주도하는 등 이번 시위가 종전과는 다르게 '특별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히잡 불태우기' 등으로 정권의 종교적 억압에 저항하던 청년층 사이에서는 최근 기득권 성직자의 '터번 벗기기'가 새 유행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 시위대 사망 속출…엉터리 재판 끝 사형 집행도

지난 9월 13일 테헤란 도심에서 당국에 체포된 뒤 사흘 뒤인 9월 16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중 갑자기 쓰러져 숨진 아미니 사건을 계기로 테헤란을 비롯한 이란 주요 도시에서는 광범위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란의 인권운동가통신(HRANA)에 따르면 현재까지 시위 도중 숨진 사람만 해도 어린이 69명을 포함해 500명이 넘는다. 시위 가담자 2명에 대해서는 사형이 집행됐고, 처형이 예정된 사람도 최소 26명에 달한다. 국제 인권단체인 국제엠네스티(AI)은 이들이 엉터리 재판 끝에 사형 선고를 받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HRANA는 또한 구금된 시위 가담자가 1만8천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시위를 진압하다 보안군 60여명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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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전과 달라…전계층 가담·여성과 젊은층 맨 앞

BBC는 2017년에도 이란에서 경제정책 실패에 따른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가 펼쳐졌고, 2019년 11월에는 정부의 휘발유 가격 인상에 대한 분노에서 비롯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전국을 휩쓸었지만, 이번 시위는 특별하다(unique)고 지적했다.

사회 모든 계층에서 가담자가 나오고 있고, '여성, 삶, 자유'라는 표어 아래 여성들이 주된 역할을 하고 있으며, 19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Z세대가 시위의 맨 앞줄에 서서 '히잡 태우기' 등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시위대가 이슬람 민병대의 기지, 이슬람 성직자 학교 등을 겨냥해 화염병을 부쩍 많이 사용하고 있는 점도 종전의 대규모 시위와는 뚜렷이 구별되는 지점이라고 BBC는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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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배우·축구 영웅도 시위 지지했다가 구금·망명

배우, 축구선수 등 유명 인사들 사이에서도 시위를 지지했다가 당국에 체포되거나 해외로 망명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히잡 시위' 초창기부터 정부에 날을 세워온 이란 유명 배우 타라네 알리두스티(38)는 23세의 시위 참가자에 대한 당국의 사형 집행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가 지난 17일 체포돼 악명높은 에빈 수용소에 구금돼 있다.

201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세일즈맨' 등 영화 4편에서 호흡을 맞춘 이란 영화 거장 아쉬가르 파르하디 감독은 "알리두스티는 동료 시민에 대한 정당한 지지와 부당한 재판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구금돼 있다"며 "이게 범죄라면 이 땅의 수천만 명이 범죄자일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란 유명 배우인 하미드 파로흐네자드의 경우 당국의 탄압을 피해 이달 초 미국으로 거쳐를 옮긴 뒤 이란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를 스탈린, 무솔리니 등에 비유하며 '독재자'라고 맹비난했다.

이란 '축구 영웅' 알리 카리미(44)도 시위대를 지지했다가 고초를 겪고 있다. 1천40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이란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는 카리미는 이란 정보 요원들에게 살해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 뒤 결국 최근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 시위 선봉 Z세대…히잡 불태우고, 성직자 터번 벗기고

이번 시위의 또 다른 특징은 199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Z세대가 시위의 선봉에 섰다는 점이다.

이들은 쓰고 있던 히잡을 보란듯이 불태우는 등 새로운 시위 트렌드를 만들어내면서 엄격한 종교적 통치에 저항하고 있다.

근래에는 젊은 시위대 사이에서 시아파 이슬람 성직자의 뒤를 몰래 밟다가 성직자가 쓰고 있는 터번을 벗기고 냅다 도주하는 '터번 벗기기'가 유행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테헤란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한 앳된 여학생이 거리를 걷고 있는 성직자 뒤를 살금살금 따라가다가 바짝 접근, 그가 쓰고 있던 터번을 휙 벗긴 뒤 뒤돌아 줄행랑을 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최근 트위터에 올라오기도 했다.

이런 행위에는 기득권과 억압, 부패, 특권에 대한 접근을 상징하는 터번을 벗김으로써 체제에 저항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난 달 이란 북서부에 있는 도시 타브리즈에서는 16세 소년이 '터번 벗기기'로 체포됐다가 10일 만에 석방됐으나 이틀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이 소년의 가족은 그가 구금 기간 곤봉으로 구타를 당했고, 정체 불명의 알약을 먹어야 했다면서 감옥에서의 비인간적인 처우가 소년의 자살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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