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만다라', '국수'를 쓴 김성동 소설가가 25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5세.
1947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4년 서울 서라벌고등학교를 중퇴하고 도봉산 천축사로 출가해 12년간 수행자 생활을 했다. 조부는 몰락한 유생 출신이었고 아버지는 해방공간에 남로당 활동을 하던 중 예비검속으로 대전형무소에 수감돼 처형당했다.
출가 후 1975년 주간종교에 첫 단편소설 '목탁조'가 당선돼 등단했다. 당시 정식 승적이 없던 고인은 소설 내용이 "불교계를 비방하고 전체 승려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돼 조계종으로부터 "승적이 있는 것으로 간주해 제적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후 환속하고 소설가가 된 고인은 좌익 활동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비롯해 비극적인 가족사를 문학적으로 풀어내며 평생 집필 활동을 했다.
1978년 한국문학에 중편 소설 '만다라'가 당선됐으며 다음해 장편으로 개작해 출간하며 그의 대표작이 됐다. '만다라'는 출가 후 6년 째 '병속의 새'라는 화두를 풀지 못했던 수도승 법운을 중심으로 지산이라는 파계승을 만난 뒤 변화를 맞이하는 과정을 그렸다. 작품은 이후 임권택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며 흥행했다. 당시 지산 역은 전무송 배우가, 법운 역은 안성기 배우가 맡기도 했다. 작품은 1992년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되기도 했다.
이후 '엄마와 개구리', '먼산', '별' 등의 단편과 '피안의새' 등 중편 소설을 발표했다. 그는 '풍적'을 문예중앙에 연재하던 중 아버지의 사상과 활동을 다룬 부분이 검열되자 연재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 무렵 큰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을 잃었다가 사흘 만에 깨어났고, 몇 차례에 걸친 뇌수술 등을 거쳐 100일 만에 병원에서 퇴원하기도 했다.
뉴시스 제공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소설 '국수'의 연재를 시작했고 27년 만인 2018년 5권으로 완간했다. '국수'는 고인의 또 다른 대표작이 됐다. 작품은 임오군변과 갑신정변 무렵부터 동학농민운동 전야까지 각 분야 예인과 인걸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이야기다. 2019년에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를 다룬 '민들레꽃반지'를 출간했다. '민들레꽃반지'는 그의 생전 마지막 소설집이다.
생전 이태준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신동엽창작기금상 등을 수상했다. 빈소는 충북 건국대충주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7일 오전 9시. 043-840-8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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