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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사건이던 '메타버스', 블랙핑크 덕에 마침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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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편집팀 기자)
뉴시스 제공
불혹(不惑)이 갓 넘은 음악 담당 기자인 저는 사실 게임(GAME)의 'G'도 관심이 없는 아저씨입니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단체모임(?)을 위해 스타 크래프트를 접했을 뿐이지, 스마트폰에 게임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하나 깔려 있는 게 없어요. 아, 휴대용 게임기로 게임을 가끔 하긴 합니다. N사의 '저스트 댄스'. K팝 댄스가 있고 운동 삼아서요.

그러다 최근 '블랙핑크(BLACKPINK)' 때문에 생전 처음으로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PUBG) 모바일' 앱을 스마트폰에 깔았습니다. '블랙핑크 X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2022 인 게임 콘서트 : [더 버추얼]'(BLACKPINK X PUBG MOBILE 2022 IN-GAME CONCERT: [THE VIRTUAL])를 접하기 위해서였죠. 인게임 콘서트란 온라인 게임 속에서 여는 가상콘서트입니다.

용량이 꽤 되더라고요. 내려 받아 놓고 구동을 위해 아직 못 본 드라마 몇편을 지워야 했습니다. 그것으로 모자라 내려 받은 음원도 꽤 지웠고요.

내려 받는다고 끝난 게 아니더군요. 초반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데, 조작 방법을 몰라 20분가량 허둥지둥했습니다. 겨우 땅에 착지한 뒤 우여곡절 끝에 무료 온라인 티켓을 받고, 시간에 맞춰 블랙핑크 3D 아바타가 공연을 여는 가상 콘서트장에 들어섰습니다.

2018년 10월이 떠올랐습니다. 블랙핑크가 데뷔 2년3개월 만에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국내 첫 단독 콘서트를 열었거든요. 화끈한 라이브 밴드와 함께 한 이 공연에서 블랙핑크는 자신들이 월드투어를 돌 만한 팀이며, 앞으로 K팝 간판 걸그룹이 될 것을 예고한 듯한 좋은 무대를 선보였습니다.

코로나19가 위세를 떨치던 지난해 초에 유튜브와 손잡고 연 온라인 공연도 가상현실로 위장하지 않아 좋았습니다. 웅장한 무대를 물리적으로 구현해놓은 아날로그 성격에서 비롯된 '라이브 콘서트' 본질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했거든요.

그런데, 메타버스 콘서트라니요. 이 형태에 설득당할지 긴가민가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습니다.
뉴시스 제공
지수·제니·로제·리사를 꼭 빼닮은 3D 아바타들이 수송기에 내려 콘서트장 무대 위에 내려앉았습니다. 제 심장도 덜컹 내려앉았습니다. 블랙핑크의 히트곡 '뚜두뚜두' 무대가 시작되자 아바타로 위장한 '블링크'(블랙핑크 팬덤)들이 방방 뛰어다녔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도 소심한 아저씨는 블랙핑크 응원봉인 '뿅봉'을 흔드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공연 진행 도중 제 아바타가 비눗방울을 타고 블랙핑크 아바타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흥분하기 시작했죠.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흘러나올 땐 가상의 콘서트장은 대형 슬로프로 변신했습니다. 제 아타바는 스노우 보드를 탔고, 저는 하트를 얻으려 손가락을 요리조리 돌리고 있었죠. 멤버들의 모습을 한 아바타는 대형 크기로 변해 슬로프 안과 밖을 자유자재로 오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레디 투 러브(Ready For Love)' 순서가 됐습니다. 이 곡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블랙핑크 : 세상을 밝혀라'를 통해 팬들에게 일부 공개된 노래입니다. 이 다큐에 미공개곡 녹음 현장이 일부 포함됐었죠. 지난해 11월 온라인에 해당 곡 제목이 적힌, 확인되지 않은 티저 포스터가 나돌면서 당시 블랙핑크 컴백 소문이 잘못 퍼지기도 했죠.

그런데 블랙핑크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가 이 곡의 '레디 포 러브(Ready For Love)' 퍼포먼스를 인게임 콘서트에서 처음 공개한 겁니다. 이번 인게임 콘서트에 가장 궁금했던 퍼포먼스였는데, 몽화적이면서 청량한 사운드와 멤버들의 부드러운 목소리 거기에 부합하는 신비로운 그래픽이 펼쳐졌습니다.

심지어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인증샷'도 찍었습니다. 블랙핑크 멤버들과 함께요. 물론 멤버들도 저도 3D 아바타의 모습이었지만 충분히 추억으로 남을 만한 순간이었습니다.

제게 라이브 콘서트는 경험의 영역, 영상은 이해의 영역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블랙핑크의 인게임 콘서트는 경험의 영역으로 제게 들어왔습니다. 그간 나눴던 영역이 마침내 완전히 붕괴됐고, 제게 '미제사건'이던 메타버스가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를 외쳤죠. 이번 블랙핑크 인게임 콘서트 덕에, K팝을 즐길 수 있는 경험이 확장된 셈입니다.
뉴시스 제공
블랙핑크는 인게임 콘서트 외에도 이미 메타버스 기반 플랫폼과 전략적 협업을 펼쳐왔습니다. 지난 2020년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제페토와 손을 잡고 '아이스크림(Ice Cream)' 퍼포먼스 비디오를 내놓았죠. 신개념 버추얼 팬사인회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레디 포 뮤비' 3D 아바타 뮤비는 당일 유튜브 월드와이드 트렌딩 1위에 올랐습니다. 전날까지 조회수가 4200만뷰에 육박했죠. YG와 블랙핑크는 지난 2일 글로벌 팬 커뮤니티 위버스에 이번 인게임 콘서트 영상을 올렸는데 이에 대한 반응 역시 뜨거웠습니다.

이미 해외 음악계에서 발빠르게 메타버스를 메인 스트림으로 수용했습니다.

MTV는 오는 28일 미국 뉴저지주 푸르덴셜 센터에서 여는 'MTV 비디오 뮤직 어워즈(VMA)'에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부문을 올해 신설했습니다. 현지 3대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통하는 권위 있는 행사입니다.

블랙핑크가 이번 배틀그라운드 인게임 콘서트로 이 부문 후보로 올랐습니다. 블랙핑크와 함께 K팝을 대표하는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도 마인크래프트(Minecraft) 내 퍼포먼스로 같은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죠.

로블록스에서 공연한 찰리(Charli) XCX, 가상 엔터테인먼트 플랫폼 웨이브(Wave)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사용해 콘서트를 연 저스틴 비버, 포트나이트에서 '리프트 투어(Rift Tour)'를 연 아리아나 그란데, 역시 로블록스에서 공연한 트웬티 원 파일럿츠(Twenty One Pilots)도 후보입니다.

MTV 측은 "포트나이트(Fortnite)와 로블록스(Roblox)와 같은 공유 온라인 환경에서 가상 콘서트가 열리면서 이 형태가 급성장하고 있다"면서 "최근 가상공간을 영향력 있게 활용하는 것을 인지했고, 이러한 공간을 창의적으로 사용한 아티스트를 기리기 위해 올해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 카테고리를 추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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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계에서 가상 공간의 콘서트의 본격적인 포문을 연 건 지난 2020년 미국 래퍼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입니다. 당시 온라인 월드 투어 '아스트로노미컬(ASTRONOMICAL)'을 포트나이트 상에서 미국, 유럽, 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펼쳤죠. 이 투어엔 아바타가 2770만명이 몰렸고, 공연매출이 22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방탄소년단이 같은 해 포트나이트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공개했을 당시엔 전 세계에서 동시 접속자가 27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죠.

메타버스가 처음 등장한 건 1992년 출간된 닐 스티븐슨의 SF소설 '스노 크래시'에서입니다. 소설 속에서 메타버스에 들어가기 위해선 가상의 신체 '아바타'가 필요해요. 쉽게 말해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이용해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가상세계를 가리킵니다.

어니스트 클라인의 동명 소설이 바탕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Ready Player One·2018)에서 등장하는 디지털 가상현실인 '오아시스(OASIS)'가 그 예죠. 이곳에서 사람들은 원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고,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게임과 현실 세계가 혼합됐던 현빈·박신혜 주연의 드라마 '알함브라궁전의 추억' 속도 역시 메타버스의 하나였습니다.

이런 메타버스가 K팝을 비롯한 음악세계에서 화두가 된 건데요. 신기술에 익숙한 Z세대가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인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이 맞물리면서 급부상했습니다. MTV가 이번에 시상 부문에 관련 부문을 추가하며 '공인'을 했으니, 이제 인게임 콘서트 같은 가상 공간의 공연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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